최상구 정가련 사무총장·최병철 성균관 교육원장민법 개정안 국회통과 불구 반대운동 지속 재개정에 총력

"호주제 폐지, 가정사 혼란 부를 것"
최상구 정가련 사무총장·최병철 성균관 교육원장
민법 개정안 국회통과 불구 반대운동 지속 재개정에 총력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 관련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3월 2일, 그리고 엿새 뒤 '세계여성의 날', 여성 단체는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였다. '남녀 평등과 개인의 휴머니티'를 상징하는 이 법의 통과 이후에 맞는 기념비적인 날인 까닭에 더욱 뜻깊다는 반응이 일색이다.

반면 열띤 호응 속에 호주제 폐지에 더욱 강경한 자세로 반대를 외치는 단체가 있다. “호폐(호주제 폐지)로 인한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약칭 정가련)과 성균관은 그 대열의 맨 앞에 있다. “오호라 통재여! 망국의 민법 개정을 규탄한다”며 호주제 폐지 재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가련의 최명구 사무총장(67)과 성균관 최병철 교육원장(60)을 찾아 봤다.

최상구 정가련 사무총장
"여성계와 대화 지속할 것"
-호주제 폐지(이하 호폐)의 후 폭풍은? 호폐 후 입장 변화라든가 심경은?

▲우리쪽 입장을 대변했던 구상진 변호사는 거의 일주일 동안 울분을 토하며 몸살로 누워 있었다. ‘우리가 혹여 독선적이지 않았는지 여론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반성을 했다. 우리의 운동 방식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호폐에 관한 우리의 부정적인 입장은 여전하다. 호주제 폐지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여성계 쪽과 계속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볼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법의 재개정이든 토론과 타협이든, 다양한 통로로 접점을 찾아갈 것이다.

-정가련을 비롯, 성균관 측은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는 극단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짜 세상이 망할 것 같나?(웃음)

▲우리는 세상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두려워 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족보를 만드는 일이다. 한 가정 내에서 여러 성씨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망한다’의 의미는 바로 혼란이다. 대세는 따라야 하지만 변화에 따르는 부정적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고 본다.

-이 단체가 주장하는 호폐에 대한 입장을 굳이 규정한다면?

▲이 단체 개인들마다 호주제에 대한 의견에 스펙트럼이 넓다. 극우에서 극좌까지. 난 중도라고 생각한다. 호주제의 단점에 대해서 분명히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폐에 대한 문제 또한 인식하고 있다. 나는 찬성 - 반대의 두 귀를 열어 두고 있다. 공리주의, 즉 만인을 이롭게 하려면 우리들만의 세계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가련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호폐 의견의 일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삭제하지 않고 관리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운동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나는 이전부터 한국의 여성 인권이 세계적으로 많이 뒤쳐진다고 여겨왔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 부분을 여성 단체가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에 따른 여성계의 성과를 높이 사고 있다. 난 오픈 마인드다. 다만 가족의 가치에 대한 비중이 클 뿐.

-여성계와 가족 제도 유지에 대한 의미가 다른 것 같다.

▲여성계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애에 대한 개념은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를 형성하는 호주제 속에서 사랑이 쉽게 형성되지,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1인 1적 신분등록제’에서 가족간의 사랑은 약화될 것이 뻔하다.

-앞으로의 운동 방향은 어떻게?

▲일단은 가족 제도를 주장하는 몇몇 단체들과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헌법 소원은 ‘어떤 개인 혹은 단체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호폐 관련 민법 개정안이 ‘성씨 존속을 위해 애쓰거나 족보를 만드는 단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명분으로 이에 맞설 것이다. 또한 곧 성명서를 내고, 3월 17일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호폐에 찬성한 의원들의 낙선 운동 등에 전념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우리의 전통을 수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젊은 세대들이 단지 곰팡내 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성씨와 가족 제도는 우리의 고유한 유산이고 정체성이다. 호폐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고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면 당연히 수용한다. 하지만 어찌 혼란이 없겠는가?


최병철 성균관 교육원장
"호주는 가족의 구심점"
-유림에 속해 계셔서 이미지가 고정적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한복과 삿갓을 쓰고 나오시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다.

▲뭐, 사람들이야 날 보수 꼴통으로 생각하겠지(웃음). 나름대로 젊은이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배울 것도 많다고 본다. 그리고 ‘내 자신이 고루한 것 아닌가?’라는 반성을 자주 하는 편이다.

-호폐 소식을 들었을 때 통탄하거나 울분을 토하는 의원들은 없었나?

▲호주제가 폐지되리란 것은 이미 4ㆍ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었을 때 예상했던 바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을 때도. 이미 각오했다.

-이제 대세가 호폐 쪽으로 기운 상태다. 기존 노선에 변화는 없는가?

▲초지일관이다. 개정은 좋지만 호주제 폐지의 완전 수용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성계와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상생의 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안(案)은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과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는데, 여성계도 유림쪽도 관용을 베풀어야 할 내용이다. 그야말로 상생(相生)의 안이다. 그러나 단체 내에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

-호주제의 문제점을 굳이 거론하자면?

▲차별적 조항이 한가지 있다. 아들, 손자, 딸, 아내, 며느리 등 남성 우선의 호주 승계 순위다. 이 부분에 대해서 호주가 죽은 다음에 가족끼리의 합의 하에 민주적으로 호주를 결정하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여성계가 거부했지만….

-여성계의 호폐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은 ‘여성의 인권(人權) 운동’이 아닌 ‘ 페미니스트들의 이권(利權)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호주제가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과 여론의 대다수가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결의문에서 보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한 국회 의원들을 그 가문에서 축출할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나와있다.

▲‘국민 투표를 제기한다’라는 내용과 ‘국회의원의 낙선 운동’등의 항목은 이해하지만, 이 부분은 다르다. 해당 국회 의원들로부터 “축출하려면 해 보라”는 비웃음만을 얻을 것 같다. (웃음)

-현 시국에 대해서 한 말씀.

▲ 한국 사회는 지금 이혼률, 불륜 등의 가정 문제로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가족의 모범적인 형태’가 존재해야 한다. 구심점이 없으면 가족도, 국가도 ‘올바름’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나의 아내(my wife)라는 미국식 표현과 ‘우리 집사람’이라는 한국식 표현의 차이가 무엇이라 보는가? ‘우리’라는 뜻에 포함된 그 아름다운 정신을 이해하는가? 법이 분열을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4:29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