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 신화 일구는 농업사관학교농업 CEO 양성 목적, '사람만이 희망' 모토로 농촌위기 극복에 아낌없는 투자

[르포] 경기도 화성 <한국농업전문학교>
부농 신화 일구는 농업사관학교
농업 CEO 양성 목적, '사람만이 희망' 모토로 농촌위기 극복에 아낌없는 투자


“젊은이여, 농촌으로 오라. 이 곳에 성공의 신화가 기다린다”

아기 울음 소리 들리면 뉴스가 되고, ‘영감, 할매들’만 남아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빚만 쌓인다는 농촌에서 웬 ‘성공 신화’ 타령인가 할 것이다. 도시민에 비친 농촌은 쌀 시장 개방 확대로 미래가 없다는 아우성과, 맞선 한 번 보기 힘든 총각의 한숨으로 각인된 우울한 풍경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늙은 농촌, 위기의 농촌을 기회의 땅으로 일구는 곳이 있다. 1997년에 개교해 올해로 6회 졸업생 총 1,235명을 배출한 한국농업전문학교(이하 한농전)가 그 곳이다. 한농전은 전문화한 기술이 없는 농업이 바로 ‘농촌 위기’라고 보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모토로 농업CEO(창업농)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가 설립한 ‘농업 사관 학교’다.

졸업생 95% 이상이 영농활동
실제로 이 학교의 성과는 대단하다. 전 강릉대 총장으로 있다 이 곳으로 온 임승달 학장은 “일반 농대 졸업생의 경우 고작 3%만이 농촌 정착하고 있는 반면, 한농전 졸업생은 현재 95% 이상이 영농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높은 정착률의 이유로 졸업생의 20%가 연 소득 1억 이상이고, 졸업생 평균 소득이 5,000만원 선인 사실을 우선 꼽는다. 임 학장은 또 “현재 40대 미만 젊은이는 농촌 인구의 3.5%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볼 때, 향후 10년 내 전국의 농업 지도자, 농촌 행정가는 우리 학교 출신이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농전 출신 농업 CEO의 미래는 탄탄대로라는 것이다.

한농전은 경기도 화성에 캠퍼스가 있다. 농업진흥청 산하 3년제 국립학교다. 교육부 산하가 아니어서 ‘대학’ 대신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임 학장은 “현재 연간 200억 가량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며 또 “3년제인 한농전을 4년제 대학으로 개편하기 위한 농림부안을 확정짓고, 현재 교육부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다. 승격될 경우, 학교 명칭도 한국농업전문학교에서 ‘한국농업대학’ 내지 ‘한국농업사관대학’으로 바꿀 예정이다.

한농전은 사실 지금도 학교 운영면에서 일반 대학을 훨씬 능가한다. 우선 700여명의 재학생은 수업료, 기숙사비, 책값 등 학비 전액이 무료이며, 올해부터 장학금도 월 25만원까지 지원한다. 입학 자격 역시 특이하다. 나이 제한이 없고 수능 점수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의 보장 없는 삶을 접고,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30~40대 대졸자들도 상당수 입학한다. 그 중엔 농촌 지역 선교 활동을 계획하는 목사와 수녀 등 종교인도 있다.

물론 입학생 대다수가 20대 신세대다. 그래서 당락을 결정하는 관건은 농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세대 지원생의 경우는 영농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면접을 보기도 한다. 올 입학 경쟁률은 1.8 대 1. 매년 식량 작물, 특용 작물, 채소, 과수, 화훼, 축산 등 6개 학과에 24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농학만 있고 농업이 없는 일반 농과 대학과 달리 철저한 현장 실습 중심의 농업을 가르치는 소수 정예 시스템이다.

특히 2학년 학생 중 원하는 학생 대부분을 1년간 농업 선진국으로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대목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마지막 3년차엔 창업을 위한 실무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 곧 바로 영농 창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졸업생에게는 병역 특례와 2억원까지의 장기 저리 영농 정착금을 지원하는 특전도 있다. 단 졸업 후 6년간 의무적으로 농汰?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이를 못 지키면 지원 받은 각종 학비 등 일정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이들에겐 소위 ‘이태백’도, ‘삼팔선’도, ‘사오정’도 없다는 것.

농촌살리기·도시실업해소 '윈윈정책'
임 학장은 “도시 사람들은 ‘정 안되면 농사나 짓지’ 라는 말들을 쉬 하지만, 막상 귀농 하려면 기술도 땅도 없으니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도시민이 농촌에서 새 삶의 터전을 닦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한농전”이라고 강조한다. 또 농업 CEO 양성은 농촌 살리기와 도시 실업 대책을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윈 - 윈 정책이라는 것이다.

올해 한농전 식량작물학과에 입학한 서울 출신의 최종우(32ㆍ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씨는 “농촌을 주제로 소설을 쓰면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농업이 가장 친환경적 삶일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라고 응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또 “농사를 지으면서 소설도 쓰는, 은퇴 없는 농촌에서의 삶의 기반을 닦을 것”이라며 평생 직장에의 꿈을 보듬었다. 그것은 곧 인간과 자연의 관계 부활이다.

실제로 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40대 입학생은 “한농전 장점의 요체는 기숙사 생활”이라고 강조하며 연령별로 다양한 학생 구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신세대들이 자신과 같은 나이든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농촌 사회의 메커니즘인 유교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점은 무형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수석 입학한 안형철(25ㆍ경북 예천도립대 졸업)씨는 아버지가 고향 양평서 양계업을 한다. 그는 “군 제대 후 농업 환경 변화 등의 시대 추세를 두고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양계업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할 시간이 생명이므로 수입란이 들어오더라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후계농의 길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계 선진국인 일본에 연수한 뒤 자신만의 노하우로 부농에의 꿈을 일굴 포부에 젖어 있다. 요즘 도시 젊은이에게서 찾아 보기 힘든, 삶에 대한 긍정이 짙게 배어 나온다.

농업 CEO가 되려는 젊은 신세대들을 가장 고민스럽게 하는 점은 따지고 보면 여성들의 농촌 기피 현상이다. 그러나 임 학장은 “확실한 미래 보장이 없는 도시의 직장 생활 보다 전원적이며 고수입이 보장된 농촌의 생활 환경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았으며 한다”고 말한다. 그 같은 원칙에 따라 한농전은 정원의 30%까지는 여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사실 한농전은 ‘연애를 권하는(?) 대학’이다. 부부가 영농을 하면 농촌 생활의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학생 기숙사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양측 남학생 기숙사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캠퍼스 커플 부부가 25쌍이나 탄생했다.

한농전의 이런 특수한 ‘인적 네트워크’는 졸업 후에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한다. 우선 학교 교수진은 신품종 개발, 유통 라인 확보 등을 현장 졸업생들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졸업생들도 상호 정보 교환이나 협업 등을 통해 결속을 다진다. ‘농업 사관 대학’이란 말이 나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임 학장은 “현재 한농전에서는 ‘풀무원’과 같은 기업식 브랜드를 만들어 졸업생들 농장 생산물 유통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한농전의 ‘졸업생 평생 관리 시스템’을 자부한다.

그는 지식 영농 시대에 농업 CEO 육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인재 양성만큼 확실한 효과를 낸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그는 “농업ㆍ농촌 종합대책 119조원 중 1%만이라도 인력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에서도 뼈저린 철칙이다. 임 학장은 “젊은이들은 위기가 기회라는 도전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신을 갖고 농업에 전념하면 반드시 도시적 삶보다 성공적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특히 21세기 지방 분권 시대에 농촌은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사회 지도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흙과 생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라면 ‘농촌에서 성공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한농전의 역설은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취재를 마친 기자 역시 한농전에 입학하고 싶은 충동마저 생기니 말이다. 한국농업전문학교 연락처: 031-229-5201~5 www.kn.ac.kr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3-17 16:14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