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꽃피는 무지개빛 희망홍대 앞 거리 예술시장,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 만들기

[동호회 탐방] 시민작가들의 모임 <희망시장>
거리에서 꽃피는 무지개빛 희망
홍대 앞 거리 예술시장,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 만들기


희망시장 로고가 새겨진 명찰을 목에 건 회원. 자연 친화적 재료로 만든 솟대와 의자가 이채롭다.

‘좋아 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으로 먹고 사는 일’. 단순한 것 같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쉽지 않다. 대개 안정적인 밥벌이와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간극은 크기 마련이다. 결국 직장에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타협점을 찾아 보지만, 먹고 사는 일에 치중하다 보면 어느새 꿈은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도전장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손으로 뭔가를 조물 조물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거리로 나와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수공예 작가들의 아지트 ‘희망 시장(cafe.daum.net/hopemarket)’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홍대 앞 거리 예술 시장 ‘희망시장’의 온라인 아지트
‘홍대 앞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조윤석(41) 씨를 주축으로 2002년 4월 다음넷 카페에 개설된 ‘희망시장’에서는 현재 1만 3,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희망시장 개설 이전에도 홍대 앞 벼룩시장은 존재했지만, 산발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조직적이고 정기적인 행사로 정착시켜 수공예 예술 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만들어진 곳이 희망시장이다.

홍대 앞을 찾아 오는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했다면 희망시장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구심점으로 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 들고, 희망시장의 규칙도 서서히 확립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희망시장이 열린 2002년 5월 이후로 약 3년이 흐른 지금, 희망시장은 홍대 앞의 거리 예술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됐다.

희망시장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크게 일반 회원과 작가 회원으로 나뉜다. 일반 회원의 경우 수공예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거리 시장의 즐거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개인 정보 공개 및 가입 인사를 완료하면 정회원으로 승급되어 보다 많은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일반 회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희망시장에 동참해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보고 싶다면, 작가 회원으로 등록하면 된다. ‘자료실’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작가 등록서 파일을 다운 받아 작품 사진파일과 함께 신청 메일을 운영자에게 보내면, 검토 작업을 거쳐 2, 3일 후 작가 등록 승인 메일이 도착한다. 이후 가입 인사 게시판에 작가 회원 등록 요청을 하면 참가 신청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다.

손맛 담은 수공예품의 부활 꿈꾸는 사람들
참가 신청 게시판은 화요일~금요일(오후 2시~5시)까지만 열리므로 일요일 행사에 참여하려면 미리 신청을 마쳐야 한다. 수공예품의 종류에 따라 비즈 작가(A팀)와 일반 작가(B팀)으로 나뉘는데, A팀의 경우 비즈, 크리스털, 원석, 은 점토, 리본 및 헤어 액세서리 등이 해당되며 선착순 20팀, 격주 참여가 원칙이다. 판매 품목이 비즈 액세서리 류에 편중되는 현상을 지양하고, 다양한 품목을 선보이기 위함이다. 비즈 류를 제외한 일반 작가 팀은 종목 제한 없이 자유롭게 신청 가능하다.

희망시장에서는 판매용 테이블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단, 매주 화요일 2시 ‘모두 왁자지껄’이란 게시판에서 50명 선착순으로 신청 받으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희망시장에 참가할 때에는 희망 기금 1만원을 운영진 측에 내야 하는데, 이는 각종 행사 진행 및 운영 지원에 사용된다.

보통의 동호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 모임이 열리지만, 희망시장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6시까지 홍대 앞 놀이터에 나가면 언제든 동호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열리는 희망시장 장터가 곧 오프 라인 모임인 셈이다. 지난 3월 6일에는 2005년 첫 번째 희망시장이 열려, 겨울 내내 적막하던 홍대 앞 놀이터에 활기가 넘쳤다. 혹한기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휴장.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 현수막 아래 희망시장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장터를 형성했다.

‘시민작가’들이 준비한 기발한 수공예품 선보여
이날 선 보인 물품들은 필름 통을 활용한 수제 아트북, 고양이 귀가 달린 털모자, 나뭇가지를 이용한 솟대, 퀼트 다이어리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손맛을 살린 수공예품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기성품 의류와 핸드백, 우산 등에 직접 그림을 그려 새로운 맛을 낸 아이디어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희망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량 생산된 제품보다는 가격 대가 높다.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도 볼 수 있다. 희망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은 물론, 3천 원을 내면 즉석에서 그려주는 초상화도 가질 수 있다.

희망시장 회원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일요일에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쉽다면, 놀이터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희망갤러리(02-337-8837)에 들러 보자. 홍대 인근 주택가에 숨은 듯 자리잡은 희망갤러리는 2003년 8월 개장해 회원들의 작품전을 수시로 유치하며,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위한 대안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첫 번째 전시의 주인공이었던 박은정 씨(61)는 모자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희망시장 회원 중 최연장자 그룹에 속한다. 미술대학 낙방과 함께 화가의 꿈을 접었던 박은정 씨는 희망시장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비로소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희망시장에서는 이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꿈을 소박하게나마 이룬 ‘시민 작가’들의 이야기가 넘쳐 난다.

흔히 무지개 너머에는 희망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희망시장 로고는 바로 그 희망을 상징하는 둥근 무지개이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듯, 희망시장 사람들은 둥글게 펼쳐진 무지개 안에서 소중한 꿈을 함께 일궈나갈 것이다. 2005년에는 환경 친화적 디자인을 지향하는 ‘그린 디자인’ 운동에도 동참할 예정이라는 희망시장의 행보가 기대된다.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3-22 17:20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