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작은 역사 남기기죠"지금의 학교모습 문서로 남기려다 인터넷에 인기 폭발, 출판제의 쏟아져단행본 3월말 출간, "교육에 대한 비판이 전부는 아니예요"

[인터뷰] <학교대사전> 저자 이세준·주덕진·백인식
"우리들의 작은 역사 남기기죠"
지금의 학교모습 문서로 남기려다 인터넷에 인기 폭발, 출판제의 쏟아져
단행본 3월말 출간, "교육에 대한 비판이 전부는 아니예요"


주덕진, 이세준, 백인식군(왼쪽부터)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홈페이지에 올린 지 하루만에 3만명이 다녀가고, 신문, 방송에서도 우리 홈페이지 얘기가 나가는데.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 하는 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지난 2월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세준(19) 군.

꼭 1년전 새학기가 시작할 무렵이었다. ‘관성(慣性)의 법칙’이란 말을 ‘한번 잔 사람은 계속해서 자는 법칙’으로 끼적거린 연습장을 돌려 보았다. 관성의 법칙을 주변 사람과 사물에 절묘하게 적용한 글에 주변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이 군은 묘한 재미를 느꼈다. 같은 반 친구 주덕진 군과 가방, 선생, 교육부, 수능시험 등 주변의 일들을 이 같이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갔던 것. 결국 그들 자신이 또 다른 ‘관성’에 빠지게 되었던 셈이다.

“그 즐거운 경험을 낙서장으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학교 모습을 기록한 문서로 남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 졸업 선물로 제본해서 나눠주려고 했죠.” 아주 특별한 사전 한 권이 탄생한 것.

주덕진의 블로그에 그 내용을 차곡차곡 올리게 된 것도 결국 제본을 염두에 두고 필요했던 타이핑 작업의 부산물이라고 했다. 컴퓨터에 해박했던 주덕진ㆍ백인식 군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인터넷판의 인기가 좋아서 10여군데의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 왔어요. 그 때, 진짜 책으로 내기로 결심한 거죠.” 인터넷 자료는 어느 순간에 날아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책으로 내자는 데 한몫을 한 셈이다. 1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거친 결과, 도서출판 이레가 인터넷에 걸린 사전을 270쪽짜리 단행본으로 묶어 3월말 펴낼 예정이다.

"그냥 있는 대로 적었을 뿐"
“학교나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이나 불평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졸업하는 마당에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는 심사는 아니라며 펄쩍 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들에게 쏟아지는 이 같은 비난의 무게를 감지했기 때문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있지 않겠습니까?” 객관적인 사실로 사람들을 설득해 가자는 전략인 셈.

그렇다면 담임 교사나 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선생님들은 ‘야, 그거 재미더라’,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언제 그런 것까지 했냐’등 아주 호의적인 분위깁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달랐죠. ‘그딴 것을 만드니까 (시험) 결과가 그 모양으로 나오지’ 하셨으니까요. 덕진이만 대학에 합격하고 우리 둘은 떨어졌으니,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일이 공부에 방해가 됐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부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나 긴장을 이것으로 풀 수 있었던걸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주덕진 군, 그리고 고배를 마신 백인식 군 등의 꿈은 인간의 ‘장난감’ 컴퓨터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하는 것. 이과반에서 옮겨 국문학로 교차원한 탓에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이세준 군의 꿈은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로 진학해 글을 계속 써나가는 것이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글쓰기’에 대한 매력과, 자신도 모르게 내재돼 있던 능력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이름이 적힌 책을 낸다는 것에 의의를 뒀지, 벌어들일 돈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 못 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참 난감해요.” 책 출간으로 벌게 될 돈을 어디에다 쓸 것인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3-22 19:58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