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체계·톨게이트 등 첨단화·지능화로 속도 개선

고속도로는 업그레이드 중
도로체계·톨게이트 등 첨단화·지능화로 속도 개선

한국도로공사(사장ㆍ손학래ㆍ이하 도로공사)의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도로가 잇달아 개통되면서 전국의 고속도로는 총연장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통 흐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점차 ‘지능화’되는 톨게이트 덕택에 대도시 진출입 때의 정체 현상도 적잖이 개선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2004년 말 기준으로 총연장이 2,923km(민간 자본 고속도로 포함)에 달한다. 이는 무역 규모로 본 우리 국력 순위와 거의 비슷한 세계 11위에 해당한다. 경제력 수준에 걸맞은 고속도로를 갖추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도로교통 혼잡비용이 연간 20조원(일반 도로 포함)을 웃돌 정도로 후진적 교통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 체계의 후진성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직결된다.

국가 대동맥을 관리하는 도로공사는 이 같은 현실을 인식, 고속도로의 선진화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최근 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뚫리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도로망 확충 효과
우선 착공 8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완전 개통한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교통 분산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루 평균 2만3,000여 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중부내륙 고속도로는 경부와 중앙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각각 20%, 9% 정도 흡수해, 경부ㆍ서해안ㆍ중부ㆍ중앙 등과 함께 새로운 종축 고속도로로 자리잡았다는 게 도로공사의 평가다.

특히 중부내륙 고속도로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명절 연휴 때면 불가피했던 교통 정체를 줄이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서울과 대구 구간을 기준으로 2004년 설과 올해 설 연휴를 비교한 도로공사의 분석 결과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설 연휴 기간 서울에서 대구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 가운데 경부는 하루 평균 58.1%를 소화했고, 중앙은 41.9%를 감당했다. 하지만 올해 이 수치는 각각 46.9%와 16.8%로 크게 떨어졌다. 나머지 36.3%의 차량을 지난 연말 개통한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단숨에 빨아들인 것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귀경할 때도 양상은 비슷해, 37.5%의 차량이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통행 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귀성을 기준으로 중부내륙 고속도로는 3시간 10분으로 경부 고속도로보다 무려 1시간 30분을 단축했다. 또 중부 고속도로보다는 50분, 중앙 고속도로보다는 35분을 각각 단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행 시간 단축은 고스란히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통행 시간 단축만을 금액으로 환산하더라도 연휴 5일간 153억 원에 이르는 돈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 자체의 장점도 적지 않다. 서울-부산 구간을 기준으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출발할 때는 종전보다 16km, 동서울 톨게이트를 떠날 때는 29km가 각각 줄어들어 주행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제한 속도도 다른 고속도로보다 높은 110km이다. 뿐만 아니라 통행료도 최고 2,300원 가량 적게 부담하는 일석삼조를 누릴 수 있다.

도로공사는 중부내륙 고속도로 개통으로 국가 간선 도로망의 종축인 남북 5개축이 완성됨에 따라 앞으로는 동서축 고속도로 건설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간 상호 연계성을 보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 총연장 6,160km의 촘촘한 격자형 국가 간선 도로망을 구축한다는 장기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도로 체계 등 첨단화로 속도 개선
도로공사의 최대 과제가 교통 지ㆍ정체의 완전 해소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도로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 권역의 교통 체계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먼저 오는 2006년까지 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ㆍ정체가 심한 고속도로 진입로와 분기점 등을 조기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17개 구간 중 6개 구간에 대해서는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또한 도로공사는 톨게이트에서 발생하는 지ㆍ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통행 요금 징수 시스템도 첨단화하고 있다. 무정차 지불 방법인 ‘하이-패스’ 시스템과 현금이 오가지 않는 전자 지불 방식의 ‘하이-패스 플러스 카드’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이-패스 시스템은 무선 또는 적외선 통신을 이용해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인데, 현재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의 판교ㆍ성남ㆍ청계 톨게이트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하이-패스를 이용하면 시간당 통과시킬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차로 별로 450대에서 1,800대로 크게 향상된다.

하이-패스 플러스 카드는 일정 금액을 충전한 전자 카드를 톨게이트 벽면의 카드 판독기에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지불되는 방식으로, 수도권 지하철ㆍ버스에서 도입 중인 요금 징수 방식과 흡사하다. 현재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의 10개 톨게이트에서 운영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기존 도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최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시켜 고속도로의 지능화를 추진 중인 것이다. 도로공사는 현재 22개 노선에 첨단교통체계(Intelligent Transport System)를 구축해 교통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ㆍ전파하는가 하면, 고속도로를 우회하는 국도(610km 구간)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운전자들의 편의를 높여주고 있다.

한편 도로공사는 수년 전부터 고객 만족을 경영 목표의 최우선에 두고 조직 혁신을 기해 왔는데, 이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이 도로망 등 ‘하드웨어’의 향상과 맞물리며 2004년도 공기업 고객만족도 1위에 오르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앞으로도 일선 영업소와 요금소 등 ‘고객 접점 지대’의 대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28 19:1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