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캠페인성 정책에 비난, 새로운 논의 필요한 때
앞뒤 모르는 출산 장려 "웃겨요" 현실 무시한 캠페인성 정책에 비난, 새로운 논의 필요한 때
국민 연금 고갈, 노동력 감소 등 저출산 풍조에 다른 사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를 위해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간담회를 비롯한 정책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애 셋 낳고 후회 막급(ID 후회막급)’, ‘니들이 불임을 알아?(ID 인공수정만이)’, ‘기저귀 특소세 폐지하라(ID 애아빠)’…. 보건복지부 산하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이하 가협) 홈 페이지 게시판에 속속 올라 오고 있는 각종 충고성 비난이다. 최근 가협이 내 놓은 ‘캠페인 1.2.3 운동’이 천편일률적 가족 정책에 일대 파문을 몰아 오고 있다. ‘1년 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취지의 운동이 과연 실효성 있는가 하는 지적들이다. 출산 정책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는 의견과 못 낳는 것을 안 낳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문제의 본질 파악이 잘못됐다는 것이 그 비판의 핵심. 네티즌들은 현재의 출산 장려 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점점 높여 가고 있다.
저출산 시대의 산물 가협 홍보출판 신순철 과장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경제적 부담 탓에 부득이하게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0세 이전에 두 명의 자녀를 출산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운동은 가능하면 젊은 나이에 결혼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가협이 외치는 ‘한 가구 2자녀 낳기’의 출산 장려 운동 역시 저출산 시대의 산물이다. 자녀수를 한 가구 당 1.17명에서 2명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의식적, 정책적 운동으로서 가협은 포스터와 슬로건을 공모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 과장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재치 있게 반영한 표어는 때로 뛰어난 묘책도 제공한다”며 “현재 민원 신청이나 자유게시판을 통해 다양하고 훌륭한 의견이 많이 접수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1,2,3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다른 방향에서 맛보고 있는 셈이다. 협회에서는 출산 장려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출산 장려 정책이 과연 사회 구성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어디만큼 먹힐까 하는 점이었다. 무조건적인 강요가 인권 단체의 항의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ID 애씨는 “아이를 늦게 낳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결혼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고, 그렇게 되면 만나던 이성 친구와도 헤어지기 십상”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새롭게 만나기도 나이가 들어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 두 자녀의 아버지라 밝힌 지미 씨 또한 “지금도 저는 죄인입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자식 욕심은 있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부모들처럼 열심히 살아 왔지만 가진 것이 너무 없어 처자식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연년생인 아이들?양팔에 안고 오면서 소리없이 흘린 눈물이 얼만지 아십니까? 가족 동반 자살도 생각해 봤답니다.” 이에 대해 저출산 문제 담당 은기수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는 “기존의 정책 평가나 섣부른 정책 제시를 하기엔 곤란하다”며 의견을 유보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범 정부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월 28일 관계 장관 회의를 개최, 자녀 양육의 국가적 책임 강화 및 2자녀 가정 이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 등의 기본 방향에 합의한 상태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저출산 대책 추진 기획단’을 구성하여 부처별 저출산 대책 과제를 발굴하고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공청회 개최 및 설문 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후 범정부적 종합 대책을 확정ㆍ발표한다는 것이다. 그 후 인구ㆍ경제ㆍ복지ㆍ환경학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 통일 이후까지 대비하는 인구 추계를 제시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인구 정책이다. 이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오는 5월까지 전문가와 시민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인구가정정책과 이성미 과장은 “저출산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측면이 결합된 문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인 논의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출발점에 서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인 시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가협의 운동 형식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보건복지부, 가협 등의 관련 단체는 관심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4-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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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