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캠페인성 정책에 비난, 새로운 논의 필요한 때

앞뒤 모르는 출산 장려 "웃겨요"
현실 무시한 캠페인성 정책에 비난, 새로운 논의 필요한 때

국민 연금 고갈, 노동력 감소 등 저출산 풍조에 다른 사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를 위해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간담회를 비롯한 정책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애 셋 낳고 후회 막급(ID 후회막급)’, ‘니들이 불임을 알아?(ID 인공수정만이)’, ‘기저귀 특소세 폐지하라(ID 애아빠)’…. 보건복지부 산하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이하 가협) 홈 페이지 게시판에 속속 올라 오고 있는 각종 충고성 비난이다.

최근 가협이 내 놓은 ‘캠페인 1.2.3 운동’이 천편일률적 가족 정책에 일대 파문을 몰아 오고 있다. ‘1년 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취지의 운동이 과연 실효성 있는가 하는 지적들이다. 출산 정책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는 의견과 못 낳는 것을 안 낳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문제의 본질 파악이 잘못됐다는 것이 그 비판의 핵심. 네티즌들은 현재의 출산 장려 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점점 높여 가고 있다.

저출산 시대의 산물
가협의 ‘30세 이전’ 슬로건은 30세 이상의 산모 비율이 증가(자료 : 2004년도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채혈지 통계분석 및 정도관리분석 보고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전국 30,000명의 산모를 표본 조사한 결과, 다운증후군 등 선천성 기형아 출산 빈도가 1999년 5.5%에 비해 2004년 15.6%로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노정된 것이다.

가협 홍보출판 신순철 과장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경제적 부담 탓에 부득이하게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0세 이전에 두 명의 자녀를 출산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운동은 가능하면 젊은 나이에 결혼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가협이 외치는 ‘한 가구 2자녀 낳기’의 출산 장려 운동 역시 저출산 시대의 산물이다. 자녀수를 한 가구 당 1.17명에서 2명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의식적, 정책적 운동으로서 가협은 포스터와 슬로건을 공모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 과장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재치 있게 반영한 표어는 때로 뛰어난 묘책도 제공한다”며 “현재 민원 신청이나 자유게시판을 통해 다양하고 훌륭한 의견이 많이 접수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1,2,3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다른 방향에서 맛보고 있는 셈이다.

협회에서는 출산 장려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출산 장려 정책이 과연 사회 구성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어디만큼 먹힐까 하는 점이었다. 무조건적인 강요가 인권 단체의 항의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ID 애씨는 “아이를 늦게 낳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결혼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고, 그렇게 되면 만나던 이성 친구와도 헤어지기 십상”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새롭게 만나기도 나이가 들어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 두 자녀의 아버지라 밝힌 지미 씨 또한 “지금도 저는 죄인입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자식 욕심은 있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부모들처럼 열심히 살아 왔지만 가진 것이 너무 없어 처자식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연년생인 아이들?양팔에 안고 오면서 소리없이 흘린 눈물이 얼만지 아십니까? 가족 동반 자살도 생각해 봤답니다.” 이에 대해 저출산 문제 담당 은기수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는 “기존의 정책 평가나 섣부른 정책 제시를 하기엔 곤란하다”며 의견을 유보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범 정부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월 28일 관계 장관 회의를 개최, 자녀 양육의 국가적 책임 강화 및 2자녀 가정 이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 등의 기본 방향에 합의한 상태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저출산 대책 추진 기획단’을 구성하여 부처별 저출산 대책 과제를 발굴하고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공청회 개최 및 설문 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후 범정부적 종합 대책을 확정ㆍ발표한다는 것이다. 그 후 인구ㆍ경제ㆍ복지ㆍ환경학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 통일 이후까지 대비하는 인구 추계를 제시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인구 정책이다.

이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오는 5월까지 전문가와 시민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인구가정정책과 이성미 과장은 “저출산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측면이 결합된 문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인 논의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출발점에 서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인 시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가협의 운동 형식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보건복지부, 가협 등의 관련 단체는 관심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신을 원하는 자들의 요구 사항
불임부부에 현실적 지원을…
정종순(35, 경기도 의정부시)

-불임 시술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전 불임 시술을 7~8번 정도 했어요. 그건 제가 직장에 다니는 이유이기도 해요. 시술비를 마련한다기 보다는 그렇게 써 버린 돈을 채우기 위해서요. 인공 수정은 솔직히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아요. 몇 십만원 선이에요. 하지만 시험관 아기는 한 번에 3백 정도가 들어요. 전 시험관 아이 도전도 한 번 했어요.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타격이 무지 컸죠. 인공 수정으로 임신을 해도 이상하게 5~6주 정도 되면 아이가 자라질 않고, 심장이 안 뛰더군요. 그렇게 임신해서 3번을 실패했어요.

-출산 보조금 등 국가 정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지?.

△아이를 많이 낳으면 무슨 보조금을 준다고 하는데, 그런 거에 대한 신뢰감은 솔직히 없어요. 사람들도 그런 대책에 의지해서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고…. 저 또한 그런 정책에 의존해서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것은 정말 대책 없는 짓인 것 같아요. 무조건 낳는다고 해서 나라에서 키워줄 것도 아니고. 요즘 아이들한테 드는 비용이 국가에서 보조해 주는 걸로는 턱도 없는 걸요.

-요즘엔 ‘혼자서는 싫어요’, ‘1,2,3 운동’이란 표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웃기죠. 현실적이지 못해요. 제가 생각한 대안으로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보조를 해 주는 편이 낳을 것 같아요. 불임 시술도 그렇고 불임 시술하느라 재산 탕진하는 사람도 있고, 돈 없어서 불임 시술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부터도 빚이 좀 되요. 현재 국가에서 시행중인 불임 부부 지원책은 정말 미흡한 상태구요. 거의 지원이 안 되고 있습니다. 시험관 아기 3번 정도하면 한 번은 성공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상류층 불임 부부를 제외하고 저소득층 일반 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출산장려를 보는 눈
사회적 여건이 출산 유도해야
김철웅(31, 회사원)

-각종 출산 장려 단체들의 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시책을 어떻게 보나?

△자녀 둘을 둔 입장으로서 생각해 보자면 어린애들 장난 같습니다. 정부에서 애를 낳지 말라고 해도 사회적인 여건만 조성해 주면 저절로 해결될 줄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이 바라는 여건이 무엇인지 연구가 필요해요. 또한 초등학교 한 반에 몇 명이신지 아나요? 청년 실업 걱정 말고 교사 채용 좀 더 늘리지요. 출산 장려 정책 뿐만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들이 가진 자들의 편에서 이루어져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겁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의 본질을 무엇이라 보나?

△앞으로 열심히 살아갈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이 있는, 살아갈 만한 이유가 있는 사회로 만들어 주세요. 저는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가 아내와 자식들에게 살만 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고, 둘째로 많은 돈을 벌어 소년 소녀 가장들옇뗌?놓고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가진 자들은 생색내기로 사회 사업을 하지만 이 나라는 힘없는 국민들에 의해 지탱돼 온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생각한 대안은?.

△20 만원대의 출산 장려금 정도로는 전혀 출산 장려를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자녀 2명 이상 가족에 아파트 분양 0순위, 2번째 자녀 이상에는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무료, 맞벌이 부부를 위한 20~30만 명 정도의 공무원 파출부 채용, 전두환 정권 시절처럼 대학입시 학력고사 일원화와 과외 금지, 동남아 노동자의 귀화시 집을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장려금 지급 등을 한다면 모르겠지만(웃음). 정책적인 보완이라고 해 봤자, 어줍잖은 당근 정책에 머물 뿐이라고 봅니다. 저출산 문제는 글쎄요. 정책적인 해결보다는 사회를 경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요?

‘04년도 저출산 대책 추진 실적

임신ㆍ출산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확대 및 모자보건사업 강화
-정ㆍ난관 복원 수술 보험 적용(7월)
-주요 산전 검사(기형아 검사ㆍ풍진 검사) 보험 급여 확대(12월)
-피임 목적의 정관ㆍ난관 중절 수술 비급여로 전환(12월)
-모든 신생아에 대해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확대 실시(49만3,000명)
-보건소 임산부ㆍ영유아 등록관리 강화(2만4,000명à3만7,000명)

저출산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 추진 등

-지자체(3월) 및 외국의 저출산 대책 사례집 발간(6월)
-전문가 간담회 및 인터넷 국민 참여 토론 마당, 정책 고객 의견 조사(2~6월)
-중앙 및 지방 정부 인구 정책 모니터링 및 평가 체계 구축 연구(5월~2005년 3월)
-저출산 대응 국민 홍보 방안에 대한 연구’(12월~2005년 3월)

(자료제공: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정책과)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4-07 14:34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