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방에선 지금 무슨 일이?첫 키스의 설레는 장소에서 도우미 이용한 윤락공간으로, 대학가는 건전

[이색지대 르포] 비디오방 24時
불꺼진 방에선 지금 무슨 일이?
첫 키스의 설레는 장소에서 도우미 이용한 윤락공간으로, 대학가는 건전


DVD 시장의 성장 기세가 무서울 만큼 빠르고 인터넷 불법공유를 통한 영화 파일 복제가 손쉬워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비디오는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릴없는 주말 오후 킬링 타임용으로 비디오만한 벗이 없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에서도 비디오방은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첫 키스를 나눈 추억의 장소로 비디오방을 손꼽는 이들도 상당수일 정도다. 게다가 요즘에는 비디오방으로 출장 나오는 도우미들 덕분에 때로는 비디오방이 윤락의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비지오지만 찾는 이들의 취향도 제각각이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전국민의 문화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비디오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는지 만나보도록 한다.

매년 계속되는 취업대란으로 인해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선 고시열풍이 대단하다. 고시생들의 영원한 고향은 단연 신림동 고시촌이다. 이미 이색지대 코너를 통해 신림동 고시촌에 파고든 윤락 ? 사행업소의 실태를 소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 새 신림동 고시촌은 많은 외형의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의 오락공간으로 남아있는 곳은 단연 바로 만화방과 비디오방이다.

신림동 고시촌 비디오방의 가장 큰 특징은 비교적 낙후한 시설에 있다. 여전히 비디오방 1세대 모델인 목욕탕 휴게실용 의자가 놓여있는 곳이 대부분일 정도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시생이 나홀로 비디오방을 찾기 때문에 방 역시 대부분 1인용이다.

에로 비디오 수요 의외로 적은편
고시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일까. 신림동 고시촌에서 8년째 비디오방을 운영중이라는 한 업주는 “단연 최근 출시작이 가장 인기가 높다”면서 “특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비디오방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액션영화가 가장 인기”라고 얘기한다.

다만 요즘에는 여성 고시생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멜로 영화도 많이 찾고 있다고.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은 나홀로 찾는 이들 보다 두 사람이 짝을 이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로운 고시생이라면 에로 비디오에도 큰 인기를 끌 듯 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에로 비디오의 수요는 적은 편이라는 게 업주의 설명. 다만 비디오방을 처음 신림동에 열었을 90년대 후반에는 에로 비디오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특히 클릭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하는 에로 비디오의 경우 마니아도 상당수라 신작이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비슷한 연령대로 역시 대학생들이 대다수인 신촌 일대 비디오방은 또 다른 모습이다.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대 등 대학이 밀집해있는 신촌의 경우 수많은 대학생들이 몰리는 대학가다. 이곳 역시 지난 10년 사이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당구장 일색이던 신촌 유흥가에서 요즘 당구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고 신촌의 상징이었던 독수리 다방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위세를 자랑하고 있는 업종이 있으니 바로 비디오방이다. 지금은 DVD를 주로 다루며 DVD방의 모습으로 변화했지만 이는 기기의 변화일 뿐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다.

시설은 신림동 고시촌과 천양지차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신촌 일대의 비디오방은 마치 고급 러브호텔처럼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대학생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비디오방이 저렴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디오방 이용료에 돈 1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러브호텔 대실료가 나온다. 하지만 그만큼 가까워진 사이가 아닌 대학생 연인들 사이에서는 비디오방이 더욱 인기다. 특히 사귄지 얼마 안 된 연인들이 키스와 약한 애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입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해도 된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물론 신촌 일대의 비디오방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최근 출시작이다. 다만 액션영화 보다는 멜로 영화가 더 인기가 높고 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도 잦은 선택을 받는다고. 신촌에서 비디오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대학생 연인들이 올 경우 선택권을 여학생이 갖는 경우가 많아 여성 취향의 영화가 인기”라면서 “몇몇 이 부근에서만 인기가 높은 영화들이 있는데 이런 영화를 빌리는 손님의 경우 그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장 구석진 방으로 안내하곤 한다고 얘기한다.

상영시간 긴 영화가 단연 인기
여기서 말하는 바 ‘이 부근에서만 인기있는 영화’란 런닝타임이 긴 영화를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다. 90년대 대학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던 긴 런닝 타임의 영화인 <파 앤드 어웨이>는 이제 비디오방에서 종적을 감췄고 그 바통을 <러브 오브 시베리아>가 이어 받았다. 유명 포탈사이트 지식 검색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문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레게 자연스럽게 비디오방에 가자고 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영화가 가장 런닝 타임이 긴지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눈에 띄는데 기상천외한 답변들도 눈에 띄곤 한다.

신촌 일대 비디오방에서도 에로 비디오는 별 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에로 비디오가 전혀 없는 비디오방도 있을 정도니. 대신 극장 개봉 영화이나 노출 수위가 높은 비디오가 인기다. 특히 외국 예술 영화로 무삭제 상영됐던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김혜수, 문소리 등 인기 여배우의 노출이 가미된 한국 영화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20대 초중반이나 상황이 정반대인 이들이 모여 있는 동네 나가요촌에서는 비디오방 대신 비디오 대여점을 만날 수 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비디오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별 다른 답변은 얻어내지 못했다. 논현동 일대의 나가요촌을 찾은 기자는 어렵게 동네 구석진 곳에 위치한 비디오 대여점을 찾을 수 있었으나 “요즘엔 아가씨들이 비디오를 빌려가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2년 전부터 무협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잠깐 호황을 누렸지만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지난 해 가을부터 발길이 뜸해졌다고. 특히 월세를 못내서 보증금을 다 까먹고 월세도 두세 달 밀린 아가씨들이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잦아 대여해준 비디오를 분실하는 경우가 많아 찬아와도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처럼 도우미가 나오는 비디오방도 있다. 특히 경기도 일대의 비디오방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고 비디오방에서 아가씨들을 데리고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인근 다방에서 커피를 시킨 뒤 티켓을 끊고 비디오방에서 연애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선 비디오방 요금이 1만원가량이고 티켓 끊는 요금이 4만원에서 5만원 사이다. 그렇다고 티켓만 끊는다고 연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티켓을 끊는 돈은 다방 아가씨가 업주에게 가져다 줘야 하는 시간당 요금일 뿐이고 연애를 위해서는 아가씨와 별도의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그 요금이 대략 6~7만원선. 비싼 경우 10만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데 아가씨와 어떻게 합의를 보느냐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모텔수준의 방에서 즉석 매춘도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는 주변이 어두워야 한다. 사운드에 대한 만족감을 갖추기 위해서는 밀폐된 공간이 좋다. 이런 모든 주변 환경은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갖춰진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의 활용 방식을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바꿔가고 있는 듯 하다.

다만 비디오방은 모텔처럼 완전히 밀폐된 안전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끔 인터넷에 나도는 불법 동영상 가운데 비디오방 몰카가 돌아다니곤 한다. 게다가 비디오방은 설치 규정상 반드시 창문이 있어야 한다. 물론 어둡게 칠해져 있거나 매우 작은 크기로 손님들을 안신하게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몰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때문에 간혹 이를 이용해 몰래 방 안에서 들여다보는 이들도 있다.

이마져 하나의 묘미로 느끼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비디오방은 아슬아슬한 첫 키스를 나누는 설레임의 공간 정도가 가장 적절한 쓰임새가 아닐까 싶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


입력시간 : 2005-04-08 13:11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