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성인영화 전용 촬영 세트장일반인 누드촬영 스튜디오 역할도 병행

[이색지대 르포] 에로 비디오 업계 부활 '공사중'
한국 최초 성인영화 전용 촬영 세트장
일반인 누드촬영 스튜디오 역할도 병행


전화 통화로 부천 역곡동 대로변이라는 대략의 위치를 설명만으로 찾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 최초의 에로 비디오 전용 촬영 세트장’. 이 거대한 문구에서 풍겨 나오는 위력에 다소 움츠러든 기자는 계속 거대한 세트장을 찾아 다녔으나 설명 속의 대로변은 일반적인 상가 거리일 뿐, 그 어디에서도 거대한 세트장의 위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 낸 ‘한국 최초의 에로 비디오 전용 촬영 세트장’은 일반 상가 건물의 지하실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들어서는 입구에는 공사 현장의 안전 표시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현재 ‘공사중’으로 안전에 유의하라는 표시판이 걸려 있다는 얘기는 아직도 이 건물 지하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얘기인지, 의아임을 갖고 들어선 한국 최초의 촬영 세트장은 친숙한 신음 소리(?)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알고 보니 지하실 입구에 부착된 ‘공사중’ 표시판은 일종의 문패였다. 바로 이 곳의 명칭이 ‘공사중’. 이에 대해 설립자인 하지만 씨는 “총 8개의 세트를 구비해 놨으나 계속적으로 컨셉트를 바꾸기 위해 수시로 세트 교체 공사가 진행중”이라면서 “실은 에로 비디오 촬영의 필수 요소인 ‘공사’(촬영 도중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음부에 무언가를 붙여 놓는 것)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열악한 환경, 열기만은 최상급
‘한국 최초의 촬영 세트장’이라는 단어에서 다소 놀랐지만 어차피 ‘에로’는 에로다. 계속된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 에로업계는 오랜 기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최근 모바일 성인 콘텐츠 산업의 호황으로 에로 업계가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 한국 최초의 에로 비디오 촬영 세트장으로 문을 연 ‘공사장’ 역시 부천시 소재의 한 건물 지하실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보증금을 포함해 모든 세트장 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5,000여만원. 영화나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받는 작품 한 편의 이용료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건립된 열악한 환경이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원래 미천한 법.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에로 비디오 업계가 이렇듯 다시 부활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곳은 오픈한 하지만 씨는 현직 에로 배우다. 지난 3년간 에로 배우로 활약하며 품었던 아쉬움을 풀기 위해 직접 촬영 세트장을 건립한 그는 여전히 에로 배우로 활동하면서 ‘공사중’의 경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트장은 침실, 학교, 사무실, 감옥, 병원, 한옥, 스튜디오 등 총 7개로 꾸려져 있다. 비록 영세한 시설에 협소한 공간이지만 각각의 세트는 에로 비디오 촬영에 부족함이 없도록 잘 꾸려져 있다.

탄탄한 세트 시설은 하 씨와 동업으로 ‘공사중’을 운영하는 무대 디자이너 친구의 실력 때문. 협소한 공간을 적절히 활용했고 각종 소품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다른 영상물에 비해 에로 비디오가 공간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디자인이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 좁은 공간만으로도 촬영이 가능한 모바일 성인 콘텐츠 제작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공사중’의 쓰임새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간당 5만원, 1일 사용료 40만원으로 사용 요금을 책정해 놓은 하 씨의 진정한 목표는 이 곳이 에로비디오 뿐만 아닌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사실은 일본의 이미지 클럽과 같은 변태 클럽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하 씨는 “한국에서는 그런 업소가 불법이기 때문에 대신 이렇게 만든 것이다. 에로 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 곳을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얘기한다.

이미지 클럽이라, 사실 공사중에 처음 도착해 7개의 콘셉트로 끄며진 세트를 돌아다니며 얼마 전 이색 지대에서 소개한 바 있는 한국형 이메쿠라와 비슷한 인상을 받은 게 사실이다. 물론 한국형 이似瓷瓚?경우 윤락을 목적으로 한 공간이라 각각의 방이 폐쇄되어 있는 데 반해 이 곳은 모든 공간이 뚫려 있는 세트장이라는 게 다르지만.

다만 ‘일반인들이 에로 비디오 촬영 세트장을 활용한다’는 얘기는 이해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 스스로 야한 동영상을 찍고 싶을 때 이 곳을 활용한다는 뜻일까. 이에 대해 하씨는 “요즘에는 누드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연예인 누드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제는 스스로 누드를 촬영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곳이 가장 적절한 스튜디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운영
벌써 몇몇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에서 이 곳을 찾은 바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회원들에게 누드 촬영은 한 번쯤 반드시 해 보고 싶은 영역에 포함되나 그런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하 씨는 ‘공사중’의 다양한 콘셉트에 따른 누드 촬영의 기회를 제공하고 누드 모델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누드 모델까지 소개해주고 있다. 현직 에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 여배우들을 소개시켜 주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간혹 모델 없이 이 곳을 찾아, 회원들이 번갈아 가며 누드 모델이 되어 주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특이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어느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에서 우리 ‘공사중’을 찾았는데 회원만 일곱 분이 오시고 모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델을 소개해 주겠다고 얘기하자 필요 없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회원 가운데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번갈아 가며 누드 모델이 되는 거예요. 회원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모두 벗고 전라 상태로 포즈를 취하는 여성분이나 이를 카메라에 담은 남성분들이나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아직까지는 일반인의 동영상 촬영까지 허용할 생각은 없고 그런 문의도 없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개인 소장용으로 야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그런 형태로 불법 포르노를 촬영해 상업적으로 유통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문을 연 만큼 합법적으로 운영해 모두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하씨의 작은 바람이다.

하 씨는 곧 이 곳에서 일반인 커플들의 은밀한 사진 촬영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그런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지만 문의 전화가 상당히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젊은 커플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은밀한 둘 만의 누드를 찍고 싶다며 방법을 문의해오고 있는데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한다. 하 씨는 “이런 이용객까지 ‘공사중’을 찾기 시작하면 곧 에로 업계의 촬영과 일반인의 누드 촬영 비율이 5:5 정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하 씨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가 ‘공사중’을 오픈한 가장 큰 이유, 그리고 대의적인 명분은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에로 업계의 발전적 성장을 위해서이다. 펜션이나 모텔 등을 전전하며 베드 신을 촬영해야 하는 에로 업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이 곳을 오픈한 것이라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반인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달갑지 않을 일이다.

현재 에로업계의 가장 큰 수익원은 모바일 콘텐츠로 연예인 누드와 성인용 동영상이 주된 종목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반인의 셀프 누드가 늘어난다면 모바일을 통한 에로 업계의 수익은 나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사중’의 경영주 입장에서는 일반인의 이용 비율이 높아지는 게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공사중’이 쉬지 않고 돌아가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사이에 확산된 셀프 문화가 이제는 에로나 누드 관련 문화에 까지 접목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 씨 역시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달라진 문화적 현상”이라며 “곧 일반인의 누드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 스튜디오가 대거 문을 열게 될 것 같다”고 진단한다.

어렵게 구한 외국 잡지를 통해서나 볼 수 있던 누드를 손쉽게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누드가 직접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4-13 16:22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