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재롱에 봄바다도 춤췄다긴부리 참돌고래·큰돌고래에 환호, '건강한 바다' 확인

그린피스 레인보워리어호 동해 고래탐사 동승취재
돌고래 재롱에 봄바다도 춤췄다
긴부리 참돌고래·큰돌고래에 환호, '건강한 바다' 확인


동해에서 만난 큰돌고래 무리

저 멀리 바다 위에 가물가물 갈매기 떼가 나르는 것이 보였다. 갑판 위에서 고래를 관찰하던 호주 해양생물학자 리비스가 오스카 부선장에게 선수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한참동안 전속력으로 바다를 가르던 배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긴부리참돌고래였다. 레인보워리어(Rainbowwarrior)호에 동승한 지 이틀째에 만난 돌고래들은 그린피스 대원들에게 인사라도 하듯 공중을 뛰어오르며 재롱을 부렸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돌고래의 향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500mm 망원렌즈를 들이대는 순간 돌고래들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황해 눈으로 확인하니 돌고래들은 벌써 배 앞까지 와 있었다.

돌고래들이 사라져 버릴까 하는 초조함으로 재빠르게 렌즈를 바꾸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번에는 배 밑까지 온 돌고래들이 배가 만들어내는 파도에 몸을 싣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렌즈를 바꿀 새도 없이 보이는 대로 찍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물속에서 나오질 않아 애를 먹었다. 이렇게 2, 3분을 놀아주던 돌고래들은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고래 생태조사, 바다에서 눈 못떼
“동해에도 고래가 산다.” 당연하지만 눈으로 보지 못한 사실을 목격하자 눈앞에 펼쳐진 동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고래가 살까’ 하는 의문은 이내 ‘과연 얼마나 많은 고래가 이 바다에 살고 있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그린피스와 함께 동행한 6일 동안 한시도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자는 3월 18일 우리나라에 온 세계적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레인보워리어호에 한국 기자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6일 간 동승해 이들의 동해 고래탐사를 취재했다. 그린피스가 한국에 온 목적은 5월 말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를 앞두고 동해안의 고래 생태조사와 고래 보호 캠페인을 위해서다. 독립적인 비영리단체로서 전 세계 40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는 그린피스는 종의 다양성을 지키고 환경 위협에 대처하는 국제적인 환경단체다.

그린피스의 인천항 입항부터 상업포경은 아니더라도 연구 등의 목적을 위한 제한적 포경 허용을 주장하는 울산 어민들과의 마찰이 예상되었지만 1970, 80년대 포경의 전진 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항에 입항할 때까지 별다른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울산 장생포항에 입항중인 레인보워리어호(오른쪽)

그린피스 국제부 해양캠페인 담당 짐 윌킨스는 한국 언론들이 그린피스의 방문을 포경을 막는 국제적 환경단체와 포경을 원하는 국내 어민들간의 싸움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린피스가 원하는 것은 깨끗한 바다와 풍족한 어족으로 그린피스는 결코 어민들의 적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와 같은 관계라고 설명했다.

항해 마지막 날인 4월 4일, 또다시 저 멀리 바다 위 하늘에 갈매기 떼가 날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항해 선로가 바뀌었다. 전속력으로 도착해보니 큰돌고래들이 물위를 차오르며 떼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큰돌고래는 동물원의 돌고래 쇼에서 볼 수 있는 고래로 영리하며 긴부리참돌고래에 비해 주둥이가 짧고 몸집이 크다.

동해의 먼바다에도 고래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돌고래가 나타나자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던 대원들은 어느새 갑판 위로 모였다. 멀리 보이는 돌고래 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이처럼 인사를 하는 대원들에게 돌고래들은 화답이라도 하듯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오스카 부선장은 3개월 간의 힘든 항해에도 이런 순간이 있기에 참고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고래 떼가 지나간 뒤 대원들은 고래를 만났다는 흥분이 가시지 않는지 선상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배는 시동을 멈추고 돛을 편 뒤 바람에 몸?맡겼다. 석양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파티를 즐기는 대원들의 화제는 단연 고래였다. 아름다운 동해 상의 선상파티는 이렇게 밤새도록 계속 되었다.

레인보워리어호는 4일 마지막 목적지인 울산의 장생포항에 입항했다. 그린피스는 한국 연안에서 발견한 고래의 종류와 목격 횟수 등을 종합해 발표했다. 한국연안에 고래가 있긴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레인보워리어호 동승취재는 긴부리참돌고래와 큰돌고래등 두 종류를 관찰하는 수확을 올렸다.

"고래는 바다생물 대표하는 외교관"
짐 윌킨스씨는 기자에게 “고래는 바다 생물을 대표하는 외교관 같은 존재이다. 고래가 많을수록 그 바다는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건강한 바다” 라고 말했다. 기자는 눈앞에서 고래를 보았다. 동해에는 고래가 살고 있었고 그래서 희망도 살아 있다.

◆IWC와 우리나라 고래잡이

국내외적으로 고래잡이 재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울산에서 59개 회원국 8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고래자원을 합리적으로 보존 관리해 포경산업을 질서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1946년 설립된 IWC에 우리나라는 1972년 가입했다. 총회는 매년 열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1900년대부터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번성했던 장생포항은 이후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어민들은 늘어난 돌고래들이 오징어 멸치 정어리를 엄청나게 잡아먹고 어업도 방해하고 있다며 제한적 포경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WC의 포경금지 대상에 돌고래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우리 정부는 수산업법에 의해 돌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다.

조영호 기자


입력시간 : 2005-04-13 20:05


조영호 기자 vold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