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철 동해안 산불반복되는 대형산불, 악순환 끊을 근본적 방재시스템 구축해야

화마에 휩쓸려 '불구의 땅'으로
또 봄철 동해안 산불
반복되는 대형산불, 악순환 끊을 근본적 방재시스템 구축해야


식목일(植木日)이 화마(火魔)의 식목일(蝕木日)로 변했다. 산림청에 의하면 식목일인 4월 5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3건으로, 500ha가 넘는 삼림을 삼켰다. 특히 강원도 고성ㆍ양양군의 피해는 400ha로 최다 면적을 기록하면서 문화재 소실 등의 피해까지 입혔다.

이번 강원 지역의 피해 상황은 산불 발생이 적은 해의 삼림 화재 총 피해와 맞먹는다. 1990년에 발생한 산불의 전체 규모는 175ha(2,500여 만원 상당), 1991년은 429ha(1억 2,700만원 상당) 등으로 기록돼 이번 산불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이 밖에 1996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마좌리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해 사흘 밤낮에 걸쳐 인근 읍ㆍ면 18개 리(里)를 휩쓸었고 3,834㏊(227억원 상당)에 달하는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이어 2000년 4월에는 9일간에 걸쳐 고성, 삼척, 속초 등지에 걸쳐 2만 3,448ha(여의도 면적의 78배ㆍ1,000여 억원 상당)에 달하는 울창한 삼림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기록을 세웠다.

이번 화재로 무려 세 번이나 대형 산불의 해코지를 당한 고성군은 이제 언제 끝날 지 모를 '자연 치유'가 필요한 불구의 땅이 됐다. 하지만 양양군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곳은 1980년 5월 500여ha의 산림을 소실한 이후로는 25년간 이렇다 할 산불이 없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존해 왔다. 그러나 250ha를 삼킨 이번 산불로 그 간의 행운은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한편 산림청이 과거 1998년에서 2002년까지 5년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ha 이상의 대형 산불은 지역적으로는 동해안, 시기적으로는 봄철에 집중돼 있다. 또한 봄철 산불은 연간 발생 건수의 90%를 차지하는데, 면적으로는 9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림 전문가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봄철 산불은 악순환 고리에 의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방재 시스템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봄철 영동 지역에는 왜 산불이 잦을까?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김수진 교수는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 조밀한 잡목, 소방차 접근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교수는 특히 영동 지역의 경우, '푄 현상(높새 바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봄철 한반도에는 남북 간의 기압차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특히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비를 뿌리게 되는 경우에는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들이 빠져나가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바람은 담뱃불로도 발화가 가능한데, 나무의 부대낌만으로도 불이 나기에 충분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풍수지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자연지리협회 노영준 회장은 음양 이론을 원용했다.

노 회장은 "양양(襄陽)군의 양(襄)은 '돕다. 높은 곳을 오르다. 머리를 들다', 즉 햇볕을 도운다는 뜻"이라며 "4월에서 5월에는 동남방의 기후가 강하여 열대성 고기압이 불어 올라 오게 되며 차가운 저기압은 북쪽으로 물러가게 되므로 양의 기운을 더욱 승하게 해 불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강원도 대형산불 발생일지

1980년 5월9일 양양군 500㏊
1986년 4월8일 고성군 거진읍 800㏊
1989년 3월19일 홍천군 서면 8.8㏊
1992년 4월22일 고성군 현내면 비무장지대 3000㏊
1993년 4월17일 삼척군 원덕읍 400㏊
1996년 4월23일 고괏옥六辣?3700㏊
1998년 3월29일 강릉시 사천면 350㏊
2000년 4월7일 고성군 토성면 2696㏊
2000년 4월7일 강릉시 사천면 1447㏊
2000년 4월7일 동해시 삼화동 2244㏊
2000년 4월7일 삼척시 근덕면 1만6751㏊
2001년 5월16일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금단골 13㏊
2001년 5월16일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20㏊
2001년 5월29일 고성군 거진읍 6㏊
2002년 3월10일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150㏊
2004년 3월10일 속초시 노학동 청대산 120㏊
2004년 3월10일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28.5㏊


▲ 산불예방 요령

1. 산행 전에는 입산통제ㆍ등산로 폐쇄 여부를 확인하고 산불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에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
2. 입산시는 성냥ㆍ담배 등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않는다.
3.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허용된 지역에서만 실시한다
4. 성묘ㆍ무속행위로 불가피하게 불씨를 다루어야 할 경우 반드시 간이 소화장비를 갖추도록 한다.
5. 산림과 연접된 지역에서 소각해야 할 경우 해당관서에 사전허가를 받고, 불씨가 산림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조치를 하고 소각한다.
6. 산림 또는 산림과 연접된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씨를 다루지 못하게 하고, 산불조심을 당부한다.
7. 산불 원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경우 즉시 경찰 혹은 산림관서 등에 신고한다.


▲ 산불을 발견했을 경우 대처요령

1. 산불 발견시 119, 산림관서, 경찰서로 신고한다.
2. 초기의 작은 산불을 진화하고자 할 경우 외투를 사용하여 두드리거나 덮어서 진화할 수 있다.
3. 산불은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확산되므로 바람 방향을 감안하여 산불의 진행경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4. 불길에 휩싸일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주위를 확인하여 불길이 약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한다.
5. 대피장소는 타버린 연료지대, 저지대, 연료가 없는 지역, 도로, 바위 뒤 등으로 정한다.
6. 산불보다 높은 위치를 피하고 복사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7. 대피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에는 낙엽, 나뭇가지 등 연료가 적은 곳을 골라 연소물질을 긁어낸 후 얼굴 등을 가리고 불길이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는다.
(자료제공:산림청 산불방지과)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5:00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