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 낯뜨거운 性해방구?한국 남성은 출입금지, 외국 남성과의 질펀한 '국제교류' 술자리

[이색지대 르포] 이태원 외국인 클럽
한국여성의 낯뜨거운 性해방구?
한국 남성은 출입금지, 외국 남성과의 질펀한 '국제교류' 술자리


어떻게 보면 그곳은 전혀 이색적이지 않은 공간일 수도 있다. 밤 늦은 시간 그곳에선 남녀가 모여 함께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 자연스레 합석이 이뤄지고, 마음이 통하면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길 수 있다. 요즘 세태에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런 술자리 문화는 새로울 것도 문제가 될 것도 없는, 2005년 서울의 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특이한 게 있다면 그곳은 한국 남성의 출입이 실질적으로 금지된 공간이란 점이다. 이런 형식의 바에 들어갈 수 있는 남성은 외국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결국 그곳에선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만나 국제적인(?) 교류를 갖는 술자리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 남성에겐 ‘금남의 집’, 한국 여성에겐 ‘성 해방구’인 이태원 소재의 외국인 클럽을 찾아봤다.

1990년대 락카페와 비슷한 구조
첫 번째 시도는 완벽한 실패였다. 지난주 새벽 1시경 이태원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A 외국인클럽을 찾았지만 입구에 서있던 직원들로부터 “다음에 다시 와 달라”는 얘기로 완곡한 ‘입장 불가’를 통보 받았다. 그렇다고 이런 업소들이 정식으로 ‘한국 남성 출입금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 남성끼리 외국인 클럽을 찾을 경우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이미 만원이라 자리가 없다”는 식으로 출입을 제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손님들, 외국인 남성들이나 한국인 여성들은 아무 제지 없이 클럽 안으로 들어가니 사실상 출입을 거절 당한 것이다.

한국 남성은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본래는 한국 남성 역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으나 몇 차례 외국인과의 시비가 폭력사건으로 이어진 뒤 업소 측에서 한국 남성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포기하고 길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 이태원 전경과 몇몇 외국인 클럽 간판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체격의 남자 세 명이 “왜 마음대로 사진을 찍느냐”며 가로 막았다. 그렇게 이태원 외국인 클럽 취재 첫날은 ‘실패’라는 성적표만 받아 든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음날 새벽 1시경 기자는 다시 이태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외국인 클럽에 직접 들어가 내부 상황을 대신 체험해줄 지원군을 대동했다. 문화 관련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영어 회화에 불편함이 없다. 그는 친구와 함께 전날 취재를 시도했다 실패한 A 외국인 클럽과 인근 B 외국인 클럽 등 두 군데를 찾은 후 한국 남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선 생김새는 일반 클럽과 다르지 않다. 내부는 바를 중심으로 테이블이 있고 포켓볼 당구대가 마련되어 있다. 다른 점은 술자리 모습이다. 주로 생맥주 내지는 병 맥주를 마시는 데 안주를 시키는 테이블은 거의 없다. 술을 시키면 거의 의무적으로 안주를 주문해야 하는 일반 클럽과는 다르다. 또 춤을 추는 이들도 상당수인데 별도로 무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테이블 중간중간 일어서서 음악에 몸을 맡기면 바로 그곳이 스테이지가 된다. 9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던 ‘락카페’와 닮았다. 술값은 저렴한 편으로 병 맥주는 4,000~5,000원 수준이고, 생맥주 2,000CC 피쳐가 8,000원가량이다.

화장실에서 노골적인 애정행각
술자리의 핵심은 테이블 합석, 소위 부킹에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한국 여성은 어딘가 자리를 잡고 술만 마시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외국인 남성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네며 합석이 이뤄진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외국인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점이었다. 최근 2~3년 동안 이태원에 흑인 남성의 비율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이태원을 자주 찾는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흑인 남성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밤일’에 강하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태원에 나도는 풍문이다.

외국인 클럽 두 곳을 돌아다닌 여자 프리랜서는 “화장실에서 수위 높은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면서 “화장실 문이 반쯤 열려있는 데 이에 개의치 않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난처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합석한 뒤 한 시간도 안돼 테이블에서 키스를 하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함께 춤을 추며 상대방의 몸을 매만지던 커플이 테이블로 돌아와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 입술을 빠는 경우도 있다”는 여자 프리랜서는 “그러다 함께 화장실에 갔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고는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이다. 일행이 함께 클럽을 찾아 술을 마시다 합석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초면이다. 그런데 일행 가운데 한명이 처음 만난 외국인 남성과 즉석에서 키스를 하고 또 화장실에 함께 가 애정행각을 벌인 뒤 돌아온다. 그런데 함께 온 일행이 이런 상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니…. 한국인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현장을 취재한 여성 프리랜서는 “대부분 의식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게다가 만취 상태에서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대부분으로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은 우리뿐이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그곳을 찾는 여성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영어 회화를 구사했고, 외국인 남성들 역시 기본적인 한국어는 가능했다고 한다.

주한미군과 외국인 강사 5:5 비율
여자 프리랜서가 외국인 클럽 내부를 취재하는 동안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과 상가 주민들을 살펴봤다. 이태원의 오랜 벗은 주한 미군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한 미군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 곳 상인들의 판단이다. 반면 관광객이 조금 늘었고 외국인 강사가 급증해 이제는 주한 미군과 외국인 강사의 비율이 거의 5대 5 정도가 됐다고 한다.

클럽에서 몇몇 외국인 남성과 합석해 대화를 나눈 여성 프리랜서 역시 외국어 강사로 활동 중인 남성이 상당수였다고 얘기한다. 의도적으로 최근 불거진 외국인 강사 실태 관련 보도 얘기를 꺼내자 그들은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국적이나 인종을 떠나 함께 술자리 분위기를 즐길 뿐 한국인을 비하하는 마음은 절대 없다는 항변이었다. 문제가 된 몇몇 사례들에 대해서는 “그런 강사들이 정말 있는지 모르지만 그건 제한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돌아다녀 본 몇몇 나라나 내 고향과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세계화를 앞세워 영어를 무기로 한국을 찾은 외국어 강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만남이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구태의연한 방법에서 벗어나 한국 여성들의 자발적인 의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주한 미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 등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은 이런 자발적인 의사 가운데 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 사대주의다. 영어 하나만 잘 하면 성공이 허락되는 나라, ‘외제’라는 단어가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시대를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반복 학습된 문화 시대주의의 무서움이 그 것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4-21 15:43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