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보물 풀어놓는 교감의 장"공개·비공개 선택으로 사생활 보호, 블로그 발전으로 사이트 인기 급상승

[인터뷰] 옥세현 '일기나라' 운영자
"마음 속 보물 풀어놓는 교감의 장"
공개·비공개 선택으로 사생활 보호, 블로그 발전으로 사이트 인기 급상승


“온ㆍ오프라인 일기의 장점만을 모은 새로운 ‘일기나라(http://www.ilginara.com)’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일기사이트 ‘일기나라’의 운영자 옥세현(38)씨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일기 검사가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일기의 교육적 효과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어,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선생님들이 온라인 일기를 이용한다면 인권위가 지적한 오프라인 일기검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일기 검사는 일기 작성자가 비공개냐 공개를 선택할 수 있어 사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온라인 일기 검사는 우선 일일이 모으고 검사하고 나눠주는 기존 일기 검사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급 학생들에 그치지 않고 전교생들의 생활을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일기나라에는 2~6명의 학우들이 일기를 교환하는 ‘교환일기’를 학교 일기 숙제 대신으로 이용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편리한 보관, 확실한 비밀유지
온라인 일기는 ‘보관의 편의성, 비밀유지의 확실성’등을 내세워 누리꾼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기나라’ 사이트 회원은 4월 현재 40만 명에 이른다. 2001년 100여명으로 시작해 4년 여 만에 회원수가 무려 4,000배나 늘었다. 일기나라는 각종 사이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했던 2001, 2002년에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블로그의 급속한 발전에 발맞춰 인터넷 일기의 인기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일기의 종류가 세대별로 나뉘어지고 테마도 사랑과 우정, 이별, 고해성사 등으로 확대된 것이 이 사이트의 큰 특징이다. 자신의 고민과 연관된 주제를 찾아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옥씨는 “생계, 취업, 이성 등 어려운 현실에 대해 써놓은 일기를 보고 다른 회원들이 섬세한 마음으로 올린 격려의 답글을 볼 때 사업하는 진짜 보람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블로그나 싸이월드로 몰리면서 오히려 일기나라는 정체성을 다시 찾았다”고 말하는 그는 일기나라의 특징으로 또 다른 것을 꼽았다. 답글을 기계적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답글 내용이 보다 진솔해졌다는 것이다.

가입 회원의 남녀 비율은 약 7대 3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여고생 수는 10만 명 가량이다. 세대별로는 10대가 50% 이상, 20대 39%, 30대 이상 11% 등이다. 실제 일기를 쓰는 회원도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옥씨는 “여성 회원들은 비주얼한 일기를 즐긴다”며 오프라인 일기를 소설이라고 한다면, 음악ㆍ사진ㆍ그림이 들어 있는 비주얼한 온라인 일기는 영화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일기검사 문제점 극복 계기 될 수도
중앙대 심리학과 졸업 후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기자단 사업팀, 광고 기획사 등을 거친 그는 “개인의 가장 비밀스러운 보물인 일기장의 인터넷 공개를 통해 공감과 교류가 형성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은 표면적인 의사소통을 뛰어넘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사이트 개설 이유와 기대를 밝혔다.

최근 일기나라에서는 가벼운 글이 되기 쉬운 온라인 일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일기로 변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신이 쓴 온라인 일기를 책으로 만들려는 회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일기나라’가 어떻게 기존 일기 검사와 일기 쓰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온라인 일기문화의 지평을 열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4-27 15:42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