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가격으로 낮손님 크게 늘며 최고 호황데이트코스중 하나로 인식

[이색지대 르포] 대학가 모텔촌, 오후1시…빈 방이 없다
시간제 가격으로 낮손님 크게 늘며 최고 호황
데이트코스중 하나로 인식


최근 순천향대 산부인과 이임순 주임교수가 발표한 ‘젊은 여성의 성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상당부분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담겨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고졸이상 학력의 17~25세 미혼여성 400여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 미혼여성이 전체의 34%로, 여고생 9%ㆍ대학생 26%ㆍ직장 여성 58%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도 여고생 5%ㆍ대학생 15% ㆍ직장인은 40%로 조사됐다. 혼전 순결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이번 보고서의 결과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요즘 대학생 커플의 경우 데이트 코스 가운데 모텔이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이제는 성관계가 하나의 데이트 코스라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함께 식사를 하듯 이제는 섹스를 즐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대학생의 개방적인 성생활은 대학가 모텔의 호황과 연결된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장 어렵게 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모텔 예약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매년 12월 25일과 12월 31일 대학가 모텔은 최소한 일주일전에 예약하지 않으며 객실을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거리낌 없는 모텔출입
대학가 모텔촌의 최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는 신촌 일대의 모텔촌을 찾았다. 저녁 시간의 경우 손님이 많아 취재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돼 오후 1시쯤 한 모텔로 들어가 프론트 직원을 만났다. 그런데 프론트 직원이 무심코 던진 첫마디는 “지금 빈방 없어요”였다. 아마도 동행한 여성이 모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오후 1시에 빈방이 없다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취재 중임을 밝히자 조금 머뭇거리던 이 직원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뭐 그러느냐”라고 얘기한다. 요즘 대학가 모텔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제도의 변화다. 기존 가격 제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쉬었다 가는’ 데 2만~2만 5천원, ‘숙박’은 4만~5만원 가량이었다. 물론 주말에는 1만원 가량 요금이 추가된다.

그런데 최근 도입된 가격 제도는 시간제다. 1시간에 5천원씩 시간 단위로 모텔을 이용할 수 있게 바꾼 뒤 손님이 급증했다고. 물론 서너 시간 동안 모텔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가격 인하가 느껴지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한 두 시간 정도 모텔을 이용하려 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제도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비디오방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이제 비디오방에서 은밀한 첫 키스를 나누던 커플들의 양상이 모텔에서 첫 관계를 갖는 방식으로 변화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제도를 시간 단위로 바꾸고 난 뒤 낮 시간대 손님이 급증했다”는 모텔 프런트 직원은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모텔을 찾는 커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한다.

마침 한 커플이 객실에서 나오면서 빈방이 생겼다. 이에 기자는 잠깐 동안 방을 둘러보겠다며 직원을 따라 객실로 올라갔다. 객실 안은 방금 전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 시간을 이용하고 나간 커플은 짧지만 뜨거운 시간을 보낸 듯.

객실은 상당히 깨끗하고 첨단화 되어 있었다. 월풀 욕조는 기본이고 폭포식 샤워기도 눈길을 끌었다. 초고속인터넷이 완비된 컴퓨터 역시 최신 기종이었고 TV 역시 최상품이었다. 시험기간에는 커플끼리 모텔을 찾아 시험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화장대를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했다는 게 직원의 설명. 시험기간에 커플이 모텔을 찾아 시험공부를 하고 컴퓨터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게다가 사랑까지 나눈다니 세태의 변화가 기성세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모텔에서 た?모텔촌 거리에서 가만히 주위 전경을 살펴봤다. 30분가량 머무르고 있는 동안 여러 커플이 모텔 출입문을 드나들었다. 대낮에 모텔을 드나들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도 대부분의 커플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어 보였다.

몇몇 커플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면박당하기 일쑤. 어렵게 한 커플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에 성공했다.

시험공부도 하고 사랑도 나누고
이들은 인근 대학교 학생들로 여학생이 1년 선배인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이들은 리포트를 내야 하는 과목이 있는데 이미 지난 해 같은 수업을 들은 바 있는 여학생의 도움을 받기 위해 모텔을 찾았다고 얘기한다. 물론 커플석이 완비된 PC방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 교제중임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모텔을 찾았다고. 1시간에 5천원이면 가격 역시 PC방보다 그다지 비싼 수준은 아니다.

이들은 모텔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어 보였다. 오히려 몰래 데이트를 즐겨야 하는 비밀 커플들에게는 가장 좋은 장소라고 얘기한다. 함께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데이트를 남의 시선 의식 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시험기간에도 학교 도서관보다는 모텔을 애용한다는 이들은 “도서관은 자리 잡기도 힘들고 남들 몰래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모텔의 경우 한 방에서 함께 공부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훨씬 능률적”이라고 얘기한다. 차마 리포트만 쓰고 나왔는지 여부를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남학생의 머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모텔을 찾은 기자는 모텔 업주에게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0대 초반인 업주는 “요즘 대낮에도 모텔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대학생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가 젊을 때 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모텔을 활용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얘기한다.

앞서 만난 대학생 커플의 이야기처럼 시험기간에 공부를 목적으로 모텔을 찾는 커플들도 많고 컴퓨터를 이용하러 오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그런데 이렇게 모텔을 찾는 대학생들의 경우 100% 성관계까지 맺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객실을 치우다 보면 손님이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는 쉽게 알 수 있다”는 모텔 업주는 “정말 침대 부근에는 접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을 정도”라고 얘기한다. 다만 요즘 대학생들은 피임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객실을 치울 때 보면 콘돔을 비롯한 피임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없는 커플이 상당수라고.

또한 모텔에서 각종 이벤트를 즐기는 대학생 커플들도 상당수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각종 축하 도구가 종종 눈에 띄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경우도 잦다고. 대학생 커플들이 각종 기념일에 둘만의 파티나 이벤트를 갖기 위해 모텔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텔업주는 손님들의 깨끗한 매너를 부탁했다. 한번은 너무 어려 보이는 커플이 들어와 고등학생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분증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객실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방을 치우러 들어간 직원이 하얗게 질려서 나오더라고. 그래서 직접 객실에 들어가 보니 침대 위 이불에 대변을 봐놓았더란다. 아마도 들어갈 당시 실랑이에 대한 앙갚음을 한 것 같다는 게 모텔 업주의 설명이다.

성의식 날로 황폐
혼전 순결에 대한 관념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요즘, 성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하는 대학생들의 성의식이 날로 황폐해져 가고 있다. 영화 <청춘>에 나오는 대사처럼 “섹스란 사랑이다 뭐다 하는 이유만 갖다 붙이지 않으면 무척 즐거운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성관계란 책임이 뒤따르는 행동인 만큼 그냥 즐기는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젊은 층의 달라진 성문화를 개탄하기 앞서 기성세대가 나서 성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정립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5-26 14:58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