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들여오고 내가며 여행경비 뽑는 '알뜰 실속파'일본 중국서 한류 인기에 힘입어 꿩 먹고 알먹는 여행

돈도 벌고 관광도 하고 "보따리 여행, 짭짤해요"
면세품 들여오고 내가며 여행경비 뽑는 '알뜰 실속파'
일본 중국서 한류 인기에 힘입어 꿩 먹고 알먹는 여행


보따리 여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여행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위더스 여행사 박진웅 대표. 박철중 기자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철을 앞두고 ‘보따리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서 ‘보따리’는 일본과 중국을 오가는 소규모 무역상인 ‘하꼬비’와 ‘따이공’을 아우르는 속어다.

‘보따리 여행’은 결국 ‘일본이나 중국으로의 여행과 장사를 겸한 해외여행’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해외여행 경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편으로 4박 5일 동안 일본을 여행한다고 할 때 약간의 수고로 경비를 회수할 수 있어, 여행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값비싼 여비를 떠올리게 마련인 일반적인 의미의 ‘해외여행’과 ‘보따리 여행’의 가장 큰 차이다.

소규모 무역, 하꼬비·따이공이라 불러
보따리 여행을 요약하면, 일본이나 중국으로 나갈 때 해당국에서 정해놓고 있는 면세 통관 범위내의 물량을 도소매점에 넘겨 1차 이윤을 남기고, 다시 들어올 때 국내 면세 범위내에서 여행지의 물품을 들여와 국내 도소매점에 넘겨 발생하는 2차 이윤으로 여행비를 상쇄시켜 ‘꿩 먹고 알 먹는’ 여행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드나드는 ‘따이공’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보따리 여행지로는 여전히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일본이 강세다. 한국 제품(주로 식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성향과 일본 제품(거의 모든 공산품)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기호가 서로 죽이 맞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는 ‘따이공’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하꼬비’들이 축적한 노하우도 한몫 한다.

통상 일본으로 들어가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은 소비세를 포함해 15%선. 한국으로 들어올 때 부과되는 세금은 부가세를 포함 20~22%선이다. 이 세율은 물건을 넘기면서 챙길 수 있는 이윤과 비슷한데, 일본 세관 통관시 과세율 15%를 면할 수 있는 최대 범위인 2,000달러(200만원)와 한국의 과세율 20%를 피할 수 있는 상한선인 400달러(40만원)에 적용, 환산하면 각각 30만원과 8만원으로 모두 38만원의 이윤을 낼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왕복 뱃삯은 물론 항공료까지 가뿐히 빠지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 금액으로 여유 있는 여행은 쉽지 않다. 세금 혜택은 기본으로 챙겨야 하고, 그 외 이윤을 낼 수 있을 때 여유로운 여행도 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 일은 기발한 아이템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일본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기발한’ 물품으로는 드라마 ‘겨울연가’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배용준의 사진이 들어간 1,000원짜리 마우스 패드. 일본시장에서는 50배 가격인 50,000원에 팔렸다.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읽고 그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안목과 수완이 보따리 여행객들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쏠쏠한 재미와 해외 여행객의 증가에 따라 보따리 여행 수요자가 늘자, 여기에 맞춰 ‘프리마켓(flea marketㆍ벼룩시장) 체험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는 여행사도 있다. 위더스 여행사(travel.withusgroup.net)가 그 예. 이 여행사 박진웅 대표는 “해외 여행이 거기서 거기더라 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출시한 체험 여행 상품”이라며 “젊은 대학생들은 물론, 요즘에는 실속파 직장인들까지 줄을 잇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졸업생은 물론 창업을 염두에 둔 졸업 예정자들과 퇴직을 앞둔 직장인의 참여도 눈에 띈다”며 “대학 졸업생 4명 중 1명만이 취직에 성공한다는 살인적인 취업난과, ‘삼팔선’ ‘사오정’으로 불리는 직장 정년 단축 현상을 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를 이용하게 되면 ‘보따리’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여행사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아가며 일본의 도매시장, 통관법, 흥정법 등에 대한 지식과 ‘비법’들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포털 사이트 카페 ‘일본보따리여행사(cafe.daum.net/sohotravel)’, ‘재팬프라자(cafe.daum.net/jpplaza)’ 등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김·고추장 등 식료품 내가고 공산품 들여와
일본으로 갖고 들어가는 품목은 라면, 소주, 양주에서부터 김, 고추장 등 식료품들이 주를 이룬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워낙 대중적인 아이템들이어서 안 팔려서 되가져 와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물건들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쉽게 할 수 있는 만큼 그 결실은 크지 않다. 높은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일본에서 갖고 들어오는 물건들은 거의 모든 공산품들이 다 들어온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일본풍의 공산품들은 국내에서 누리고 있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의류는 기본이고, 액세서리, 화장품, 스포츠 용품, 전자제품 등 손으로 꼽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농구, 야구화 등 스포츠화의 경우 국내 매장에서는 15만~16만원대에서 팔리는 것들이 일본에서는 단돈 4만~5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고, 용산 전자 상가에서 250만원을 호가하는 프로젝터가 일본에서는 16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국내로 들어오는 물건의 면세 한도가 400달러라는 점. 수천 달러어치의 물건을 일본에서 구입한 뒤 면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게 짐을 맡겨 통관 대행을 부탁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물건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일반 여행객들에게 통관을 대행시키는 것이다. 수고비조로 지급되는 이른바 ‘하꼬비비’를 지불하는 것이 세관에서 20%의 세금을 내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규모 무역도 겸하고 있는 위더스 여행사의 박진웅 대표는 “이 경우 정당하게 20%세금만 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역업번호를 발급 받고, 사업자 등록을 한 후 세금을 내더라도 이윤을 낼 수 있는 품목과 시장을 발굴해 사업을 하는 것이 진정한 무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규모 무역상들의 앞날이 유망한 것만은 아니다. 카페 일본 보따리여행사의 운영자 정양우 씨는 “WTO 가입국들간의 교역 공산품들에 대한 관세 장벽이 없어지는 2007년께면 무관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보따리’의 인기도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22 16:48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