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모르는 당신은 봉인가보험사 설명 불충분 등이 원인, 가입 전 철저히 따져봐야

과·오납 자동차보험료…돈이 샌다
약관 모르는 당신은 봉인가
보험사 설명 불충분 등이 원인, 가입 전 철저히 따져봐야


회사원 조대규(32) 씨는 지난 5월 자동차보험 과납보험료 환급서비스업체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무료 과납보험료 산정 서비스를 신청한 지 사흘 뒤의 일로, 10만원 이상 환급대상이라는 통보였다. 구체적으로는 10여년 전 운전병으로 군복무한 경력 사실이 가입 당시 누락돼 보험금이 과납되었다는 것이다. 업체에서 알려준 대로 환급신청을 하자 며칠 뒤 지정한 은행 계좌로 384,210원이 입금됐다.

조 씨의 경우처럼 보험 약관을 훤히 알고 있지 못하는 가입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보험사 직원의 실수 등으로 과오납된 보험금은 2002년 5만3,709건에 65억원에서 2003년에는 7만5,900건에 106억원에 이른다(금융감독원). 하지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는 전년대비 35%의 이익을 낸 손해보험사들이 가입 당시 적극적이고 자세한 약관 설명 등 가입자들에 대한 배려에는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액수도 환급한 금액을 합산한 것에 불과한 것일 뿐이고 과납자동차보험료 환급대행사들은 자동차보험 10건당 1개 정도가 과오납 보험이라고 주장할 정도여서 실제 과납보험료는 이 금액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입 약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의 정도가 불분명한데다가 방대한 양의 약관 내용 중 그런 중요도의 사항까지 설명을 하려면 끝이 없다는 보험사들의 얘기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결국 가입자가 꼼꼼히 따지고 챙겨서 과오납을 예방하는 수 밖에 없다. 뒤에 과오납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환급 받을 수 있는 길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발품을 요하기 때문이다. 환급대행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환급액에 따라 2만5,000~5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자동차 보험 가입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본다.

군경력·할인율 승계로 보험료 낮춰라
보험 가입 때 가장 큰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보험 가입 경력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 보험에 처음으로 가입하는 사람은 사고위험이 높다고 보고 기준 보험가 대비 45%나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했거나 관공서, 법인 사업체 등에서 운전을 했다면 그 기간만큼 가입 경력이 인정돼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다. 가령 2년(운전병)의 기간을 인정 받아 3년차의 경력자가 된다면 기준 보험료의 105%에 해당하는 보험료만 내면 된다. 보험 가입 경력에는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종합, 책임보험 가입 기간)나 택시 버스 등의 운수업체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경력도 포함된다.

할인율을 승계해 보험료를 아끼는 방법도 있다.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거나 차종이 화물차에서 승용차로 바뀐 경우에도 할인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승계 적용 할인율은 기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전에 챙기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무보험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는다면 갱신 할인율을 100% 그대로 적용 받을 수 있고, 무보험기간이 1개월 초과 1년 미만이면 이전 계약의 할인율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여권, 출입국증명서 사본 등으로 외국에서의 거주기간을 입증해야 한다.

이상은 보험 가입 당시 인지하고 있을 때 큰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가입 중에도 가입 당시의 조건이 바뀌면 그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전자 범위나 연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가족한정운전의 보험 상품 가입자의 경우 면허 소지자 중 가장 어린 자녀의 생일이 지나면 그 나이에 맞춰 운전가능 연령을 올려 갱신하는 방법이다. 유학을 가거나 배우자가 면허정지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운전자 범위를 줄여도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부부한정에서 1인 한정 보험으로 바뀌게 되면 20~30%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경우는 조건이 바뀐 날짜를 보험사에 입증하면 된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의 사양 중 안전 관련 사양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면 보험료를 또 아낄 수 있다. 에어백이나 ABS 브레이크 등 출고 당시 대부분 장착돼 나오는 사양들이긴 하지만, 여전히 출고 후에도 추가 장착이 되고 있는 항목들이므로 자신의 자동차가 여기에 해당한다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 보험료를 할인 받아야 한다. 특히 에어백 할인율은 자손 보험료에 대해 20%정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에어백 장착에 비해 낮은 비율이긴 하지만, ABS 브레이크나 도난방지장치 등을 설치해도 자기차량손해보험료의 최고 5%를 아낄 수 있다.

사양을 업그레이드 시켜 보험료를 절약하는 방법이 하드웨어적인 것이었다면, 운전자 자신의 운전습관을 바르게 해서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도 있다. 교통위반 내용이 없다면 전체 보험료의 10%를 감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90만원 정도의 보험료(배기량 3,000cc의 SUV)를 내는 운전자라면 교통 법규만 잘 지켜도 9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단, 이 혜택을 보려면 가입 시기를 기준으로 2년 동안 법규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 반대로 법규 위반 건수가 많으면 할증이 붙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중앙선 침범, 과속, 신호위반 등의 위반을 2번 이상 하면 5~10% 정도 보험료가 불어난다.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뺑소니운전 같은 중한 위반 사항이라면 단 1번을 걸려도 10% 할증이 적용된다.

자동차 용도가 변경되었을 때 보험료 일부를 돌려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개인사업용에서 출퇴근용이나 가정용으로 바뀌면, 즉 자동차 용도의 폭이 줄어들게 되면 보험금 일부를 돌려 받는다. 운전자 직업의 종류가 아닌 운행목적에 따라 구분되므로 사업자라 하더라도 출퇴근용으로 쓰이는 자동차라면 보험료가 가장 싼 출퇴근, 가정용으로 바꿔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험료 내는 방법을 통해서도 약간의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자동차 보험료는 연간 보험료로 책정되는데 이를 여러 번 나눠 낼수록 보험료는 올라간다. 분할 횟수에 따라 1년 보험료의 0.5~1.5%가 추가된다. 여건이 허락하고, 적금에 넣었다 납부할 것이 아니라면 한번에 내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사, 가입자 입장 살피는 노력 필요
보험료를 절약하고 과납된 보험금을 되찾는 데에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그 금액에 비해 들어가야 할 노력이 크기 때문에 알고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보험사별로 운영중인 고객지원센터 전화 한 통이면 의외로 챙길 수 있는 이익이 많다. 그러나 조대규 씨는 “교통 법규 위반과 같은 정보들은 접수해서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항목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그 변경사실을 통보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동차보험팀 이선동 과장은 “손해보험사들의 유래 없는 이익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가입자들 편에서 사업을 해야 할 의무도 있다”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분실률이 높은 일반우편으로 보험 만기를 알리고 있는 현행 통보법 등 보험사 편의위주로 된 여러 정책들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6:38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