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이 나온다샐러리맨이 꿈 꾸는 재미난 회사, 패밀리십으로 능력 극대화 이끌어

[감성 25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JW 프루츠의 김진원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이 나온다
샐러리맨이 꿈 꾸는 재미난 회사, 패밀리십으로 능력 극대화 이끌어


‘일어나라 中小企UP!’ 이란 카피를 기억하는가. IMF 때 격려의 의미가 담긴 이 한 줄 카피로 수많은 기업인에게 눈물의 편지를 받은 카피라이터가 있다. 제일 기획 카피라이터 출신 김진원(39) 씨. 그 시절 받은 편지로 치면 어디 기업인뿐이겠냐는 그의 대답은 재치 있고 발랄했던 카피라이터 시절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에버랜드 신문 광고 카피를 썼을 때는 유독 어린이 팬이 많았다. 아이들이 신문을 스크랩 해 가는 바람에 신문 뒷면 기사가 잘려 나가는 일이 빈번해지자 부모들의 항의 전화 또한 만만치 않았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에 탄력을 받은 그는 신문 광고 100회 특집 때는 ‘발로 써도 웃긴다’라는 돌출 광고를 냈다.

썬글라스를 쓴 그와 광고 스태프 전원이 신문광고에 출연했다. 이 카피는 돌출광고로서 유일하게 광고상을 받았다. 입사 초기 신입 때는 ‘변화의 방향을 잡아갑니다’라는 카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동상을, 카피 한 줄 없는 풍년 압력솥 광고로 뉴욕 광고 페스티벌에서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유독 상복 많은 카피라이터이기도 했다.

그가 회사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JW와 전략이성과 전략감성을 접붙인 크리에이티브의 열매를 선보이겠다는 의미의 FRUITS. ‘기대 그 이상의 감동’ 이란 모토를 건 독립 광고 대행사 JW 프루츠의 대표인 김진원 씨는 자신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라고 소개한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기획과 크리에이티브가 하나가 되어 광고주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제작의 기능을 겸비한 기획 제작 총괄자라 할 수 있죠.”

AE와 카피라이터의 기능을 겸비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야 말로 제작과 매체대행이 분업화되어 있는 대형광고 대행사의 약점을 극복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마케팅과 전략, 카피 기능을 소화한 맨 파워 시스템을 갖춘 사람이다.

LG전자의 ‘Looks Good Cyon’이나 노홍철이 모델로 나오는 ‘맛있으니까 베니건스’의 베니건스 광고를 만들어낸 소형 부띠끄 형태의 이 회사는 굵직한 광고주를 영입해 광고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기도 하다.

JW 프루츠는 자신의 잇아 실현시킨 회사
JW 프루츠는 김진원 씨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재미난 회사다. '무조건 사고(思考)친다,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 여자를 위해선 회사를 버려라!' 회사 모토마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쳤다.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들의 강박을 헤아려 월요일은 오후 출근, 창조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의 사기충전과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봄, 여름, 가을 세 번의 정기 휴가, 그것도 모자라 일년에 한번 해외로 떠나는 워크숍까지. “카피라이터 시절 제가 꿈꾸던 회사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JW 프루츠는 김진원 씨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킨 회사인 셈이다.

회사 모토 중 ‘여자를 위해선 회사를 버려라!’ 에 의문을 품자 그는 “가족으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는 회사는, 동시에 여자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는 회사는, 모두로부터 인정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절대 클 수 없는 회사죠” 라고 단호하게 회사 경영 철학을 이야기한다.

JW 프루츠 직원들. 앞줄 왼족 세번째가 김진원씨, 네번째가 카피라이터 이만재씨.

사랑하는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능력 없는 사람이 회사 생활을 잘해서 능력을 키워 봤자 무슨 소용 있겠냐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 우선 데이트와 회사일 두 가지가 겹친 직원이 있다면 그는 데이트에 가라고 권하는 멋진 대표다. 물론 데이트 대상은 회사 직원 전체에게 공개된 공식화된 애인이어야만 가능하다.

신입사원은 3개월이 지나야 휴가를 갈 수 있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입사하자마자 휴가를 요청한 사원에게 처습막?예외를 두었다. 여자친구가 유학을 간 것이다. 그는 한 가지 약속을 전제로 신입사원에게 휴가를 주었다. ‘여자의 마음을 사고 돌아와라.’ 휴가를 다녀온 신입사원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이런 몇 가지 사례가 JW 프루츠가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패밀리 십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커리어 십과 패밀리 십이 있다면 저는 후자 쪽입니다. 능력 위주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지만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많으면 직급 하나가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작은 회사에서 위계질서를 유지할 수 있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죠.”

그래서인지 이 회사는 유독 언니, 오빠라는 호칭이 난무하지만 일에 있어선 공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스스로 젊은 감각 유지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프리젠테이션을 하죠. 그 순간 만큼은 스스로가 광고 대행사의 대표가 되는 거죠. 전원 투표를 통해 아이디어가 채택되니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직급에 상관없이 채택된 자는 책임 pd가 돼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결은 하나다. 스스로가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 하는 것.

4개 국어에 능통, 지구본을 돌리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세계 여행자,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츄어 드러머, 자동차에 있어서 프로급 마니아, 젊은 에너지가 충전된 김진원 씨를 보면 그만의 특별한 회사 경영방침이 아니더라도, JW 프루츠가 고여 있지 않고, 굳어있지 않는 비결임을 알 수 있다.

회사를 이끌어 가는 어려움 중 하나는 큰일을 위해서 작은 일을 버려야 하는 것, 그것이 최근 그가 당면한 딜레마지만 동시에 교훈도 얻었다. 자신의 성장은 동시에 회사의 발전이란 것을 알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가능과 불가능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JW 프루츠가 프로의 대열에 서 있음을 강조한다.

그의 소박한 소망이 하나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고 또한 누구보다 잘 아는 자동차 광고를 하나 맡는 것이다. 이십대 초반부터 맺은 자동차와의 인연은 그를 마니아 급으로 올려놓았다. “‘잠이 오는 차가 좋은 차입니다’라는 카피를 쓴 적이 있어요. 차를 좋아하는 제가 직접 카피를 쓰고 광고를 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신날 것 같아요.”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

“겉모습이 화려한 차보다는 질리지 않는 실내 디자인을 지닌 차가 좋아요.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잘났으면서 잘나지 않은 듯한 고급스러움이 있는 차가 좋은 차죠. 무엇보다 내가 볼 때 나에게 맞는 차다! 라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차를 말할 때 마치 이상형을 말하는 듯한 김진원 씨. 그는 주말이면 바이크를 몰고 유부 초밥이 든 런치 박스를 싣고 야구장의 푸른 하늘을 보러 가곤 한다. ‘여자를 위해서 다 버려라’ 라고 용기 있는 발언을 하는 이 남자,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솔로다. 스스로가 광고를 통해 기대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타인의 맘속의 드림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산다는 이 남자는 오늘도 발로 써서라도 유쾌함을 선사하고, 또 사고(思考)치러 그렇게 바쁘게 다닌다고 한다.


유혜성 객원기자
사진=홍기복 기자


입력시간 : 2005-07-06 17:24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