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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토익, '무용론' 잠재울 수 있을까
내년 5월, 긴 지문 문제 신설
영국·캐나다·호주식 발음 추가 등 다양하게 출제






영어실력을 대변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토익(TOEIC)이 변신한다. 한국토익위원회가 밝힌 시기는 2006년 5월로, 1982년 한국에서 시행된 이래 처음이다.

토익 시행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13일 듣기 지문의 길이를 늘리고 그 발음도 현행 미국 발음에서 탈피해 영국, 캐나다, 호주식 발음으로도 출제한다고 밝혔다. 응시인원이 한국 일본에 편중돼 있기는 하지만, 세계 6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현실과 국제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또 20개의 사진 묘사 문항은 반으로 축소되고, 틀린 문장 고치기는 아예 없어진다. 대신 긴 지문을 완성하는 문제가 신설되는 등 대폭 바뀌지만, 문제의 난이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 수(200문항), 시험 시간(2시간), 점수체계(만점 990)도 그대로 유지된다. 응시료(3만4,000원)의 인상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내년 5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점차 확대 적용될 새로운 시험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토익 무용론(본지 5월31일자 2074호 참고)을 잠재우고, 텝스(TEPS), 라트(LATT), 플렉스(F-LEX) 등 토종 영어평가시험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 또 영어능력시험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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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난이도는 현행대로
새 시험 이후 응시자들의 반응과 시험결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기업의 취업 담당자, 학원 관계자, 출판업계의 얘기들을 종합하면 시험 형식이 일부 바뀌더라도 토익 점수 반영의 하향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등 언어능력 평가의 4 항목 중 여전히 ‘잘 읽고, 잘 들으면 되는 시험’이라는 데 변화가 없는 탓이다.

기업은 말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지만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토익이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토익위원회 양귀현 팀장은 “토익과는 별도로 치러지는 말하기 시험인 셉트(SEPT) 응시자 가운데 토익 응시 경험이 있는 수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토익이 커뮤니케니션(말하기) 능력과 상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셉트 점수가 좋을수록 응시자의 토익 점수도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역(逆)까지 성립하는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이 토익 점수 반영 비율을 낮춘다 하더라도 당장 점수를 높여야 하는 취업 준비생, 승진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토익이 바뀌어도 그 점수로 서열화 할 것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토익 시험을 처음 치른 뒤 방학 때 토익 강의를 듣고 있는 강우중(23) 씨는 “내년에 어렵게 바뀔 토익 공부를 지금 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면서 “다음 달부터?토익처럼 공인되는 다른 영어능력 시험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과거에 토익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월초에 개강해서 월말에 종강하게 되는 강의에 월 중간 수강신청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수험생들의 심리를 미리 읽고 일부 대형 토익교재 전문 출판사는 일찌감치 80만원에 이르는 토익 교재를 패키지로 묶어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몇 달 전부터 토익이 변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던 터라 학원가 강사들은 놀랄 것 없다는 표정이지만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축적된 강의 노하우 일부는 아예 버려야 하고 새로운 시험에 맞춰 새로운 교안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강사들은 교재 원고를 탈고한 상태에서 출판 거절을 당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기도 하다.

토익 교재가 한번 출간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간을 2년으로 봤을 때,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토익 시행을 앞두고 현행 토익에 맞춘 교재를 출판한다는 것은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출판업계의 계산이다.

아울북 출판사 토익 담당 이승현 씨는 “새로운 토익 버전으로 출간할 것이냐, 현행 토익에 맞춰 책을 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토익에 맞춰 출간하려 해도 ETS 설명회 당시 제공받은 자료들이 그야 말로 ‘샘플’ 수준이어서 지금으로선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토익 교재 출간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출판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채점에 어려움'들어 일부선 회의적 반응
ETS는 토익 시험에 현행 듣기와 읽기 평가 외에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포함시키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에 기업 들은 별도의 영어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돼 반기는 분위기지만, 학원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토익 까페(짐스토익)를 운영하고 ‘모질게 토익’ 시리즈를 출간하는 등 학원가에서 5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 토미 씨는 “매달 10만 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는데, 이 인원이 말하기, 쓰기 시험에 응할 경우 이들의 답안을 녹음하는 등 공정한 채점을 위한 오디오 장비를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토플의 경우 듣기, 읽기, 쓰기 시험은 있지만 말하기 평가(9월부터 시행 예정)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그는 또 “쓰기 평가의 채점도 사람이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바뀐 방식으로는 일반 강의실이 아닌 전용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돼 응시료의 상승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에 선보이게 될 새로운 토익 시험은 ‘비즈니스 영어’로 대변되는 그 동안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설명회에 참석한 ETS 관계자는 현행 토익처럼 비즈니스 업무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 중심에 기본적인 생활영어를 가미한 지금의 형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김종현(30) 씨는 “한국의 경우 토익 시험이 중학생들의 특목고 진학, 고등학생들의 대학진학(수시), 사법ㆍ행정ㆍ외무고시 등의 국가고시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시험에서의 영어 성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해 400만 명에 이르는 응시자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절반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의 대표 영어 시험으로는 썩 적합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제의 난이도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지만, 새 토익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변별력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더욱 어려워진 토익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07-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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