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런 술자리·룸살롱 수준의 술값으로 샐러리맨에 인기

[이색지대 르포] '유흥문화의 전설' 요정의 부활
고급스런 술자리·룸살롱 수준의 술값으로 샐러리맨에 인기

최근 샐러리맨들 사이에 21세기형 요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역사 속 한국의 대표적인 유흥문화였던 요정은 근대사를 거치며 그 종적을 감추었다. 정ㆍ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출입하는 몇몇 고급 요정이 그 명맥을 이어왔을 뿐 일반인의 입장에서 요정은 역사 속의 유물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강남 일대에서 다시 요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A업소와 B업소가 가장 대표적인 요정으로, 두 업소 모두 ‘럭셔리한 웰빙 술자리’를 표방하고 나섰다. 가격대는 일반 룸살롱과 비슷한 수준이라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아가씨 선택권
요정에 들어서면 우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자개장롱에 경대, 그리고 자개장에서 풍기는 사극적인 분위기가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손님을 맞이하는 아가씨들 역시 단아한 한복 차림이다. 파트너 결정 방식에는 업소마다 차이점이 있다. A요정의 경우 ‘순번제’로 아가씨들이 방에 들어오기 때문에 별도의 초이스는 없다. 반면 B 업소는 ‘초이스(choice)’라는 외국어 대신 ‘간택(簡擇)’이라는 표현으로 아가씨를 선택할 수 있다.

A업소를 찾는 과정에서 초이스가 없다는 부분이 상당히 걱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워낙 전체적인 아가씨의 수준이 좋은데다 고운 한복까지 차려 입고 있어 사실상 ‘고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입가심으로 맥주가 나온다. 맥주를 마시며 아가씨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하나 둘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음식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 자개상은 말 그대로 ‘진수성찬’으로 변한다. 영덕게, 활어회, 왕새우찜, 갈비찜 등 고급 음식을 테마로 어지간한 한정식집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음식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부분은 바로 아가씨들의 손맛. 한식의 장점은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는 점이지만 다소 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요정에서는 그런 부분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아가씨들의 놀라운 젓가락질이 살만 발라내 손님의 입안으로 음식을 넣어주기 때문이다. 고운 한복차림의 미인이 발라주는 음식을 입에 머금고 술잔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어느 새 조선시대 한량이 된 듯한 기분이다.

술자리에 가무가 빠져서는 안 된다. 요정은 그 의미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다양한 국악 공연을 준비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춘향전의 한 대목으로 시작된 국악 공연은 오북 공연, 부채춤 등으로 이어지며 40분가량 계속되는 데 그 풍류는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현대인은 국악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 국악이라면 무조건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요정에서 접하는 국악 공연은 그 어떤 음악보다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서비스 ‘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룸살롱의 경우 서비스 농도를 두 가지 방식의 시스템에 따라 구분한다. ‘텐프로 스타일’과 ‘북창동 스타일’이 바로 그것. ‘텐프로 스타일’의 경우 아가씨의 수준이 최상급에 해당되지만 신체 접촉은 최소한으로 제한되는 반면 ‘북창동 스타일’은 어지간한 신체 접촉의 수준을 뛰어넘어 ‘난잡할’ 정도로 놀게 된다.

요정은 그 중간에서 약간 ‘텐프로 스타일’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복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는 정도는 허락되나 그 이상의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요정 측 관계자는 “서비스 농도를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너무 난잡한 분위기가 되면 요정 본연의 이미지가 깨질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그렇다고 점잔 떠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정에서 제공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고쟁이 쇼’다. 사실 쇼 자체는 다소 손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이는 몇몇 룸살롱에서 제공되던 나가요걸과 손님의 ‘옷 바꿔 입기’와 비슷하다. ‘고쟁이 쇼’의 경우 우선 아가씨가 춤을 추며 치마 속 고쟁이를 벗는다. 그런 뒤 파트너인 손님을 앞으로 나오게 한 뒤 바지를 벗고 고쟁이를 입게 한다.

물론 이 상황에서 아가씨가 치마로 손님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가려주지만 다소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 룸살롱의 어두침침한 조명과 달리 환한 형광등 조명이 거슬린다. 다행히 고쟁이는 ‘프리사이즈’이기 때문에 작아서 못 입는 경우는 없지만 길이가 짧아 우스운 모습이 연출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고쟁이 쇼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후 제공되는 여타 서비스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우선 고쟁이 차림으로 술자리에 앉으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옆에서 아가씨가 다리 부분에 부채를 부쳐줄 때 느껴지는 시원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게다가 아가씨가 고쟁이 차림의 허벅지를 쓰다듬기라도 하면 그 쾌감은 더욱 배가된다.

이런 이유로 고쟁이 차림의 술자리가 익숙해지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밴드가 들어와 가무가 곁들여지면 고쟁이 차림의 손님들이 스테이지를 장악한다. 특히 비즈니스 술자리에서 서로간의 친분을 다지는 데에는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요정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바 여대생으로 '물' 좋아
정확한 수치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유흥가에 여대생들이 상당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요정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요정은 시간적인 장점이 있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손님을 받기 시작해서 새벽 서너 시까지 영업을 하는 룸살롱의 경우 낮에 학교를 가야 하는 대학생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근무 여건이다.

반면, 요정은 저녁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자정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행여 업소 몰래 손님과 ‘2차’를 나가게 되더라도 새벽 한두 시면 모든 일을 마치고 귀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요정 관계자는 “절대 2차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소를 통하지 않는 비공식적인 2차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격은 업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평균 1인당 20만원대 중반 수준이다. 요정의 가격 책정 방식은 무조건 ‘1인당 얼마’로 정해져 있다. 그 대신 주류는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시간 역시 무제한이다. 저녁 시간에 요정을 찾아 산해진미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자리를 시작해 밤늦게까지 놀다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룸살롱의 경우 자체적인 비용과 더불어 1차 술자리에서도 일정부분 비용이 지불되는 데 반해 요정에서는 1, 2, 3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소위 ‘요정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은 이런 가격 경쟁력 외에도 요정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평소에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국악을 감상하며 술을 마실 수 있어 스스로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된다”면서 “너무 난잡하게 노는 술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럭셔리’를 표방한 요정에서 ‘웰빙’한 술자리를 가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얘기한다.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요정이 부활했다는 점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 속에서, 아니면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요정에서 갖는 술자리의 고풍스러운 묘미는 예상외로 상큼한 경험인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질펀하게 놀 수 있는 ‘나가요 걸’과의 술자리가 아닌 ‘기생’의 지조를 만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해 나간다면 한국의 유흥문화의 업그레이드에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요정이 갖고 있는 신선함으로 손님이 몰리고 있으나 비교적 ‘점잖은 분위기’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요정의 분위기 역시 룸살롱의 그것을 따라간다면, ‘값비싼 방석집’ 정도로 千韆?수도 있음은 쉬 짐작할 수 있다. 본래의 요정이 갖고 있던 의미만큼은 그대로 이어가기 바란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8-02 16:50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