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 무제한 서비스에 2차도 기본, 백마와의 하룻밤도 OK

[이색지대 르포] 장안동 2차 클럽, 질펀한 밤의 아방궁 '단란주점'
술·안주 무제한 서비스에 2차도 기본, 백마와의 하룻밤도 OK

이색지대 코너를 통해 다양한 유흥가가 소개되었지만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등장한 곳은 단연 장안동이다. 장안동 일대의 남성휴게텔은 현금 8만 원(신용카드 9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강남 안마시술소와 대등한 서비스를 제공해 진정한 ‘서민들의 휴식처’로 불려왔다.

그 만큼 다양한 뉴스거리도 양산해 냈다. 그들만의 완벽한 단속 방지 시스템, 모텔과의 연계 등 계속되는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이색지대>의 취재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 장안동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껏 장안동을 유지해온 ‘상징’은 남성휴게텔이었고 그 ‘의미’는 저렴한 가격과 아낌없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이런 기존의 ‘상징’과 ‘의미’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물론 장안동의 ‘상징’은 여전히 남성휴게텔이다. 그런데 인근에 위치한 단란주점들이 급부상하며 어느 새 남성휴게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장안동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 가운데 몇몇은 아예 “이미 장안동의 주류가 남성휴게텔에서 단란주점으로 바뀌었다”고 얘기할 정도다.

‘상징’이 변하면 ‘의미’ 역시 달라지기 마련. 장안동은 서민들을 위한 윤락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저렴함’을 가장 큰 메리트로 내세워왔다. 그런데 ‘단란주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가격대가 급상승했다. 1인당 8만 원이던 남성휴게텔에 반해 단란주점은 1인당 40만 원이 필요하다.

두 공간의 유흥 문화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5배나 비싸다는 절대 비교가 무의미하지만 1인당 40만 원이면 어지간한 A급 룸살롱과 비슷한 수준에 해당된다. 이미 서민의 그것을 뛰어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장안동 단란주점 관계자들은 ‘서비스 내용을 감안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얘기해 차별화된 무언가가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2일 밤 12시께 장안동 거리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때문인지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화요일이라는 요일적인 한계 때문인지 한적한 장안동은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듯 초라해 보였다.

처음 장안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드디어 장안동에서 ‘백마’(러시아를 비롯한 서양 윤락 여성)를 만나볼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미 <이색지대> 코너에서는 몇몇 강남 안마시술소에서 백마가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2077호 참조) 당시 기자는 ‘곧 백마가 장안동까지 침투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가진 바 있다.

안마시술소와 남성휴게텔의 경우 ‘몸타기’ 등 기본적인 서비스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이런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만 차이점은 가격대에 있다. <이색지대>코너에서 소개된 백마가 나오는 안마시술소의 경우 10만 원으로 다른 안마시술소보다 저렴한 요금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장안동의 경우 가격이 40만 원이나 된다니 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착각이었다. 분명 장안동에 백마가 나타난 것은 사실인데 그들이 일하는 곳은 남성휴게텔이 아니었다. ‘장안동=남성휴게텔’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백마가 나오는 곳은 소위 ‘2차 클럽’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간판만 보면 일반 단란주점이지요. 노는 내용도 비슷합니다. 양주를 마시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하는. 그런데 ‘2차 클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2차를 가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곳에서는 1차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2차를 위한 요식행위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정확한 내용을 제보해 준 30대 회사원 강모 씨의 설명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장안동을 직접 찾은 기자는 외견상으로는 별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조금 조용해 보인다는 점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소문의 핵심인 단란주점들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장안동의 구성원이었던 만큼 그들이 새롭게 장안동으로 유입된 것이라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강 씨가 소개한 업소로 직접 들어가 봤다. 인근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는 중인데 2차로 단란주점을 가자는 의견이 나와 가격이나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서 왔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업소 관계자는 “1인당 40만 원이면 술과 안주가 무제한 제공된다”고 얘기한다. 왜 이렇게 비싸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2차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그렇다. 모텔비까지 포함된 금액이니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고 답하며 “뜨겁게 놀고 싶으면 빨리 일행을 데리고 와라. 곧 룸이 다 찰 것 같다”라고 유혹했다.

우선 술과 안주가 무제한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확인 결과 실제 그런데 술을 많이 마시는 손님은 드문 편이다. 그 이유는 진정한 방문 목적인 2차를 위해 술을 자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여기서 또 한 가지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모텔의 역할이다. 올해 들어 장안동 남성휴게텔의 가장 큰 변화는 모텔과의 연계를 통한 서비스 업그레이드였다.

남성휴게텔의 경우 욕실이 딸린 침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으나 최근 모텔과 연계해 ‘애인모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모해왔다. 이 과정에서 모텔과 연계한 S업소가 기존의 지존이었던 P업소와 C업소를 추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장안동 소재의 몇몇 모텔이 이번에는 ‘2차 클럽’과 손을 잡은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인당 40만 원을 내면 우선 질펀한 술자리를 가지며 ‘단란주점’답게 논다. 이후 2차를 가게 된다. 2차는 이미 업소 측과 협의가 끝난 모텔이다. 기존의 단란주점이 남성휴게텔의 방식을 차용한 것. 이는 완벽한 단속 대응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장안동 남성휴게텔은 겹겹의 CCTV를 통해 경찰 단속을 막아내는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런 보안 시스템이 ‘2차 클럽’에서도 똑같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백마가 실제 있는 지 여부였다. “사실 소문을 듣고 왔는데 정말 백마를 불러줄 수 있느냐”는 얘기에 “원하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다만 백마를 선택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입장이었다.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다 우리 노래를 거의 몰라 룸에서 놀 때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됩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좀 뭐하지만 애들이 아마추어라 2차를 가서도 별로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 원하면 백마를 불러줄 수 있고 가격은 똑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불러준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볼 때 업소 측에서 백마를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장안동에 백마를 대기시켜 놓고 있는 보도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백마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보안 시스템에 있다.

단란주점의 경우 2차를 나가는 모습만 적절히 감춘다면 룸에서 노는 것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백마가 룸에 들어갈 경우 이는 단속의 대상이 된다. 결국 보안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 이런 이유로 백마를 부르려는 손님들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곧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다. 집창촌을 비롯한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미 무색해진 지 오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경우 성매매에 해당되는 2차를 근절하겠다는 게 성매매 특별법의 취지였으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아예 2차가 위주인 유흥업소가 탄생했다. 장안동 ‘2차 클럽’의 경우 그 목적이 성매매인 ‘2차’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고급 집창촌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집창촌인 미아리의 경우 먼저 맥주를 제공한 뒤 ‘2차’로 이어진다. 이제 맥주가 양주로 바뀌고 가격이 6~7배가량 오른 새로운 형태의 집창촌이 탄생한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를 근절하기는커녕 가격만 올리고 윤락업소를 관리가 어려운 음지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성매매 특별법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8-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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