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외모 잘 가꾸는 것이 능력이죠"아이디어 굶주린 톡톡 튀는 꽃미남, 최신형 휴대폰 등 첨단기술 제품도 애용

[감성 25시] 음반기획자 겸 메트로섹슈얼족 박지영
"남자도 외모 잘 가꾸는 것이 능력이죠"
아이디어 굶주린 톡톡 튀는 꽃미남
최신형 휴대폰 등 첨단기술 제품도 애용


강하고 당당한 여성을 뜻하는 콘트라 섹슈얼이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다면 그와 대비되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은 이미 유행이다.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자를 일컫는 메트로섹슈얼은 연예, 스포츠계를 장악했다.

축구스타 베컴이나 안정환, 연예인 비와 권상우, 조인성 등 꽃미남이라 불리는 이들이 메트로섹슈얼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곱상한 외모에 동물적인 느끼함이 제거된 근육질의 몸매, 하지만 과거 마초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남성을 뜻하는 메트로섹슈얼은 얼짱, 몸짱이라는 열풍을 몰고 남성 트렌드로 굳게 자리 잡고 있다.

“메트로섹슈얼 아닌 남자도 있나?”
‘미백화장품을 뭐 쓰세요?’라고 묻고 싶어지는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다듬어진 손톱, 미용실에서 관리 받을 것 같은 윤택 나는 헤어스타일, 블랙과 화이트 계열 노타이 스타일의 깔끔한 차림새, 드라마 속 남자 연예인들이 메고 나왔던 프라다 풍의 백팩이 잘 어울리는 남자. 음반 프로듀서이자 타타클랜(음반 기획 제작사) 대표인 박지영(27) 씨 또한 메트로섹슈얼족에 속한다. 그에게 메트로섹슈얼은 자기 삶에 자신 있고,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젊은 남자를 뜻한다.

“칭찬이죠. 진부한 마초도 아니고, 여성스런 게이도 아니니까요.”

박 씨에게 메트로섹슈얼은 단순히 외모지상주의가 불러온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하지만 적잖이 외모가 중요한 세상에서 자기를 가꾸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는 남자라면 분명히 능력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젠 외모도 중요하죠. 외모가 정신에 끼치는 영향도 무척 크죠. 깔끔한 이미지로 자기를 가꾸고 다듬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을 반영하기도 하구요.” 메트로섹슈얼이 지나친 소비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말도 되지만, 반면 자기를 가꿀 수 있는 능력이 되고,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도시 남자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메트로섹슈얼은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애정을 가진 테크노섹슈얼(technosexual)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여성적인 감성으로 섬세하게 자기 외모를 가꾸면서 IT기기나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을 테크노섹슈얼이라 말한다. PDA, 최신형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MP3에 적잖은 투자를 하는 그들은 메트로섹슈얼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보인다.

“보편적인 문화현상이라고 봐요. 요즘 이발소 다니는 남자, 핸드폰, MP3, 노트북 없는 사람 드물지 않나요?”

박지영 씨는 그야말로 PDA로 수시로 스케줄을 체크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북을 펴서 사업구상하기에 바쁜 남자다. ‘다른 방향으로 도전하는 예술가’ 란 뜻을 지닌 독립 프로덕션 타타 클랜(他打 CLAN) 런칭 준비와 동시에 타타클랜에서 키우는 신인가수인 JEDD 앨범 제작에 한창 열심이다. 그 뿐 아니다.

10월 초 발매 예정인 조PD, 싸이, 김진표, 주석, 에픽하이 등이 참여하는 ‘브룩클린’ 앨범의 막바지 녹음, 보정 작업 때문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주는 조PD 형이 있어서 힘이 되고 있어요.” 자신보다 더 바쁜 조PD를 보면서 새삼 위안도 받고 힘을 얻는다는 그, 현재 몸이 열 개여도 모자라는 판국이다.

욕심이 많아서 한 가지 일만으로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캐릭터 패션 브랜드 사쿤(SAKUN)과 제휴를 맺어 싱글 앨범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다. 브랜드 캐릭터를 사이버 가수화 시키는 초반 작업을 하는데 "뭐 새롭고 신선한 거 어디 없을까요?” 만나는 사람에게 늘 이렇게 묻곤 한다.

타타라는 독립 프로덕션 이름처럼 무언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공부하고 있지만 공부하면?예술적 모티브를 얻고 사업 아이디어 구상도 하지요.” 그는 중앙대 연극학부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공연 예술학 석사논문을 남겨둔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누워서 잠드는 사이에도 사업 아이디어 구상과 음반 제작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을 정도다. 연극 공연만을 위한 음반 ‘The sound for the theatre' 라는 사운드 갤러리는 잠들기 전 생각해낸 아이디어 중 하나다. 연극공연에 필요한 음원들을 공연용으로 제작하고, 배우가 감성을 키우고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담은 앨범 한 장이 선물처럼 추가된다.

앨범구매자에 한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상 음원 업데이트를 실행할 예정인데, 연극학도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연극학부를 다니면서 아주 간단한 음원 하나 구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경험으로 아이디어를 냈죠.” 연극학도였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어 만든 이 앨범은 배우 지망생들에겐 실용적인 선물이 될 것이라 그는 확신하고 있다.

그가 음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98년도 4인조 혼성그룹 ‘U.R.I' 시절부터다. 하지만 제작사와 기획ㆍ제작에 관해 마찰을 겪은 후 가수 활동은 접게 되었다.

“춤 안무를 도맡아 했고, 힙합음악과 작곡에 관심이 더 많았죠. 그때부터 음반 제작자의 꿈을 키운거 같아요.”

그는 아역 배우 출신이기도 하다. ‘하나 둘 셋 유치원’이 그의 TV 데뷔작이다. 처음 연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KBS 사극 드라마 ‘장녹수’에서 ‘중종’역을 하면서부터다. 자연스레 안양예고에 진학해 수석입학, 졸업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춤춘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춤에 빠져 살았다고 고백한다.

중앙대 연극과에 입학하자마자 가수 제의를 받고 오디션을 보러간 첫 날 “안무 제가 만들어도 되나요?”라고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춤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죠. 꼭 내 손으로, 내가 만든 음악으로, 내 머릿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고집 같은 게 있었어요.”

“어릴적부터 몸에 밴 습관 같아”
그는 지금 음반 제작자로 스무살의 꿈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 최대 고민은 수면부족으로 인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고, 과로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헬스 클럽에 다니며 외모 가꾸기에도 부지런하다. 그에게 보여지는 메트로섹슈얼과 테크노섹슈얼은 어릴 적부터 배우 생활을 하며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며, 동시에 프로덕션 대표이자 음반 제작자인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기도 하다.

경쟁시대, 메트로섹슈얼과 테크노섹슈얼은 프로페셔널을 원하는 세상에서 젊은 남자들이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선택해야 할 필수적인 문화 아이콘일 수도 있고 그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남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일 수도, 그것도 아니면 남성과 여성이 서서히 닮아가는 양성형 인간의 새로운 패턴일수도 있다.

“자기 삶에 충실하고 꿈을 위해 도전하는 용감한 사람이라면 유행하는 트렌드에 다 맞을 수밖에 없어요.” 박지영, 그가 당당하게 답을 제시한다.

메트로섹슈얼이나 테크노섹슈얼의 범주에 들지 않으면 시대착오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남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초를 찾기 힘든 세상, 그렇다고 마초가 그립지는 않다. 마초라고 자칭하는 간 큰 남자도 없을 뿐더러, 만약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남자들 한번쯤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 할 때다.


유혜성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8-23 14:59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