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기협중앙회 상당한 의욕, 일부 중견그룹 움직임도 관심

경인방송 새 주인 누가 될까
CBS·기협중앙회 상당한 의욕, 일부 중견그룹 움직임도 관심

지난해 12월말 방송위원회가 경인방송(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을 거부함에 따라 빚어진 경기ㆍ인천 지역의 민영방송 공백 사태가 조만간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후속 조치 마련에 골몰해 온 방송위가 8월8일 주최한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를 끝으로 최종적인 결론 도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그 동안 내외부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경인방송과 동일한 조건으로 새로운 민영 TV방송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 ▲방송권역(인천ㆍ경기 남부)에 경기 북부를 포함시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 ▲경인 지역에 민영 TV방송 사업자를 불허하는 방안 등 3가지 대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어느 쪽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사업자를 불허하는 3안의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방송을 향유할 권리를 박탈 당한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위 관계자들도 스스로 3안을 채택할 공산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양한열 매체정책국 지상파방송부장은 “위원들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경인지역의 민방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경인방송 측에서 재허가 추천 거부가 부당하다며 지난 2월 제기한 행정소송의 1심 판결이 예정된 9월2일 직후에 경인지역 민방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만약 방송위가 1심에서 패소한다면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쏟은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게 되지만, 그 가능성은 아주 적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소송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미뤄 재판부가 기존의 방송위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인지역 새 민방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이 임박하면서 방송 사업 참여를 노리는 후보군의 면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천타천 물망에 오른 경우는 제법 많지만, 직접 사업 참여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후보는 CBS와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이하 기협 중앙회) 등 2곳 정도다.

특히 CBS는 이정식 사장이 8월초 ‘기자협회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인지역 새 방송 진출을 공식 선언해 주목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인터뷰에서 “경인방송의 재허가 취소 이후 경인지역과 방송계 주변에서 자생적으로 공익적 민영방송의 주체로 CBS가 거론됐다”며 “CBS는 이를 바탕으로 사내 의견 수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CBS가 한다면 같이 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컨소시엄 구성 등의 자신감을 피력하는가 하면 “고용 승계도 100% 할 수 있다”고 말해 기존 경인방송 인력의 수용도 약속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CBS가 경인지역 새 민방의 밑그림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봄 지상파 방송 진출 선언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으로 경인지역 민방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기협 중앙회의 행보 역시 중대한 변수다.

기협 중앙회는 방송위의 2차 토론회가 열리기 전인 7월말, 방송 광역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위가 기존 경인방송과 같은 조건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협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경인지역 민방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때 가장 큰 전제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의 방송 광역화였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기협 중앙회가 방송 진출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김용구 회장이 중소기업 이미지 개선과 판로 확대의 효과적 수단으로 지상파 방송을 점 찍은 데다 회원사들의 관심 역시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협 중앙회가 탄력적인 선택을 통해 결국은 방송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기협 중앙회의 기류는 ‘고집’보다는 ‘융통성’ 쪽에 기울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조유현 홍보실장은 “방송 광역화라는 우리의 희망을 사업 참여의 원칙으로 하되, 방송위의 구체적 정책 방향이 나오면 그에 따라 새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먼센스ㆍ일요신문ㆍ시사저널 등 다수 인쇄매체를 거느린 서울미디어그룹의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 회사 심상기 회장은 지난 7월 노조 간부들과의 비공식 모임에서 경인방송 인수 의사를 밝혀 언론계 안팎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서울미디어그룹 주변에서는 “심 회장이 남은 인생을 방송에 올인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방송 사업 의지가 강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 다닌다.

서울미디어그룹의 행보는 최근에 불쑥 돌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 회장은 올 초부터 경인방송 측과 인수 협상을 전제로 한 접촉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방송 사업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작업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미디어그룹의 방송 참여에는 외부적 변수 이전에 노조 동의 여부가 선결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신규 사업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면 막을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조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내부 환경을 마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주목하는 시선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인방송의 전 노동조합과 언론노조,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경인지역 새 방송 창사준비위원회(창준위)’는 방문진을 공익적 민간자본으로 지목, 대주주로 영입하는 방안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일각에서는 방문진이 경인지역 새 민방의 대주주가 되면 사실상 MBC의 방송사 겸영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노조 측은 지난 8일 2차 토론회에서 “방문진은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재단으로 MBC와 별개이며, 방문진의 자본 참여가 이뤄지면 MBC의 제2 채널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현재 방문진은 이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창준위 쪽에서 먼저 새 방송 참여 요청 의사를 피력해 왔지만 내부적으로 검토나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사업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에서도 아직까지 공식 안건으로 거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송문화진흥법에 의해 MBC 영업이익의 15%를 출연 받아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는데, 방송 시장 격변의 와중에 놓인 MBC 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창준위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방문진 이사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계속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사들 중 일부는 창준위 쪽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정치적인 성향을 봤을 때 창준위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사들이 많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창준위는 방문진, CBS, 기협 중앙회 등 3곳을 자신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우호적 세력으로 꼽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문진, CBS, 기협 중앙회 등은 우리가 경인지역 새 민방 대주주의 기준으로 삼은 공익적 민간자본에 해당한다”며 “이들은 1순위 협상 대상이며 결국 3자 중 하나 또는 3자가 함께 가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뜻밖의 다크호스가 새 방송을 꿰찰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창준위 측에 따르면 경인지역 새 민방의 1대 주주를 목표로 하는 업체가 많게는 20여 곳에 달한다.

물밑에서 기회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기존 경인방송 법인도 행정소송과 별개로 지역 자본을 유치해 새 방송 사업자로 뛰어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방송위의 정책 방안이 발표되면 경인지역 방송 사업자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더 많아질 공산도 있다. 기협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손에 꼽을 대기업은 어렵겠지만 중견 그荑【?방송에 뛰어들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창준위 관계자는 “지역이라는 제한된 방송 여건에서는 공익적 민간자본이 사업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투자도 하지 않고 사회환원에도 인색한 사기업이 들어서면 또 다시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방송을 만드느냐 하는 것은 누가 방송사를 운영하느냐에 달렸다는 뼈 있는 지적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8-30 19:0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