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몸뚱이" 절망의 몸부림

[이색지대]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윤락가는 지금
"남은 건 몸뚱이" 절망의 몸부림

성매매특별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해 각종 언론에서 다양한 기획기사들이 게재되고 있다. ‘이색지대’ 코너 역시 지난 호에서 ‘안마시술소 서비스 형태의 변화’를 통해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달라진 성 풍속도를 소개한 바 있다.

이렇듯 각종 언론에서 다루는 다양한 성매매 특별법 관련 르포 기사를 접하며 필자는 ‘이 역시 기자들을 통해 한차례 걸러진 간접적인 느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가장 직접적인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이색지대’ 코너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들은 모두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취재 현장에서 직접 만났던 이들로 어렵게 다시 연락이 닿아 인터뷰에 성공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따라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달라진 한국의 성 풍속도를 살펴보도록 한다.

"창량리도 이젠 다 됐어" 자조

‘이색지대’ 코너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직후인 지난 해 9월 말 청량리 집창촌 업주들과 가졌던 술자리를 지면 중계한 기사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업주는 한 70대 할머니 업주였다. 3대째 대물림을 하며 집창촌에서 업주를 해왔다는 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한국 성매매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성매매 특별법 1주년을 기념으로 다시 찾은 청량리는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지난 며칠 새 수많은 기자들이 이곳을 다녀간지라 업주들은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취재진을 대했다. 그렇게 몇 집을 돌아다녀 어렵게 지난 해 만났던 할머니 업주를 만나게 됐다.

“여기도 이제 다 됐다. 단속이고 뭐고 도무지 장사가 안 된다. 문 닫은 집은 모두 단속이 아니라 손님이 없어서 여길 떠난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돈을 벌 수 있어서가 아니라 빚을 너무 많이 져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것이다. 나도 빚만 6억원이 넘는다.”

지난 1년 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 할머니 업주는 장사가 안 되는 처절한 현실을 얘기했다. 그리고 곧 이어 더욱 힘겨워진 윤락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애들이 많이 떠났다. 사람들은 우리가 아가씨들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귀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뉴스에 나오는 몇몇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부분 힘겹게 사는 사람들인 만큼 정이 더 많다. 그렇데 정부친 애들 대부분이 이곳을 떠났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연락을 해오는 애들이 있는데 대부분 돈은 예전의 반도 못 벌면서 훨씬 힘들게 일하고 있다더라.”

최근 청량리 집창촌은 재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더욱 시끄럽다. 할머니 업주의 경우 오랫동안 청량리를 지켜온 터주 대감인 만큼 땅이 조금 있는 편이라 재개발에 따른 수입이 예상된다.

따라서 인근 업주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을 사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 어떤 방식으로 재개발이 이뤄질 것인지 또 보상이 이뤄질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윤락녀

할머니 업주가 얘기한 집창촌을 떠난 윤락여성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이색지대’에서 소개된 바 있는 윤락여성 A양이다.

취재 당시 그는 필자에게 장안동 남성휴게텔의 윤락여성 교육 방식을 얘기해 준 바 있다. 하지만 재접촉에는 실패했다.

당시 A양을 만났던 업소를 다시 찾았지만 그는 이미 장안동을 떠난 뒤였다.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한 상황. 하는 수 없이 취재 당시인 지난 봄 그에게 들었던 사연을 인터뷰로 대신한다.

본래 그가 지내오던 곳은 용주골이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으로 용주골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결국 장안동에 들어온 것이다.

“용주골에서는 제가 하나의 사업체였어요. 물론 수익은 가게 업주와 나눠 먹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수는 달라지게 마련이라 단골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지요. 나름 용주골에서는 잘 나가는 편이라 한 달에 8백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었어요.”

하지만 장안동은 달랐다. 물론 단골손님의 지정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장안동 남성휴게실은 대부분 순서에 따라 손님을 받는다.

결국 가게의 영업 실적을 아가씨들이 공평하게 나눠 먹는 방식이다. 일은 훨씬 고되다. 용주골에서는 10분에서 20분 사이의 짧은 시간동안 단순한 성관계가 이뤄지는 것으로 일이 끝난다.

능력에 따라 하루 밤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수십 명이 될 수 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장안동은 다르다.

손님 한 명당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성관계 이외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면도와 안마, 그리고 목욕을 시켜주고 그 유명한 ‘몸타기’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 밤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훨씬 줄어들기 마련. 그런데 용주골과 장안동이 손님에게 받는 요금 차이는 채 1~2만원에 불과하다. 윤락여성 입장에서는 여간 밑지는장사가아니다.

“보건증이 없으니 기본적인 건강검진도 없어요. 우리도 느껴져요. 이제는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어떡해요. 배운 게 도둑질인 걸. 수입은 절반도 안 되게 줄어 낮에도 업소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것이 성매매 특별법이 ‘피해자’로 규정한 윤락 여성의 오늘인 듯하다. 대대적인 집창촌 단속으로 구제되기는커녕 더 음지로 내몰려 버린.

성관계만 없을 뿐 더 고된 서비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눈길을 끈 업소는 단연 ‘대딸방’이다. 소위 유사성행위가 이뤄지는 윤락업소인 대딸방에 대해 단속의 주체인 정부는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딸방 단속을 통해 검거된 이들에 대한 판결이 유죄와 무죄를 오갔기 때문이다.

현재 신사동에서 대딸방 업체를 운영중인 업주 B씨는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여부는 영업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며 “어차피 단속은 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적발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대딸방 업소는 ‘스포츠마사지’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이다. 따라서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이 적발되지만 않는다면 나머지 모든 서비스는 스포츠마사지의 범주라 설명할 수 있다.

특별단속기간이 될 경우 타 지역 경찰들이 단속에 나서기 때문에 단속 위험이 크지만 평상시에는 관할 구역 경찰들이 단속을 나온다.

사복을 입고 단속을 나와도 그가 경찰인지 여부를 금세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 결국 단속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

“지금은 대딸방도 절반 이상 장안동 남성 휴게실을 닮아가고 있다. 간단한 안마를 해준 뒤 몸까지 탄다. 결국 장안동 남성휴게실이나 안마시술소의 서비스 가운데 증기탕 관련 서비스와 직접적인 성관계만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신 가격이 몇 만원 저렴한 편이라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렇듯 서비스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손님의 눈높이에 맞춰야 살아남기 때문이라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만큼 윤락 여성들의 노동량만 많아지는 것이다.

대딸방 서비스 시간 역시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물론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편이 유리하지만 몸타기 등 더 힘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집창촌과 비슷한 수준. 손님은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즐기고 업주는 어떻게든 제 몫을 챙기기 마련.

결국 손해는 모두 윤락여성들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주장처럼 윤락여성이 진정한 피해자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은 결국 손님들에게만 좋은 법이 됐다. 룸살롱 안마시술소 대딸방 등등 대부분의 윤락 업소는 지난 1년 동안 서비스가 몰라보게 강화되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A씨의 푸념이다. 과연 성매매 특별법이 누구를 위해, 또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일까.

이는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일선 현장에서 만난 당사자들이 던진 질문이다. 과연 이들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은 무엇일까. 정부 당국은 이를 알고 있을까.


조재진 자유기고가
사진=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5-10-12 11:23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