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카와 쌓는 하룻밤 '운우지정'

[이색지대 르포] 텐프로 룸살롱의 밤
퀸카와 쌓는 하룻밤 '운우지정'

어떻게 본다면 윤락산업을 중심으로 한 ‘밤문화’는 곧 국가 경제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국가 경제의 원동력인 샐러리맨은 곧 윤락산업의 주된 소비 계층. 따라서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밤문화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가 호황을 누리며 소비가 활성화됐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룸살롱의 주류는 소위 텐프로였다. 텐프로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텐프로에 해당하는 룸살롱은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했지만 대부분의 룸살롱은 텐프로를 지향했다. 다시 말해 그 당시에는 나가요걸의 외모가 중시됐고 그 만큼 가격도 비쌌음을 의미한다.

물론 당시에도 북창동은 건재했다. 저렴한 가격에 농도 높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강점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북창동 일대의 룸살롱은 나가요걸의 수준이 다소 낮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성공 신화를 일궈나갔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국가 경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내수경제가 극심한 지경에 이르면서 윤락 산업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창동 일대의 룸살롱이 최고의 명소로 떠올랐고 어느새 전국 대부분의 룸살롱이 ‘북창동 시스템’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나날이 저렴해지고 서비스 강도는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게다가 텐프로의 몰락으로 나가요걸의 대이동이 이뤄져 나가요걸의 수준도 조금씩 높아져 갔다.

이렇게 국가 경제의 변화에 따라 텐프로와 북창동 시스템의 흥망성쇠 역시 궤를 함께 해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윤락업계에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몰락의 위기에 내몰렸던 텐프로가 다시 뜨기 시작한 것. 앞서 설명한 공식대로라면 한국 경제 역시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텐프로가 뜨기 시작한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하루에 단 한손님만 접대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증권회사에서 근무중인 펀드매니저 조모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흥분의 나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는 요즘 주가는 말 그대로 ‘환상의 레이스’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에 몰려있던 자금이 증권가로 몰려든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더해져 요즘 증권가는 하루하루가 흥분의 연속이다.

그 동안 테헤란로 인근의 윤락 행태를 제보해온 조씨는 최근 필자와의 만남에서 텐프로 기행담을 들려줬다. 2000년대 초반에도 텐프로 업소를 자주 찾았었다는 조씨는 “새롭게 달라진 요즘 텐프로 업소의 모습은 달라진 풍속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고 소개한다.

조씨가 텐프로 업소를 찾게 된 것은 고객의 권유 때문이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고객 한명이 술이라도 한잔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

조씨가 고객과 함께 텐프로 업소인 A 룸살롱을 찾은 시간은 밤 10시경. 고급 음식점에서 소주를 한 잔 기울인 두 사람은 2차를 위해 A 룸살롱을 찾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손님에 대한 철저한 배려였다. 우리가 이용하는 룸은 오직 우리만을 위한 공간으로 룸마다 하루에 한 팀만 받는다는 사실이 우선 신선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나가요걸 역시 마찬가지다. 나가요걸 역시 하루에 단 한 손님만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시간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손님 입장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그날만큼은 예약해 놓은 룸이 본인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셈. 또한 나가요걸 역시 최소한 그날 하루만큼은 다른 생각 없이 오직 한 손님만의 애인이 되어 준다.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동안 급하게 농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북창동 시스템’과는 정반대인 셈. 하지만 이런 방식의 운영으로 흑자가 가능할까.

“엄청난 고가의 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이용시간이나 술, 안주 등이 모두 무제한인 대신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조씨는 “1인당 80만원으로 2차를 나갈 경우 60만원이 추가된다.

결국 제대로 놀아보려면 1인당 1백40만원이 필요한 셈”이라고 얘기한다.

나가요걸은 전원 82년생. 올해 스무 살로 합법적인 나가요걸 가諍?가장 어린 나이에 해당된다. 외모 역시 수준급 이상. ‘텐프로’라는 명칭에 걸맞게 전체 나가요걸의 상위 10%에 해당되는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들이 대부분이다.

술 마시는 분위기는 철저한 애인모드로 서비스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손님이 2차를 나가기 때문에 깊은 농도의 서비스는 따예堧?잡은 뒤 제공되어도 무관하기 때문에 룸 안의 분위기는 적정 수준의 애인모드를 유지하는 것.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도 없는 편인데다 “저는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에요”라며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나가요걸도 있을 정도다. 양주 몇 병을 마셨는가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기존 룸살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자극적 서비스 없고 편안한 기분

“‘계곡주’같은 자극적인 서비스는 없지만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조씨는 “편안하게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20대 초반이 되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들었다”고 얘기한다.

2차 역시 비용 60만원만 지불하면 모든 것을 업소 측에서 해결한다. 인근 호텔에 방을 잡아놓은 뒤 모범택시를 이용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물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손님과 나가요걸이 별도로 움직인다. 호텔 숙박비와 택시비는 지불한 60만원으로 모두 해결된다.

“호텔 방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때마침 아가씨가 찾아왔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로 사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가 향한 곳은 욕실이나 침대 뒤가 아닌 컴퓨터 앞이었다.”

옷을 벗기는커녕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컴퓨터를 이용해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씨가 들여다본 컴퓨터 모니터에는 싸이월드가 열려있었다.

‘방명록 등지에 글을 남기거나 하는 센스없는 행동은 안 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낸 뒤 조씨가 로그인을 하자 나가요걸이 제공한 ‘특별 서비스’가 제공됐다. 그것은 바로 ‘일촌 맺기’.

“룸살롱에서 술 마시는 동안 애인처럼 지내다 일촌까지 맺고 나니 정말 애인과 호텔방에 온 듯 한 느낌에 빠져들었다”는 조씨는 “다음 날 호기심에 아가씨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봤는데 평상시 사진을 보니 정말 예쁘더라. 내가 저 여자랑 전날 밤을 같이 지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고 얘기한다.

결국 이는 고도의 상술임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일촌을 맺은 손님은 미니홈피를 들여다보며 그 날을 떠올리게 될 터이고 그 당시의 기분을 잊지 못해 다시 업소를 찾게 만들겠다는 계산.

방명록에 남겨진 글의 대부분은 조씨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손님들. 이런 이들이 그의 단골이 되어가는 것인데 이를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끌리는 마음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과연 이런 텐프로 업소가 어느 정도나 세력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을까. 아직은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테헤란로에서 서너 곳이 영업을 시작했고 강북에서도 한두 곳이 오픈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텐프로를 이끌어온 주역이 벤처맨들이었다면 지금은 증권맨들이 그 주역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를 한국 경제의 회생을 의미하는 기분 좋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국한된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중권가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아직은 몇몇 큰손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개미 투자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의 경제 상황은 증권가의 그것을 따라잡지 못한 채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

이런 상황에서 몇몇 ‘부익부’ 계층의 윤락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 해설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2차’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불법에 해당되는 행위에 속한다.

몇몇 부익부 계층의 불법 윤락 행태가 대다수의 빈익빈 계층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라도 정부 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단속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10-18 14:42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