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도래 앞두고 긴장, '사람과 사람간 전파'땐 큰 피해 우려

한반도에도 조류독감 오나
겨울철새 도래 앞두고 긴장, '사람과 사람간 전파'땐 큰 피해 우려

“조류 인플루엔자, 철새와 함께 옵니다.”

한반도에 또 다시 조류독감 경고 등이 켜졌다. 러시아 몽골 등 조류독감이 확산 중인 지역에서 한파를 피해 한국을 찾는 겨울철새 탓이다.

농림부는 이 같은 위험을 인지하고 14일 조류독감 발생예보를 발령했다. 놓아 기르는 오리나 닭 등이 철새, 혹은 철새와 접촉한 텃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힘쓰라는 것이 예보의 주 내용이다.

조류독감 발생지역서 철새 이동

조류 독감의 확산력은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 전파 방식 중 가장 전염성이 큰 것은 조류의 배설물을 통한 것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배설물 1g은 약 100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티스푼 한 개 분량의 배설물이 특정 지역의 축산업을 초토화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2003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류독감은 최근 우랄 산맥을 넘어 유럽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올해 7월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 8월 몽골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겨울 철새가 이들 지역에서 도래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인기를 끌어온 철새도래지 관광도 이쯤 되면 썩 내키지 않는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철새 도래지에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검역원 강문일 원장은 13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북방 철새가 한국을 찾는 10월 말부터 철새 도래지를 방문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강 원장은 “겨울 철새가 한국을 찾는 늦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조류독감의 주요 유입원으로 추정되는 철새에 대한 예찰을 강화할 것”이라며 “철새가 오기 시작하는 10월 초부터 철새 분비물을 검사, 조기에 감염여부를 판단하도록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에 대한 혈청 검사는 900농가 2만 건, 철새 배설물 검사는 24개 지역 2,400점에 대해 실시할 계획이다. 검역원은 이와 함께 11월초 경기 파주, 강원 철원ㆍ고성 등 민간인통제구역에 대해 야생조류 폐사체(100수) 및 분변(500점)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철새도래지는 낙동강 하류, 을숙도, 금호강, 강화도, 시흥 시화저수지, 여주 남한강, 파주 탄현 등이다. 철새를 보러 이들 지역을 찾을 때는 철새의 배설물이 몸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고 혹시 묻으면 신속히 몸을 씻어야 한다. 만약 닭이나 오리 등을 키우고 있다면 아예 철새들이 다니는 길목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육 농가의 철저한 대비도 필수다. 방역당국은 닭이나 오리를 마당에 놓아 기르는 농가에 대해 다른 조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망을 설치하거나 아예 실내로 이들을 옮겨 키울 것을 당부했다. 철새가 아니더라도 철새와 접촉한 새라면 충분히 조류독감을 옮길 가능성이 다분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철새가 농장에 직접 침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신 철새와 접촉한 후 바이러스만 지닌 채 별다른 독감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텃새들이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만약 닭이나 오리 등을 키우면서 불가피하게 철새가 많은 지역을 찾아야 할 때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몸은 물론 신발을 깨끗이 세척ㆍ소독 하는 것이 필수다.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조류독감 위험지역을 다녀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독감예방주사 맞고 닭·오리 실내서 키워야

서울대 제59주년 개교 기념일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세계보건기구(WHO) 이종욱 사무총장도 1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류독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총장은 이날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조류독감이 사람에 전파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 파급 효과가 너무나도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겨울이 오면 계절적 독감이 유행할 것이고 이 독감이 조류독감과 결합하면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면서 “계절적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절적 독감은 예방주사로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조류독감 예방을 위한 (사람용) 백신은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조류독감 백신은 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타미플루’가 유일한데 생산량이 각국의 주문량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것은 70만명 분으로 이 총장은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나라가 많은데 그 정도도 굉장하다”고 말했다. 조류 독감에 대한 인류의 준비가 아직은 너무나도 부족함을 시사한다.

조류독감 Q&A

Q: 조류 독감에 걸린 새는 모두 죽는가.

A: 그렇지 않다. 닭이나 칠면조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발생하는 당일로 사망한다. 그러나 오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산란 주기가 조금 길어질 뿐이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이유로 오리의 조류독감 감염을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 감염된 상태에서 돌아다니면서 주변 농가에 조류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Q: 조류 독감은 모두 인간에 감염되나.

A: 조류 독감이 모두 인간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저병원성’으로 분류되는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은 ‘고병원성’ 조류 독감이다. 조류독감은 감염된 철새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직접 접촉하거나 이들의 배설물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올 때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에서는 생존할 수 있으므로 닭고기나 달걀 등을 충분히 익혀 먹도록 한다.

Q: 조류독감 증상은 무엇인가.

A: 일반 독감처럼 열이 오르고 목이 아프거나 심한 기침 증상 등이 동반된다. 결막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약자 뿐 아니라 감염되면 성인에게도 치명적이며 치사율은 30% 정도다.

조류독감 신고 전화 1588_4060, 1588_9060


김신영기자


입력시간 : 2005-10-18 18:47


김신영기자 ddalg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