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1월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이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의 가결을 선언하는 순간. 민주노동당 의원(가운데 발언대)과 민주당 의원들(앞줄)이 구호를 외치거나 종이 펼침막을 들어 보이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찬성 139표, 반대 61표, 기권 23표다. 의사당에서는 찬성 의원들과 반대 의원들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고, 침묵 시위도 벌어졌다.

국회 밖에서는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거센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쌀 시장 개방이 가져올 식탁의 변화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농민들 생각에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집 근처 슈퍼 등에서 미국 쌀, 일본 쌀, 중국 쌀 등을 살 수가 있다. 값은 국내 산보다 싸면 쌌지 비싸지는 않다.

품질도 우리 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식탁을 외국산 농ㆍ수ㆍ축산물이 점령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이제는 밥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

쌀 협상안 국회 비준에 반대하며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청소년 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농민단체 회원ㄷ르이 경찰에 제지를 당하자 한 농민이 절규하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은 대세다. 특히 대외 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국회 비준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농민과 농업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농민들을 더 화나게 한다. 말로만 그렇지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형편의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해 왔는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과연 무엇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니,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한다.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때를 돌아보면 지금과 너무 흡사하다.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고, 할 일은 너무 많다. 정치권 정부 농민 등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살 길은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말하고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