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난자 이어 배아줄기세포 연구 진위에 대한 의혹제기로 논란 확산

‘황우석 파문’의 끝을 짐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윤리 논란’에 휩싸였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파문이 황 교수의 기자회견 후 사그라지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연구성과에 대한 ‘진위 공방’으로 방향을 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처음 황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에 의혹을 제기한 MBC TV ‘PD수첩’은 2005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황 교수의 논문에서 제시된 배아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의 DNA를 분석업체에 의뢰, 일치 여부를 검증한 결과 일치하지 않거나 아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PD수첩이 12월1일 공개한 취재일지의 내용으로 분석에 사용된 줄기세포가 복제된 배아에서 배양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뜻한다.

황 교수 연구팀과 PD수첩은 배아복제 줄기세포 검증을 위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검증 결과가 논문과 동일하면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논문과 다르게 나오면 1주일 내 2차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썼다.

일지에 따르면 11월17일 검증 결과가 나오자 황 교수는 “검증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계약서대로 2차 검증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11월28일 황 교수는 돌연 대리인을 통해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 일지의 주요 내용이다.

이후 PD수첩은 1차 검증 결과만으로 방송할 경우 국민적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2차 검증을 재차 요구했고, 황 교수는 대리인을 통해 “언론이 검증할 자격이 없고, 언론에 맡기는 것은 학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며 계속 거부했다.

황교수측 2차검증 거부, 왜?

황 교수가 2차 검증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학계 인사들도 “황 교수팀이 논문을 제출할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사이언스 쪽 검증을 받았을 것이기에 재검증은 과학자의 자존심의 문제일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돼 의혹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황 교수팀이 재조사를 통해 의혹을 깨끗이 풀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PD수첩과 합의 하에 1차 검증까지 한 마당에 지금 와서 과학자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상황에선 ‘자존심’보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MBC TV ‘뉴스데스크’는 1일 “황우석 교수팀이 재검증에 나설 경우 하루면 검증이 끝난다”며 황 교수팀이 2차 검증에 응하기를 주문했다. MBC가 ‘뉴스데스크’까지 동원해 PD수첩을 지원하고 나선 것을 보면 사운을 걸고 결론을 내겠다는 모양새다.

황 교수 파문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PD수첩이 황 교수 연구가 허위라는 방향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PD수첩으로서는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진위논란 등을 취재하고 보도 여부를 자체 판단할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상식적이고 간단하다. 한 법의학자는 “과기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연구팀의 시료를 받아 다시 한 번 검증을 하고, 앞서 검증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왜 나오지 않았는지를 추적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 연구팀은 총 40명 정도다. 이들 중 PD수첩의 취재일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황 교수 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와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강성근 교수, PD수첩에 ‘중대한 증언’을 한 미국 피츠버그 대학 제럴드 섀튼 연구실에 파견된 연구원 K씨 등이다.

이들 연구팀의 주축들은 처음 연구성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상황이 진행되자 “밝힐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고 있다.

황 교수는 11월24일 기자회견 후 충청도 한 절에서 부인과 함께 계속 칩거 중이고, 안 교수는 11월29일 미국 출장에서 귀국 후 언론 접촉을 피해 오다 12월1일 다시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

안 교수는 시카고를 경유, 피츠버그 대학으로 가 새튼 교수 등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또 ‘중대한 증언’을 한 여자 연구원 P씨는 현재 2주일 째 연락이 두절된 채 행방마저 묘연하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들 연구팀이 상황을 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연구진, 의혹해소에 적극 나서야"

세계 과학저널 양대 산맥인 미국의 사이언스와 영국의 네이처가 황 교수 논란에 대한 대조적 입장을 보여 주목을 끈다.

지난해 2월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 팀원들과 연구중인 황우석 (가운데)교수.류효진 기자

황 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사이언스지의 편집장 케네디 박사는 1일 SBS TV와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복제가 가짜일 가능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네이처지는 12월1일 “한국의 국익은 깃발을 흔들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선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황 교수 실험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 엄격하고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가장 잘 수호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황 교수의 논란을 더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2월1일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논문을 제출하기 전 배양한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 검사를 의뢰해 DNA 일치를 검증받았다는 곳은 국과수의 본원이 아닌 지방 분소이고, 분소는 이 사실을 본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대상이 된 샘플들의 시료 출처가 정확히 밝혀진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아니면 시료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샘플의 DNA 지문 프린트만을 만들어줬는지 여부는 현재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이 시료 출처를 밝히지 않은 샘플을 의뢰해 DNA 지문 프린트만 받아 갔다면 국과수가 한 검사로는 줄기세포 연구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황 교수 연구팀을 둘러싼 논란의 전말을 가장 잘 꿰차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황 교수 본인과 안규리, 이병천, 강성근 교수 등 연구팀의 핵심 멤버들이다.

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상황이 여기까지 온 마당에 연구팀 스스로 의혹 제기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황 교수가 직접 나서 불투명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황 교수팀이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어 재검증을 거부하고 있다면 과학기술부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기관에 의뢰해서 문제된 의혹을 검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