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황우석 쇼크’에 빠졌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16일 “줄기세포 11개를 만든 것은 사실이며, 이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오염 등 실수가 있었다”며 줄기세포가 애초부터 없었으며 모든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줄기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힌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황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확인 안된 줄기세포주 5개가 있으며 10일 정도면 줄기세포 존재 여부가 확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황 교수는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가 있는데 2005년 논문에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11개가 1개이면 무슨 문제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













이는 스스로 2005년 논문의 의미를 취하하는 격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훼손된 사실을 정부 관계자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또 황 교수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법당국의 수사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노 이사장은 15일 “황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배아줄기 세포가 현재 없다”고 밝히면서,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황 교수팀의 2005년 논문이 허위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의 과학적 가능성까지 의심 받게 돼 국내외 과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이에 노 이사장은 16일 황 교수의 기자회견 직후 즉시 재반작 회견을 열었다. 노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황 교수의 논문이 가짜라고 폭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황 교수팀의 핵심 연구원인 미국 피츠버그대의 김선종 연구원이 황 교수의 강요에 의해 조작했다는 증언을 상세하게 밝혔다. 또 황 교수가 김 연구원을 회유ㆍ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황 교수가 논문에 대해 허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사위원회의 줄기세포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누가 어디서 왜 잘못을 저질렀는지 밝히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임무”라고 재검증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또 조사위원회는 “황 교수로부터 자료를 받아 국내에서 조사할 경우 1~2주면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위원회는 위원장에 정명희 서울대 의대 기초의학분야 교수를 선임했다.

노 이사장에 따르면 황 교수는 자신과의 면담에서 ‘줄기세포가 현재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온 몸으로 응원했던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의 심정은 황 교수와 비할 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인간복제 시도 가능성 등 인간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과학적 성과 앞에 숨을 죽였던 세계인 역시 허탈해 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황 교수 연구의 효과가 애초부터 너무 과장되었다는 점을 줄곧 지적해 왔다.

황 교수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치유 복제’, 즉 세포 치료의 기술적 가능성의 첫번째 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세포 치료에서 가장 큰 난관은 미분화된 세포가 체내에서 계속 세포 분열을 일으킬 경우 종양이 되거나 원하지 않는 부위에 원하지 않는 세포로 생체 내에서 분화할 부작용의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가 실용화 단계로 가기 위해선 줄기세포 배양 기술보다 오히려 분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황 교수의 연구와 관련된 보도들이 이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세운 이유도 이러한 배양기술과 분화기술의 결합을 위해서였다. 이제 황 교수의 업적이 허위로 입증된다면 공동연구의 토대가 무너진 것은 물론 향후 환자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의 생명분야 연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황 교수 연구가 부풀려진 또 하나의 사실은 마치 그의 연구가 모든 난치병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무지 탓도 컸다는 지적이다.

배아줄기 세포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당뇨병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 당뇨병 중에도 ‘소아 당뇨’ ‘인슐린 의존 당뇨’라고 불리는 질병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황 교수의 논문이 말하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의 가능성과 범위가 너무나 부풀려져 결국 충격의 크기도 여기에 비례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포 치료의 길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이외에 성체 줄기세포와 유전자 해독에 의한 길 등 크게 3가지다.

그 동안 한국은 황 교수의 신화에 열광해 마치 황 교수의 연구 분야가 생명과학의 전부인양 여기고 나머지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 오래 전부터 생명과학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한편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20005년 논문에만 멈출 것 같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 핵치환에 의해 줄기세포를 배양해냈다는 ‘사이언스’ 2004년 논문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연구 부정 탐사기자인 니콜라스 웨이드 기자는 15일자 기사에서 “2004년 논문 DNA 지문분석의 몇 군데가 사람이 손으로 그려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비판자들은 체세포 공여자와 배아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비교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며 밝혔다.

황우석 교수(왼쪽), 노성일 이사장










만약 의혹과 같이 황 교수의 ‘사이언스’ 2005년 논문에 이어 2004년 논문도 가짜인 것으로 밝혀지면 체세포 핵치환에 의한 배아줄기세포는 지금까지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황 교수의 거짓에 대한 의문은 1999년 태어난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황 교수가 생명과학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복제소 ‘영롱이’는 어른 젖소의 체세포에서 떼낸 핵을 다른 소에서 얻은 핵을 제거한 난자와 결합시킨 뒤 대리모 소의 자궁에 이식해 임신시키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영롱이’ 의혹의 첫번째 문제는 논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교수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영롱이 관련 논문을 어디에 내봐도 퍼블리쉬(실릴) 가능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반면 서울대 강성근 교수는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논문은 갖고 있다. 발표를 안 했을 뿐”이라고 다른 해명을 했다.

‘영롱이’ 관련 두 번째 의혹은 후속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고, 세 번째 의혹은 ‘영롱이’의 유전자 검사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DNA 검사는 ‘영롱이’가 체세포 복제로 태어났는지, 수정란 복제로 태어났는지를 아는 결정적 근거다. 현재 ‘영롱이’는 경기 광주군 퇴촌면의 황 교수 개인 농장에 있지만, ‘영롱이’에게 체세포를 제공했다는 소는 죽었고 사진조차도 없다.

한편 황 교수의 2004년 논문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웨이드 기자는 “황 교수의 연구가 허위로 결론난다면 한국 과학계에 심각한 타격이 되겠지만, 황 교수의 연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헤친 일단의 잘 훈련된 한국의 소장 과학자들에게는 하나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과학계의 자정 능력을 평가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나 황 교수가 요청한 타임테이블을 고려할 때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논란의 최종심은 늦어도 2주 이내 나올 전망이다. 과학적 의혹이 과학으로 해명되는 명쾌함을 세계인이 기대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 파문 최근 일지

2005년 6∼9월 MBC PD수첩팀, 3명의 제보자로부터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허위가능성 제보 받아

11월12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박사 황 교수와 결별선언

11월22일 MBC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 방송

11월24일 황 교수 기자회견 통해 연구원 난자 사용 시인. 모든 공직 사퇴 발표

12월4일 YTN, MBC PD수첩이 회유와 협박을 통해 거짓 증언을 얻었다고 보도

12월5일∼9일 MBC PD수첩 PD 2명 대기발령 및 인사위원회 회부. MBC 광고중단 사태

12월5일 인터넷 사이트 BRIC 등에서 사이언스 논문에 줄기세포 사진 의혹 제기

12월7일 황 교수 수면장애와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으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

12월8일 서울대 소장파 교수, 총장에게 논문 진실성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건의문 전달

12월9일 사이언스, 연구결과 재검토 요구. 미국 피츠버그대 조사 착수

12월11일 황 교수 서울대에 재검증 요청. 서울대 재검증 실시 전격 결정

12일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황 교수로부터 " 줄기세포는 없다"고 들었다고 발표

12월16일 황 교수 ‘맞춤형 줄기세포 만들었으나 오염돼 훼손됐다”고 해명

12월16일 노 이사장, 재반박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