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털려 쓰린 속 팔등신 미녀가 달래주나?

가수 신정환은 2005년을 가장 불행한 한 해로 보낸 연예인 중 한 명이다. 마약만큼이나 무서운 도박에 손댄 신정환은 일부 팬들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불명예스럽게 연예계를 떠나 있다.

이렇게 불행한 사안에 연루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 신정환이지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카지노 바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그의 사건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크다.

신정환을 적발한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은 그만큼 카지노 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후 카지노 바가 위축되었을까. 확인한 결과 대대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바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게임에 참가한 고객들에게 여성을 붙여주는 2차 서비스까지 이뤄진다는 첩보가 감지될 정도다.

기자가 어렵게 접촉한 취재원은 현재 강남 소재의 몇몇 카지노 바에 VIP 회원으로 올라 있는 김모(37. 남)씨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씨는 자신의 신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금지, 카지노 바의 위치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 금지 등의 조건을 요구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과연 카지노 바는 어떤 곳일까. 김씨와의 인터뷰가 이뤄진 장소는 강남에 있는 바였다. 김씨는 “이런 바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예전에 ‘바’로 운영되던 업소가 최근에 카지노 바로 업종을 전환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것일까. 우선은 그렇다. 다만 ‘아무나’는 결코 아니고 멤버십 카드를 소지한 이와 동행할 경우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도박 종류는 ‘바카라’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만화나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속임수’ 역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

바카라가 주종, 멥버쉽으로 운영

현금(물론 수표도 가능하다)을 칩으로 바꾸고 게임에 참가하면 그 외의 모든 것은 무료로 서비스된다. 바를 개조한 탓에 대부분의 카지노 바에는 바텐더와 바가 있는데 양주를 비롯한 주류 일체도 무료다.

배가 고프면 식사 역시 무료다. 담배를 비롯한 기타 부대사항은 기본 옵션. 쉽게 말해 도박에만 집중하도록 그 외의 모든 사안을 배려해주는 것이다.

판돈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는 같은 카지노 바라 할지라도 게임이 벌어지는 테이블마다 판돈이 각기 달라 정확히 얼마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다만 김씨가 주로 참가하는 VIP 테이블의 경우 판돈5백만원을 가지고선 10분도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한번 제대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2억원 정도는 들고 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얘기가 이쯤 진행되자 그 동안 김씨가 카지노 바에서 잃은 돈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김씨는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고 대답하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김씨와 같은 게이머들이 카지노 바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김씨는 “간단하다”며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우선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기본적으로 비상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챙긴다.

최악의 상황, 다시 말해 단속반이 들이 닥쳤을 경우에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카지노 바의 주인이 공무원과 어느 정도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느냐 여부다. 이는 보안과 안전을 담보하는 조건이다.

주인과 대화해 보면 관과의 관계가 대체로 감지된다. 이 부분에 대한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느냐가 업소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속이 나왔을 때 가장 완벽한 탈출 통로가 확보되어 있다 한들, 아예 단속이 안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업소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얼마나 큰 게임이 열리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선택조건이다. 한번 큰 판에 껴서 놀아본 사람은 작은 판에서 놀지 못하는 법.

따라서 큰 게임이 자주 열린다는 소문이 퍼져야 ‘손 큰’ 손님들을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카지노 바 입장에서는 큰 게임에 참여할 만한 손님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다. 우선 주변 유흥업소의 환심을 사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 문을 연 카지노 바의 경우 인근 고급 술집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다닌다. 예를 들어 30년산 고급 양주를 시켜 먹으며 술집 관계자들의 환심을 사는 것.

이들의 소개를 통해 모여드는 손님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카지노 바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빼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이들이 바로 딜러들이다.

딜러들이 다른 카지노 바의 큰 게임에 들어가 ‘물 좋은 손님’(당연히 큰 판에서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을 물색하는 것.

적당히 돈을 잃어준 뒤 자신이 소속된 카지노 바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기존 카지노 바에서는 타 업소 딜러의 출입에 신경을 쓰게 된다. !

기습단속 대비, 비상구는 필수

손님들은 대부분 20~30대 남성이지만 최근엔 여성도 급증하고 있다. “주중에는 주로 남성 손님이 많은데 주말에는 여성 손님들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김씨는 “여성 손님의 경우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며 우선 스폰서가 빵빵한 여자 연예인, 두 번째는 모델, 세 번째는 나가요 걸”이라고 설명한다.

김씨가 실제 자주 게임을 가져본 중견 여자 연예인 A씨의 경우 백발의 노인과 함께 카지노 바를 찾는데 동행한 남성이 바로 스폰서인 셈.

백발의 남성이 돈을 칩으로 환전하고 게임이 끝나면 함께 어디론가 떠난다고 한다. 예상외로 A씨의 도박 실력이 탄탄하다고. 김씨 역시 몇 백만원을 그에게 잃어본 경험이 있다고 얘기한다.

최근 카지노 바는 ‘위기의 상술’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업계에 떠도는 괴소문을 지칭하는데 요즘 카지노 바에는 “카지노 바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만한 강력한 법안이 입법 추진중이며 4월께 입법될 것이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4월 이후엔 카지노 바에서의 도박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이 괴소문은 ‘막판까지 한 판이라도 더 하겠다’는 손님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측 관계자는 “이미 불법인데 무슨 법이 더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전혀 근거없는 헛소문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카지노 바는 절대 망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만큼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수입은 수수료를 통해 거둬들인다. 환전 당시 5%의 수수료를 받고 모든 게임이 끝난 뒤 칩을 현금으로 바꿀 때 다시 5%의 수수료를 뗀다.

결국 돈을 딴다 할지라도 업소에 10%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손님이 많지 않을 경우 딜러와 손님이 1:1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딜러의 승률은 60% 정도로 실제 돈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소 입장에서는 딜러의 승률이 높아야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가 게임에서 3억원을 땄다고 봅시다. 그러면 업소 직원들이 더욱 깍듯하게 배웅을 해준다. 그 이유는 내게 돈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잠시 돈을 맡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며칠 이내에 다시 게임에 참여해 잃을 게 불 보듯 뻔 한 일 아니냐”는 것이다.

업소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역시 단속이다. 하지만 영업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만약 단속에 걸렸다 하더라도 구속되는 이는 ‘바지 사장’일 뿐이고 실제 사장은 업소를 옮기고 새로운 바지 사장을 영입해 카지노 바를 계속 운영한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돈 버는 일을 누가 단속이 겁나 포기하려 하겠는가”라는 게 김씨의 반문이다.

업소들 "성매매 알선 사실과 달라"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여자를 넣어주는 카지노 바’에 대해 김씨는 “들어본 일이 없다”는 반응.

김씨는 여기에 설명을 덧붙여 “만약 게임에서 돈을 딴 사람에게 아가씨를 붙여준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잃은 사람에게 여자를 붙여준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간혹 손님에게 여자를 붙여주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큰돈을 딴 손님에 대한 보너스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라 얘기한다.

도박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게임에서 돈을 잃은 상황에서는 그 어떤 8등신의 미인이 눈앞에 있더라고 여자에게 손이 안 가게 되어 있다는 게 게이머의 심리라는 것이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문에 대해 문의한 김씨는 “그런 업소가 있다고 하는 데 정통 카지노 바가 아니라 도박판을 흉내 내는 일반 술집인 것 같다”는 설명으로 관련 소문 이 모두 사실무근임을 재차 강조했다.

도박은 사람의 금전적인 파탄만 부르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정신과 육체까지 괴롭히며 영혼까지 오염시키는 게 도박이다. 심지어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사회암’이다.

관과의 결탁 여부를 본 후 카지노 바를 고른다는 손님들의 얘기를 전해 들으며 다시 한 번 정부 당국이 결연한 ‘단속 의지’를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