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승진연한제, 경찰사기 높일 것"

경찰 승진 연한을 규정한 경찰공무원법(경공법) 재개정안을 놓고 정치권과 경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권이 경찰의 눈치를 보느라 꾸물대는 반면 하위직 경찰은 재개정안에 반대를, 수뇌부는 이들의 집단행동을 막는데 안간힘이다.

전·현직 비간부 경찰과 그 가족, 시민, 교수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무궁화클럽’은 이런 와중의 중심에 있다.

2005년 9월에 결성돼 8,000여명의 회원이 모인 무궁화클럽은 하위직 경찰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수사권 조정 반대와 경찰대 폐지에 나서기로 해 파장을 낳고 있다.

13일 국회 앞에서 경공법 재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인 전경수(53) 무궁화클럽회장을 만나 경찰 승진제도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봤다.

전 회장은 1978년 경찰에 입문해 99년 퇴직할 때까지 강력계에서 마약 수사관으로 일했다. 22년 경찰관 생활 동안 1,000여 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으며 중앙경찰학교 초대 마약 교관을 지냈다.

91년 한국마약범죄학회를 조직해 회장으로 있으며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마약범죄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원광디지털대학 약물재활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현행 경찰 승진제도의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경찰조직은 경사 이하 하위직 경찰이 85%, 경위 이하는 95%나 되는 하위직이 지나치게 많은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승진 연한도 일반 공무원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순경으로 입문해 30년을 근속하면 53세 나이에 겨우 경사를 달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재직시에는 과중된 업무에다 복지혜택은 형편 없고 범죄자와 맞서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퇴직 때는 비간부인 경사에서 물러나는게 대부분이어서 연금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 경찰공무원법을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대로 순경-경장-경사-경위 승진 연한을 각각 6-7-8년으로 법에 명시해 달라는 것이다.

- 그럴 경우 소방ㆍ교정직 공무원과의 형평성이나 예산 증액 등의 문제가 거론된다.

다른 소규모 조직과의 형평성 때문에 대규모 조직이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합리적 대우를 위해 예산이 증액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 승진 연한 제도에 따르면 일 안하고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 승진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무능력자도 승진해 결국 조직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승진 부적격자는 승진 연한 제도가 있어도 탈락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요즘 순경의 80% 가량이 대졸 출신인데 승진 연한 제도로 훌륭한 자원이 충원될 수 있다. 또 승진에 연연하지 않게 되면 근무에 전력하게 마련이다.

- 승진 연한 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기로 했는데.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실무 경험이 없는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보다는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는 경위ㆍ경감급 베테랑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 경찰대 출신 간부는 병역과 학비, 승진 등 모든 부분에서 특혜를 누리면서도 경험 많은 실무자들의 승진을 가로막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