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의 몸부림, 부적 · 야한 속옷 등 도우미 상품 불티

“비나이다 비나이다, 연애 대통을 비나이다!!”

A(28)씨는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미혼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으니 전문가 뺨칠 정도로 사주와 관상에 능한 실력이다.

“지난해 결혼까지 염두에 둔 남자와 헤어지고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 다녔죠. 인터넷 사주사이트도 뒤져가면서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식이 생기더라구요.”

무신론자였던 K(25)는 최근 다(多)신론자로 전향했다. 절에, 교회에, 성당에 심지어 이름 모를 사이비종교까지 두루 찾아 다니고 있다. “신에게라도 도움을 구하면 오랜 짝사랑을 끝맺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싶어서”라고 절박한 심정을 내비쳤다.

14일은 화이트데이. 솔로 탈출을 위한 싱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연인들의 날’이 돌아오면서 옆구리가 허전한 솔로들의 몸부림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두 눈을 멀게 하고, 두 귀를 막는다”는 말처럼,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e세대들 역시 사랑을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남자 붙어라' 부적 등 다양한 상품 출시

여성포털사이트 ‘젝시인러브(www.xy.co.kr)’의 ‘러브 부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싱글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애 단계별로 연애 초기의 ‘남자 붙어라’ 부적류, 중기에 들어 찜한 남자에게 도장을 꽉 찍는 ‘도장부’ 부적류, 연애 말기의 ‘행복해라’ 부적류 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요즘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연애 초기 ‘남자 붙어라’ 부적 중 사람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고 싶을 때 쓰는 부적인 ‘니맘 훔칠래’ 부적이다.

무섭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기존의 부적이 아닌, 친근한 부적으로 신세대들에게 인기다. 예컨대 ‘니맘 훔칠래’ 부적에는 ‘훔칠래’의 원뜻과는 다른 동음이의어를 연상토록 대걸래가 그려져 있어 유쾌한 웃음을 준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부적을 다운 받아 미니 홈피나 메신저 창에 띄우거나 인쇄하여 소지품으로 지니고 다니면 된다.

젝시인러브 컨텐츠팀 임기양씨는 “평소 여러 단계의 부적이 고르게 클릭되는 것과 달리 화이트데이를 앞두고는 부쩍 사람 마음을 빼앗기 위한 연애 초기 단계의 부적에 주문이 몰리고 있다”며 “신의 효험을 믿기보다는 그렇게라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싶은 염원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작업’ 도우미 상품들도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지난해 대박을 터트린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작업녀, 작업남이 상대를 유혹하는데 사용했던 도우미 상품들의 매출이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작업의 정석’ 영화에서 손예진이 ‘작업’할 때 즐겨 착용했던 섹시 언더웨어다. ‘옥션’의 검색창에서 섹시 언더웨어라고 치면 무려 300여 종의 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특히 속살이 비칠 듯 말 듯한 2만~6만원대 실크 슬립은 하루에도 400여 개 이상이 팔려나가고 있다.

옥션 ‘곰돌이샵’ 이용훈 사장은 “최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섹시한 스타일의 슬립 등 속옷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관능적인 다리 곡선 연출을 위한 ‘압박스타킹’은 종아리는 물론 발목까지 조여줘 길고 섹시한 다리를 뽐내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한 작업 도우미 상품으로 인기다. 5만원대라는 스타킹 가격으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작업녀들의 클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무늬를 따라 은사가 들어 있는 ‘망사스타킹’도 애용 품목이다. 이외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앞 트임 블라우스나 뒤 트임으로 등을 과감하게 노출시키는 홀더넥 원피스 등 섹시 의류와 소품들은 하루 평균 700~800여 개 이상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랑 고백을 준비하는 싱글 남성들은 마술용품과 장미 향초 등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낼 수 있는 작업 도우미 상품들을 많이 찾고 있다. 메시지 양초는 불을 켜고 5분 후 양초가 녹으면서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벤트로 여성에게 감동을 주려는 남성들의 주요 작업 도우미 상품이다.

얼마 전 마술용품과 양초를 구입했다는 김정훈(24)씨는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좋아하는 여성에게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작업 도우미 상품 덕에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매혹의 향수, 작업女의 필수아이템

은밀한 향으로 이성을 매혹시키는 작업 도우미 상품인 향수는 나이트 클럽 등을 주무대로 하는 작업 선수들에게는 필수 아이템. ‘나이트 작업용 유혹 향수’는 상큼한 열대 과일향과 코코넛 열매 과즙이 그윽하게 배어나는 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클럽 파티 같은 곳에서 은근히 매력을 발할 수 있어 인기다.

한 여성은 “주말 밤 클럽 파티에 가기 전에 살짝 뿌려줬죠. 은밀히 발산되는 향 때문인지 주위로 몰려드는 남성들이 유독 많았다”며 작업 성공담을 들려줬다.

한편 기본(?)을 중시하는 작업녀들을 위한 도우미 상품도 등장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G마켓(www.gmarket.co.kr)이 싱글 여성들을 위해 마련한 ‘솔로 탈출 결혼 성공 쇼핑 기획전’에서는 멋진 남자를 만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건강한 정신과 아름다운 육체를 가꿀 수 있는 제품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남녀관계’ 등의 연애서적에서부터 정확한 칼로리 체크와 운동량 측정이 가능한 ‘디지털 액정 줄넘기’, ‘바디 헬스 후프’, 시청각 자료인 ‘현영의 337 다이어트 요가 비디오’까지 다채롭게 나와 작업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솔로 탈출을 위한 상품을 구매하는 층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라면서 “이들은 다이어트는 기본이고 메이크업과 의상 등 겉모습까지 적극적으로 가꾸려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