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미군의 행패. 하지만 그 미군들은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규정에 의해 유유히 미국으로 돌아간다.

행패를 목격한 한국인들이 뻔히 있는 데도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계속 거짓말을 해대는 미군의 뻔뻔함을 보노라면 정말로 기가 막혔다. 근데 최근 나는 미군의 그런 발뺌이 미국의 사회환경 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경험한 것을 말하면 다른 사람도 수긍할 것이다. 그 일은 다음과 같다.

주문한 물건을 찾으려고 친구 차에 동승해 시내에 간 날이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헤매던 중 친구는 도로 코너쪽 애매한 공간에 주차했다. 딱 5분간.

물건을 찾은 후 차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쿵!!”하고 바로 앞차가 후진하다 친구차의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이런 바보 같은 놈” 하면서 열 받은 친구가 달려가 따졌다. 후진하다 실수한 미국인 중년 여인도 문을 열고 내렸다.

한국에서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여인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 "어머… 미안해요… 제가 운전이 서툴러서… 차 괜찮으세요?" "아니,뭐… 그럴수도 있죠… 다행히 제 차는 이상없네요… 앞으론 조심하세요." "죄송해서 어쩌죠… 고마워요." 뭐 이쯤 되지 않았을까.

근데 미국 여인의 첫 말은 우리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아니, 차가 뒤에 있는지 몰랐네. 그 자리에 주차하면 안 되는 것 몰라? 당신이 잘못했잖아. 내 참~" 그녀는 되레 화를 벌컥 내며 휙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친구는 대꾸도 못하고 운전석에 돌아와 앉았다. 내가 도리어 화가 가서 친구에게 물었다. “왜 한마디 말도 못했냐”고. 그 미국 여인은 뒤에 다른 차가 주차해 있는 것을 분명히 봤을 텐데도 어떻게 몰랐다고 발뺌할 수 있을까. 아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깨끗하게 끝날 문제인데 어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을까.

씩씩거리는 나를 다독거리며 친구가 말했다. "여기선 미안하다는 말을 웬만해선 안해. 그렇게 말하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모든 죄를 뒤집어 쓸 수 있거든.

그래서 눈에 보이는 뻔한 상황에서조차 절대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법이지. 미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까 신경 쓰지마. 주차하면 안 되는 곳에 우리가 차를 댄 것이 원초적 잘못이었지."

그렇다. 그제서야 뭔가 좀 분명해졌다. 내가 이곳에서 미국인들과 접촉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I am sorry’가 아니라 ‘Excuse me’였다. 유독 미국 내에서도 무뚝뚝하고 냉정하기로 유명한 뉴욕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주차할 때는 반드시 주차선에 똑바로 맞춰서 하라는 친구의 충고를 가슴속에 간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왜 똑바로 주차해야 할까? 주차선에 제대로 맞춰 세워놓지 않으면 누군가가 내 차를 무지막지하게 손상시켜 놓아도 나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게 주차를 제대로 못한 내 책임이니까. 그러니 한국에서 행패를 부리고도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미군의 사고방식이 이젠 아주 이상하게만 보이진 않는다.

미국인들은 친절하고 예의 바른 줄로만 알았던 내가 그동안 순진했음을 조금씩 경험하면서 (물론 주변엔 놀랍도록 친절한 미국인도 많다) 미국이란 과연 어떤 나라일까 다시 생각해본다.

장연주 통신원 (뉴욕 주립대 재학)

컴퓨터=PC가 아니라고?

얼마 전 미국인 친구와 교수가 내게 PC를 사용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PC하면 당연히 개인용 컴퓨터, 혹은 PC방을 연상한다. 그래서 속으로 웬 뜬금없는 질문을 할까 하고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알고보니까 미국에서는 PC라고 하면 윈도 기반의 컴퓨터만을 의미한다. 매킨토시(Mac)나 리눅스(Linux)기반의 다른 컴퓨터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용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사용자의 거의 99%가 윈도 기반의 PC를 쓰고 있지만 미국에 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었다. 컴퓨터 공학과의 전산실에는 거의 리눅스가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한국인이라서 이전엔 PC가 최고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요즘은 생각이 다르다. 매킨토시나 리눅스 운영체계를 써보니 그것 나름대로 장점도 많고 편했다. 서버를 구축할 때도 안정적이고, 듀얼OS(운영체제)로도 쓸 수 있고. 그래픽도 깔끔했다.

미국에서도 PC사용자가 갈수록 느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매킨토시나 리눅스 컴퓨터용으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배포한다. 그것을 보면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허석모 통신원 (뉴욕 주립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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