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성인 PC방 - 노인들의 '性 해방구'로 변질, 컴맹도 손쉽게 접속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리로 그 명성을 이어온 종로. 강남 등 서울 곳곳에 새로운 번화가가 생겨나면서 예전의 명성이 조금은 퇴색했지만 여전히 종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권이다.

특히 종로는 노인들의 집합 장소로 유명하다.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중심으로 매일 수천 명의 노인이 종로에 모인다. 또한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종로3가 지하철역사 안에 모여 그들만의 실버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종로 인근의 ‘성인 PC방’이 노인들의 새 휴식처가 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성인 PC방이 노인들의 ‘性해방구’라는 얘기.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노인들의 ‘性해방구’는 소위 ‘OOOO 아줌마’라 불리는 윤락 여성들이었다. 그런데 사회 전반의 IT 열풍이 종로통 노인들의 성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것도 ‘야동’(야한 동영상)이라는 강력한 유혹물을 앞세워.

2003년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성인 PC방은 당시 대대적인 단속의 칼날을 맞아야 했다.

단속 이유는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제공한다’는 혐의.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까지 계속된 단속으로 몇몇 성인PC방 업주가 구속되는 등 된서리를 맞았다. 이 때문에 성인 PC방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나 여전히 그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유독 성인 PC방이 밀집해 있는 곳이 종로다. 성인 PC방이 너무 많아 일반 PC방을 찾기 힘들 정도.

물론 종로의 경우 일반 PC방의 주요 고객인 청소년층 유동 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 그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만큼 성인 PC방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 수요층 중에는 종로의 노인들도 포함돼 있다.

성인 PC방은 어떤 곳인가

오후 2시경 종로 3가를 찾은 필자는 쉽게 성인 PC방을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찾는 과정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그 많은 PC방 중 어느 곳을 취재 대상으로 삼는냐 하는 결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업원이 필자를 맞았다. 알다시피 일반 PC방은 개방된 공간에 PC가 나열되어 있는 구조다. 흡연석과 금연석의 구분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이 PC로 무엇을 하는지는 밖에서 훤히 알 수 있다.

음란 동영상이나 야한 사진을 감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성인 PC방은 인테리어 자체가 일반 PC방과는 다르다. 종업원이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각의 방으로 나눠져 있어 마치 비디오방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종업원은 우선 커피와 녹차 가운데 마실 것를 고르라며 필자를 방으로 안내했다. 방의 구조는 기존 비디오방과 유사했다. 다만 TV가 있어야 할 공간에 PC가 놓여 있을 게 차이일 뿐, 의자 역시 기존 비디오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우나 안락 의자였다.

필자를 방으로 안내한 종업원은 금세 녹차를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바탕화면에 위치한 ‘동영상5’라는 폴더를 가르키며 “여기 가장 최신의 것들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 뒤 방을 나갔다.

방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다. 본래 비디오방이었던 것을 성인 PC방으로 개조한 것 같다.

비디오방의 경우 밀폐돼 있으면 단속 대상이다. 따라서 문에 상당히 큰 창문이 있다. 성인 PC방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유리창을 완전히 가려 밀폐된 공간을 만든 것이 기존 비디오방과 다르다.

어떤 음란물을 보여주나

종업원의 설명대로 ‘동영상5’라는 폴더를 클릭했다. 폴더 안에는 다시 날짜 별로 구분된 여러 개의 폴더가 들어가 있다. 매일 새로운 야동을 다운 받아놓은 듯하다. 그리고 그 각각의 폴더 안에는 다양한 포르노물이 이용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이 PC는 야동의 집합체 같았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불법 야동이 대부분 깔려 있었다. 서양 포르노와 일본 포르노는 기본.

장르를 세분하면 서양 포르노의 경우 DVD급 화질의 동영상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고 일본은 ‘노모’(노 모자이크의 약자로 모자이크처리가 되어 있지 않은 하드코어 포르노)가 분리돼 있었다. 여기에 각종 국산 포르노도 있었다. 대부분 불법 성인 사이트에서 양산된 것들이었다.

이런 국가별 분류 외에도 장르별로 분류되어 있는 폴더도 있었다. 몰카, 연예인 누드 및 섹스동영상, 페티쉬, 로리타 등의 구분이 그것.

밀폐된 방 안에는 PC와 연결된 헤드 셋에 박스티슈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가격은 기본이 1시간에 5,000원. 그 이후에는 10분당 1,000원 씩 추가된다. 1시간당 이용료가 1,000원에서 1,500원 수준인 일반 PC방과는 가격부터 다른 셈이다.

이런 야동은 모두 불법 성인물이다. 각종 P2P 사이트 등을 통해 몰래 나돌고 있는 것들로 이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성인 PC방이 이를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영업행위 역시 불법이다.

당연히 단속의 대상. 하지만 경찰은 단속보다 시급한 게 관련 법 개정이라 말한다. 그 이유는 성인 PC방이 인허가나 등록사항이 필요 없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불법 영업으로 적발해도 가벼운 벌금 외에는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며 “업주는 벌금만 내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단속 실효성이 크지 않다.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 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용하는 노인들은 얼마나 많을까

필자는 성인 PC방에서 나온 뒤 길거리에서 두 시간 가량 출입자를 지켜봤다.

두 곳의 성인 PC방을 살펴봤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한 명의 노인이 성인 PC방에 들어갔고 세 명의 노인이 나오는 것을 봤을 뿐이다. 아직 노인들이 대거 성인 PC방을 가는 것은 아니고 몇몇 노인들이 호기심 삼아 찾는 것으로 보인다.

60대 노인은 “얼마 전 종로3가 지하철 역사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알게 돼 왔다”며 “우리는 컴퓨터를 잘 몰라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종업원이 자세히 설명해줘 몇 개를 봤는 데 정말 신기하고도 놀랍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노인층이 PC와 가까워지는 것은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 다만 음란물을 통해 PC를 알게 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당국의 꾸준한 단속이 절실하며 관련 법 개정도 절실하다. 이와 함께 구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PC교육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음란물’이 없이도 PC는 충분히 노인들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하고.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