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국제중고등학교 - 이달 4일 개교, 입학 경쟁률 21대 1 넘어 치열

미국인 의학박사가 생물을 가르치고, 서울대와 위스콘신대학을 졸업한 화학박사가 화학을 가르치는 중학교가 문을 열었다.

개교 전부터 특성화 중학교로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던 청심국제중고교가 지난 4일 개교식을 갖고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은 중학생과 고등학생 각각 100명. 한 반에 25명씩 중고교에 각각 4개 반이다.

이 학교가 개교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 때문. 하지만 현재 이 학교의 선생님이나 시설을 살펴보면 영어로 하는 수업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우선 기숙사 사감을 제외한 35명의 선생님 중 28명의 학력이 석·박사다. 화학을 가르치는 에릭 리처드슨 선생님은 미네소타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의사 그것도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 중학생을 지도하는 학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리처드슨 선생님 이외에도 박사학위 소지자가 11명이나 더 있고,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선생님도 17명이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원어민과 외국 유학을 다녀온 선생님이 90%나 차지한다. 국어와 국사 선생님을 제외하곤 모두 해외파로 보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영어 수준별로 나눠 토론식 수업

수업진행도 다른 특성화 중고교와는 다르다. 수학과 과학 등 모든 과목 시간엔 학생들의 책상이 비좁을 정도다. 먼저 한국어 교재를 읽고, 비슷한 내용의 미국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다. 책상 한 구석엔 영영사전이 놓여있다.

중학교 학생들이 보는 미국의 교재는 미국의 중학교 수준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들이다. 지나치게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생님들이 학생 수준에 맞게 자세히 설명하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이해를 한다”고 정철화 교감선생님은 말한다.

재량활동 시간엔 미국과 영국의 고등학교 교과서는 물론이고 대학교의 교재도 사용되는데 우수한 학생들인 탓에 잘 따라온다는 설명.

수업 진행방식도 대부분 토론식이다. 수업시간마다 선생님이 5개 정도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자기의 의견을 발표하도록 유도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란 선생님의 질문에 한 학생이 “두 주인공의 사랑에 대해 감동했다”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좀 더 자유스런 토론을 유도한다. “나는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이 좋아서 이 영화를 봤다”고 말한 것. 그 다음 학생들은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영화음악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토론수업을 위해서 영어의 경우엔 수준별로 나눠, 12명 이내로 분반해 수업을 진행할 정도다.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 수업을 위해선 수업 전에 학생들의 그룹 토론을 먼저 해보도록 유도한다.

도서관에 있는 10개의 세미나실에는 모두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어 파워포인트로 주제발표를 한 학생과 동료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향후 전교생이 600명이 될 때를 대비해 600석의 열람석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예·체능교육도 이 학교의 특성 중의 하나다. 태권도는 모든 학생이 하루 30분씩 배워야 한다.

가야금, 사물놀이, 스포츠댄스, 각종 타악기는 물론이고 골프, 조정 등도 학생에게 가르친다. 조정은 학교에서 400m 떨어진 청평호에서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인데, 팀워크를 배울 수 있는 종목이라는 설명이다.

학생지도도 세심하게 하고 있다. 남녀 기숙사별로 사감 선생님이 따로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예민한 청소년기의 생활문제를 상담해줄 심리학 전공의 선생님도 있고, 진학과 진로를 관리해 줄 선생님과도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다.

교실의 시설도 최상급. 원활한 과학수업을 위해서 생물, 화학, 물리 등 각 과목별로 과학실이 운영되고 교실마다 프로젝트 빔과 자동 칠판세척기도 설치되어 있다. 새집증후군 방지를 위해서 기숙사 등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을 정도로 학생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학생들의 건강 문제도 청심국제중고교에선 완벽하게 대책을 세우고 있다. 차량으로 5분 이내 거리에 260병상 규모의 청심병원이 있다. 입학 후 3일 만에 위경련을 일으킨 학생이 있었는데 20분 만에 청심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빠른 처치가 가능했다.

월 평균 교육비 80만원

학비는 기숙사비가 월 50만원, 분기별 등록금이 88만원. 월 평균 80만원 정도면 된다.

학교 설립 비용만 1,000억 원이 넘는 학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비용이다. 4월부터는 장학금도 지급될 예정. 삶의 질과 교육 여건 향상에 재단의 이익을 환원시킨다는 재단의 원칙 때문에 수업의 질에 비해 저렴한 학비 책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일교측이 재단이라서 교리교육이 강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매주 1시간의 채플시간이 있지만 이 시간에는 국제화 시대의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종교교육을 한다. 통일교도 배우지만 불교, 이슬람교, 라마교 등의 다양한 종교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정철화 교감은 말한다.

교육적인 면은 물론이고 시설적인 장점 때문에 청심국제중학교의 지난해 경쟁률은 대단했다.

서울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의 일반전형 평균경쟁률이 4.42 대 1이었는데 청심중의 일반전형 경쟁률은 21대 1이 넘었다. 초등학교 별로 추천장을 4장으로 제한한 탓에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에선 추천장 배정을 위한 자체 시험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심중학교는 벌써부터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입학설명회를 해 달라는 학교들이 많다며, 올 하반기엔 서울 등에서 두 차례 정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인터뷰 - 정철화 교감
"세계 대학서 탐내는 인재 키울 것"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해서 참 다행입니다. 공부하는 분위기의 학생들이 모여서 좋다는 학생도 있고, 기숙사에서 자는 게 좋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영어를 잘한다고 왕따 당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는 아이도 있고요. 물론 엄마 아빠와 떨어져 힘들다고 하는 학생도 일부 있습니다."

개교한 지 20여 일 되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정철화 교감(48)은 "청심국제중학교과 고등학교를 거친 학생들은 국제화 사회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단순히 영어와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학교가 아니라 세계 각국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주어진 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것.

청심국제중고등학교는 이튼칼리지, 베를린국제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 등 전 세계의 유명한 중고등학교를 벤치마킹해 교육의 틀을 마련했다.

도서관 운영 전략만 해도 구조는 이튼칼리지 도서관의 내부구조를 참고했고, 이용 방법은 베를린 국제학교의 방법, 장서 확보전략은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방식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도서관을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해외로 유학을 나갈 학생에겐 유리하겠지만 국내의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에겐 영어로 수업을 받은 청심중학교 출신이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 교감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학교 교육시스템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우리가 배출한 학생들을 전 세계 대학이 모시고 가고 싶어 하는 인재로 만들 겁니다. 중1 학생에게 '네가 삼성 혹은 소니의 CEO라면 미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주고 영어 수업을 진행시켜 봤는데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학업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과제 등으로 실력을 배양해 국제무대에서 즉시 통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