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영어 등 ?鉞活銹?지식 강조… 특목고 정보 인터넷에 공개키로

“엘리트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인성입니다. 한 나라의 리더가 될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과학고 입학생을 가장 많이 낸다는 장학학원의 하광호 이사장은 학원의 운영철학을 ‘인성과 균형’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올해 서울과학고 40명 등 최근 3년간 서울에 있는 과학고 합격생을 가장 많이 낸 학원의 운영자에게서 ‘인성’이란 말을 들으니 낯설다. ‘경쟁’, ‘스파르타식’, ‘철저한 관리’ 등이 어울릴 듯한 학원에서 정반대로 인성을 강조하니 어색하기만 하다.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쳤던 기억 때문이지 인성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고려하고,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조화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기업대상으로 경영강의를 하는 분이 대기업에서 과학고나 과기대 출신들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공부 잘하고, 머리 좋지만 팀워크를 이루는데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란 평가를 받는다는 겁니다.”

장학학원에서 선생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이 인성과 균형잡힌 교육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최고가 아니라 타인을 고려하고 주변 사람들과 조화되는 학생들을 칭찬해주라고 강조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모든 일에서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은 학생을 잘못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하 이사장은 말한다.

독서와 영어를 강조하는 것도 장학학원의 또 다른 특징이다. 과학고 입시와 관련이 별로 없는 이 과목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균형잡힌 지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과학고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수학과 과학. 수학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준비를 해야 수학올림피아드 수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강조되는 과목이다. 과학 또한 올림피아드 입상 경력을 중2 때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이 두 과목의 공부도 힘이 드는데 영어와 독서까지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과학고는 영재들의 집합지다. 겨우 입시에서 원하는 정도의 준비만 하고 들어가면 하위권으로 내려앉기 쉽다.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느라고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은 이해력과 요약하는 능력 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영어 또한 뒤떨어진 채 입학하면 고생을 한다. 해외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많아서 영어 수준이 결코 외국어고에 비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입학도 힘들지만 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쉽지 않은 게 과학고의 현실인데, 영어나 이해력 등에서 처지면 성적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장학학원의 송동명 원장은 “진학지도 시에 서울과학고 합격이 가능한 학생인 데도 한 단계 내려 원서를 쓰게 하는 경우도 많다”며 “입학 후의 준비가 덜 된 학생이 겨우 커트라인을 통과해 합격하고 나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고 입학 후의 경쟁 때문에 자퇴나 전학을 고려하는 학생도 많고, 후회하는 분들도 많지만 장학학원의 진로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거의 그런 경우가 없다는 설명이다.

▲ 초등과학영재캠프에서

16년 동안 416명의 과학고 합격자를 낸 장학학원이지만 최근 3년의 성과는 학원가의 주목을 받을 정도다. 올해의 경우 서울시내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에 각각 40명과 20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두 학교의 입학정원이 각각 140명에 불과한 것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숫자다.

최근 과학고 합격생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를 묻자 송동명 원장은 “04년 43명, 05년 53명, 06년 60명으로 합격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학학원이 송파지역에 위치해서 송파와 강동의 학생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강남과 노원지역의 학생들까지도 장학학원으로 오고 있다는 것. 올해 장학학원을 통해 과학고에 들어간 강남구의 학생이 20여 명에 달할 정도여서 과학고 준비는 대치동이 아닌 장학학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장학학원이 과학고 합격생을 많이 내는 이유를 묻자 송동명 원장은 “이제는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 합격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쌓아 놓은 자료와 정보, 학생별 맞춤프로그램, 입시지도 등이 어우러지면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려면 중1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학원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 하지만 선발제도가 바뀌는 방향이나 과학고에 적합한 학생 등을 선별하는 노하우는 다른 학원에 비해 장학학원이 많은 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강남, 송파, 강동과 멀리는 노원과 목동의 학생까지 흡수하는 데다 안정된 강의 시스템과 맞춤형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서울 시내에서 과학고 입학생을 제일 많이 배출하는 학원이란 기록은 계속될 것이라고 송 원장은 자신한다.

혹시 성적이 우수해도 과학고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학생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송 원장은 “일 등을 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학생이나, 과학 수학 외에 다른 과목의 준비가 덜된 학생들은 과학고에 들어가면 많이 힘들다”며 “이런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장학학원은 인터넷사이트(www.janghak.co.kr)를 5월 중순까지 새로이 개편, 과학고 등 특목고와 관련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남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중요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만큼 과학고 입시에선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인터뷰
하광호 이사장
"교사간 경쟁 없는 공교육은 바뀌어야"

장학학원을 설립한 하광호 이사장은 장학학원 운영보다는 한국학원총연합회 인문교육협의회 회장으로 더 바쁜 일정을 보낸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발표할 때마다 동네북처럼 얻어 맞는 학원연합회의 일이 만만치는 않다고 말한다.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공교육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논술시험이 2008년부터는 대입 당락의 결정인자인데 공교육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선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시정책 때문에 사교육비가 또 늘어나게 된 겁니다."

하 회장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학원을 규제하기보다는 공교육이 활성화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원이 많아지고 커지는 이유는 분명한 만큼 그 원인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학교와 학원의 선생님들의 질을 비교하면 현재도 학교 선생님들의 자질이 더 우수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학원에 뒤처지는 교육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학원 선생님들은 잘못 가르치면 당장에 퇴출됩니다. 잘되던 학원도 1~2년 지나 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자칫 '왕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냉정한 평가와 이에 따른 보상이 없는 공교육 시스템이 변해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 회장은 학교와 학원이 공존하고 서로 보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공교육이 사교육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변화한다면 정부나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