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생성·뇌 기능 발달 돕는 비타민 B군 종류영국, 빵에 엽산 첨가 법안 추진… 치매 등 예방에도 효과

최근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기형아 출생률을 낮추기 위해 모든 흰 빵과 밀가루에 비타민의 일종인 엽산을 의무적으로 첨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임신부가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면 기형의 일종인 신경관 결손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면서 영국 내 보건 전문가들의 꾸준한 건의가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같은 정책을 시행 중이며 그 결과 2004년 미국 국립질병관리센터(CDC)는 미국 내 신경관 결손을 지니고 태어나는 아기가 법령을 시행하기 전보다 26% 줄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기형 예방 효과뿐 아니라 뇌졸중 사망률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엽산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뇌졸중, 심장마비, 동맥경화 예방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주목하는 엽산은 비타민B군의 하나로 적혈구와 DNA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엽산이 부족할 경우 빈혈, 피로, 우울증, 두통, 건망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비타민정보센터 윤연정 실장은 “엽산의 성인 하루 권장량은 0.25mg이지만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하루 0.4mg 섭취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연식품의 경우 브로콜리, 시금치 등의 녹색 채소, 간, 콩류, 효모, 오렌지 등에 풍부하다. 그러나 수용성 비타민인 만큼 조리할 때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채식보다 가공 식품을 즐겨 찾는 사람은 엽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0.4mg의 엽산은 일반 종합 비타민 1알에 모두 들어있으며 엽산제 또한 석 달 치(90정)가 2만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임신부 기형아 출산 예방

뇌가 없는 무뇌증 태아는 대부분 유산 또는 사산(死産)되지만 태어나더라도 출생 후 수일 내에 목숨을 잃는 무서운 선천성 기형이다.

무뇌증과 정신지체 등의 뇌손상을 동반하는 이분척추(Spina bifida)는 모두 신경관 결손의 일종으로, 영국의 경우 평균 한 해에 900명이 태어난다. 중추신경계가 형성되는 수정 후 22~28일 사이에 태아 신경관 표피조직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생기는 이 기형의 발생원인 중 하나가 모체의 엽산 섭취 부족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임신 예상 1~3개월 전부터 임신 후 3개월까지 하루 엽산 0.6mg 섭취로 신경관 결손 기형을 예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 신경관 결손 태아를 임신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새로 임신할 경우 그 위험도는 20~30배까지 증가하므로 더 많은 섭취가 요구된다. 그러나 수정 후 한 달 내에 이미 기형이 형성되므로 엽산을 통한 신경관 결손 예방은 쉽지 않다.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임신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주식이나 다름없는 빵과 밀에 ‘엽산 첨가’를 의무화한 것도 평소에 엽산을 꾸준히 섭취하게 함으로써 기형 예방 효과를 높이려는 데 있다. 엽산은 출산 후 모유를 먹일 경우에도 아기의 성장 발육을 위해 많은 섭취가 필요하다.

직장인 심장질환 위험 낮춰

잦은 음주, 커피 등 카페인 다량 섭취, 흡연, 고단백질 식사 등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이런 직장인의 혈관 속에는 높은 수치의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 독성 단백질의 일종)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은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3배나 높다. 호모시스테인은 동맥벽을 자극해 동맥 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고 동맥 노화 속도를 촉진하는 ‘독’이다. 임산부의 경우 높은 농도의 혈중 호모시스테인은 자연 유산, 저체중아 출산 등을 부른다.

원래 호모시스테인은 단백질 성분으로 엽산 섭취가 충분할 때 인체에서 잘 분해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진대사의 부산물인 호모시스테인은 알코올 및 카페인·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흡연자일수록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분해할 엽산은 부족하기 쉽다.

특히 알코올과 카페인은 체내 엽산 흡수를 방해하기도 한다. 장수학의 권위자인 미국의 마이클 로이젠 교수(시카고 프리츠크 의대)는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 중 하나로 호모시스테인을 분해하는 엽산을 매일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또 워싱턴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엽산의 충분한 섭취는 심장마비의 위험도를 40%로 낮춘다.

노인들에겐 치매 예방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가장 부족한 비타민 중 하나도 엽산이다. 호모시스테인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증가하는 데 반해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은 줄기 때문이다.

게다가 엽산은 노년기에 감퇴하는 뇌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노인에게 특히 필요하다. 엽산이 기억력 감퇴를 방지하는 두뇌보호 효과가 있으며 결핍되면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적당량 꾸준히 섭취하는 게 중요

▲ 임신 초기 엽산 섭취가 부족할 경우 기형아 출산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밖에 엽산은 대장암,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타민은 몸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인 만큼 엽산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다른 비타민들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C는 함께 적절히 섭취할 경우 엽산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지만 과잉 섭취하면 엽산의 배출을 촉진시킨다. 또 비타민B12와는 연계 대사되는 관계로, 각각 알맞은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DNA 합성이 어려워져 거대 혈구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엽산은 배설될 수 있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며 “그러나 합성 비타민으로 엽산을 섭취할 경우엔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흡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섭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