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경숙 총장 - 여성 리더의 산실… 한국 대학 IT·문화 선도 모델로 부상

창학 100주년을 맞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1994년 취임이래 12년째 숙대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숙대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 중심에는 숙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및 국내 여성 정치학 박사 3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 총장이 있다.

숙대는 지난 10년 동안에 대학의 IT, 문화 분야에서 선도 모델로 부상했고 세계 여성리더 양성이라는 비전도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총장은 “그동안 학교에 많은 빚을 졌다”며 숙대가 다가올 100년에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100주년 행사 준비로 분주한 이 총장을 3일 오후 서울 청파동 숙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 4선 연임 총장으로 숙대 창학 100주년을 맞는데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창학 100주년을 맞는 중요한 시기에 다시 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교직원과 재학생, 동문의 신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우선 총장으로 창학 100주년을 맞는 게 영광이고 축복이지만 지난 한 세기 민족 여성사학으로서 숙명의 역사와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대학 개혁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여성리더 양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숙명의 또 다른 100년을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헌신할 생각입니다.

- 94년 총장 취임 이후 숙대의 가장 큰 변화와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우리 학교는 조용하고 정숙한 현모양처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반면 소극적이고 침체된 분위기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창조적 지성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세계 최고의 리더십 대학’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리더십 교육과 연구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2020년까지 대한민국 리더의 10%를 양성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고요. 그 결과 학생들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교풍도 겸손과 당당함을 모두 갖춘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숙대가 외형적으로 발전한 것 이외에 성장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 특별히 '리더십' '리더'를 강조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가정에서 학교,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조직이든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습니다. 제대로 된 리더가 있으면 그 조직은 잘 되고, 사회나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더십은 과거 전통적인 권위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능력과 인품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말합니다. 나는 그것을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점에서 숙대는 나라와 민족을 섬기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리더를 키우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숙명은 ‘구국애족(救國愛族)’이라는 창학 이념에서 출발해 온유하고 겸손한, 그러면서 남을 배려하는 전통이 있는데 여기에 21세기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가미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여성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을 갖췄습니다.

95년 제2 창학을 선언한 후 10년 가까이 리더십 교육 특화에 전력했는데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학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날개를 달게 됐죠.

- 구체적으로 숙대의 리더십 특화 과정과 영향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우리 대학은 입학과 동시에 리더십교양학부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 국제화 능력, 봉사적 성품, 정보화활용 능력 등 리더십의 기초 역량을 키웁니다. 2학년부터는 각 전공별로 리더십 함양을 위한 교과 과정을 연계해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리더 육성의 메카인 숙명리더십개발원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능력개발원, 취업경력개발원, 국제언어교육원 등 리더십 관련 교육, 연구, 훈련기관을 다양하게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학생들의 의식이 변하고 토론문화가 정착돼 교풍이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 지난 10여 년간 특히 정보화와 문화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진데 계기가 있는지요.

94년 총장에 취임하면서 세계의 트렌드를 볼 때 디지털화(정보화)가 중요하고 21세기에는 문화가 강조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몇 개 분야에선 세계 1등이나 국내 1등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숙대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정보(IT)와 문화를 특화해 집중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98년 대학 최초로 캠퍼스 전체에 유무선 랜(LAN)을 구축했고 2002년엔 세계 최초로 모바일 캠퍼스를 완성시켰습니다.

또 박물관, 미술관, 연주홀, 음식연구원 등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숙명의 경쟁력을 높였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교류하자는 제의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APEC 총회의 정상들 만찬도 숙대의 한국음식연구원이 주관했습니다. 최근 경기도 일산에 계획중인 한류우드 조성에도 숙대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축적된 문화 콘텐츠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리더십 배양 이외에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다면.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여성질환연구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문화와 교육을 접목시켜 숙명을 한국 문화의 메카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질환센터를 특성화해 여성들의 건강 증진에 큰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여성질환연구기관을 목표로 서울삼성병원, 미국의 뉴저지의과대학 정보학연구소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약대, 식품영양학과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화 부분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숙명 나름의 뿌리깊은 전통이 있는데다 관련 학과들도 다른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있습니다. 미진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관광학과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문화 숙명’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 대학의 위기 시대인데 21세기 대학과 총장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대학의 위기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대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대학은 시대를 선도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 유연한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총장의 역할은 다른 분야의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약력

1943년 3월 서울 출생, 경기여고(61년)ㆍ숙대 정외과 졸업(65년), 숙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67년), 미국 캔자스대 대학원 석사(71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 박사(75년), 숙대 교수(76년), 제11대 국회의원(81~85년), 숙대 정법대 학장(85~89년), 숙대 기획처장(90~94년), 숙대 총장(94~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2005~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2005~현재)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