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십억대 포기한 이범 강사 - 과학 강의 지존… 강남구청 인터넷 교육사이트 출연

연봉 18억원을 포기한 스타 학원강사.

무료인터넷 강의를 하기 위해 메가스터디 주식 5만주를 거래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넘긴 학원계의 이단아. 그래도 그는 행복하단다. 대한민국의 최고 강사란 정점에서 스스로 내려오기 쉽지 않았지만 훌훌 털고 나니 평화롭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 사이트(edu.ingang.go.kr)에서 과학 강의를 하고 있는 이범 선생이 바로 그다. 이제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걸맞게 수입이 연봉 6,000만원이지만 강의 실력은 줄지 않았다.

과학 강사하면 이범이라는 등식이 아직까지도 성립된다. 내년부터 입시의 당락을 결정짓는 이과 통합논술의 강사를 꼽으라면 이범이 최고라는 게 학원가의 평가다. 아직도 연봉 수십억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학원 강사의 자리를 떠나 학원가의 논리와 학생들이 생각하는 공부법과는 사뭇 다른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라는 책을 쓴 이범 선생을 4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입시제도는 물론이고 학원가의 문제점, 효율적인 공부방법, 2008년 입시대책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차분하게 풀어 놓았다.

- 연봉 18억원을 포기했다는 말을 들으면 보통 사람들은 살 만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텐데 경제적으론 여유가 있으신가요.

”노후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대소득도 있고, 메가스터디 주식도 아직은 좀 있습니다. 1/30로 줄어들었지만 강의 소득도 있어서 불편하진 않습니다만 목돈을 써야할 상황이 되면 제 처의 눈치를 좀 봐야 하는 게 전과는 달라진 점입니다.”

- 최고 강사란 자리를 포기하신 이유는 뭡니까.

”학원가에 있으면서 ‘마음의 병’을 얻었습니다. 내가 매출을 올리는 ‘도구적 존재’로 규정되고, 경영진이 나를 보다 효율적인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 나와 주변 강사들의 얄팍한 경쟁심을 활용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참 힘들었습니다. 도구가 아닌 주체적인 개인으로 서기 위해서 학원가를 빠져 나왔습니다.”

- 학원가를 떠나서도 여전히 인터넷 강의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논문만 남아있던 박사과정을 마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무료인터넷 강의가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돈으로 사회환원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내가 가진 재능 즉 몸으로 봉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뭘까요.

”인터넷 강의는 공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조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입니다. 인터넷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가 부족한 부분들을 선별해 듣는 게 바람직한 공부방법입니다.”

- 다른 사이트에 비해서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좋은 점이 있습니까.

“EBS를 포함해서 모든 사이트들이 강의 교재를 유료로 판매합니다. 강좌가 여러 개면 그 부담도 상당합니다. 일부분만의 강의를 들으려고 해도 교재를 사야한다는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구청 사이트는 교재도 인터넷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강사 수준도 어느 사이트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회원가입 시에 회비로 1만원을 내야 합니다.

- 방향을 돌려서 2008학년 입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책에선 2008학년 입시를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라고 하셨는데...

”2008학년 입시는 내신과 수능, 통합교과형 논술의 3가지로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내신만 해도 평어 제도에서 석차 등급화로 강화되어서 학생들의 부담이 큽니다. 논술도 기존의 논술과는 좀 다른 형태의 통합교과형 논술입니다. 학생들의 부담이 아주 커진 입시제도 입니다. 학원가에선 지금이라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이과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강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효과적인 논술공부 방법이 뭘까요.

“먼저 논술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논술의 변별력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껏해야 700자 이내의 논술이므로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논술학원이 난립하고 학부모들에게 논술이 어렵다고 강조하다 보니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이과의 경우엔 주장하는 글도 아니고 주어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설명문입니다. 통합교과형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논술 능력보다는 학과공부를 얼마나 깊게 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문과의 논술은 주장하는 글이겠지만 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요즘 논술학원에서 강조하는 배경지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윤리, 국사 등의 학교 과목 공부를 깊게 했다면 충분히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600자나 200자 정도의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시행해도 거꾸로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현재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수준별 학습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학원에선 비슷한 실력과 목표를 가진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고 있는데 학교에선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선 절대로 공교육의 효율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과목에 따라서 수준별 학습을 한다면 학원수요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동시에 교원평가도 이루어진다면 학교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질 겁니다. 사교육 시장을 인위적으로 축소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인 대책일 겁니다.”

'이범, 공부에 反하다'는 어떤 책?
계급장 떼고 학원을 재단했다

학습에 관한 책이라면 이미 수없이 나와 있다. 학원강사 출신들이 쓴 책도 아주 많다.

이번에 나온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라는 책도 그 중의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색다르다. 학원강사에서 출발해서 인터넷 강의의 선두주자인 메가스터디의 창립멤버였던 이범 선생이 이제는 학원가를 벗어나서 '거리'를 두고 사교육과 학습에 대한 자기의 의견을 써내려간 책이다.

철저한 자본주의적 논리가 펼쳐지는 학원의 시각에서 쓴 글이 아니라 학원의 시각과는 반대되는 내용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제목에 '반(反)하다'라는 말이 들어갔으리라.

책의 서두는 이범 선생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펼쳐진다. 학원가의 특징은 물론이고 메가스터디란 교육기업의 특징까지도 해부하고 있다.

공부방법에 대한 설명은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이다. 학습법에 대한 기존의 책들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한다. 공부방법은 아주 다양하고 그 다양한 공부방법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공부의 완성도는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권의 책을 읽기보다는 한 권을 완벽하게 소화한 학생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한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교과서나 참고서를 반복해서 정독하는 것이 점수를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외 여러 가지 공부방법에 대한 제언과 함께 2008학년 대학입시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물론 교육특구라는 대치동의 문제점도 함께 제기한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