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3' 흥행 태풍에 한국 영화들 모두 우수수, "스크린쿼터 축소 재앙 현실화하나" "일시적" 해석 분분

할리우드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1억5,000만 달러를 들인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3’(3일 개봉)가 개봉 첫 주 5일 동안 관객 164만2,000명(배급사 UIP 집계)을 끌어 모으며 국내 극장가에 할리우드의 부활을 알렸다.

충무로는 ‘미션 임파서블3’의 극장 점령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조치이후 닥친 첫 번째 위기로 평가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3’의 개봉 첫 주 관객 수는 2003년 12월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168만 명) 이후 할리우드 영화 최고 기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5월 첫째 주말 박스오피스(서울 관객 기준) 1위 자리도 ‘미션 임파서블3’의 차지였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이후 무려 21주 만에 올라선 정상이다. 한국 영화의 폭발적인 관객 증가세 때문에 한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정상 등극의 ‘임무’를 크루즈의 ‘원맨쇼’ 만으로 단번에 이룩한 셈이다. ‘미션 임파서블3’의 흥행 성공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흥행 1위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미션 임파서블3’가 극장가를 장악하며 한국영화 ‘연합군’은 오금을 못 펴는 형국이다. 차승원 주연의 70억원 대작 멜로 ‘국경의 남쪽’은 예정일보다 1주일을 앞당긴 4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3’과의 맞대결을 자청했지만 전국 관객 15만6,000명에 그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관객과 평단에서 호평을 받은 ‘사생결단’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는 전국에서 각각 48만2,611명과 59만9,72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조승우, 강혜정 주연의 멜로물 ‘도마뱀’의 관객 8만3,759명을 합해 3~7일 4편의 한국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수는 132만2,095명으로 ‘미션 임파서블3’ 한 편의 기록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3’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충무로의 표정은 더 어둡다.

원작 소설이 이미 ‘대박’을 터뜨려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다빈치 코드’가 18일 개봉하며, 재난 영화의 고전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리메이크한 제작비 1억6,000만 달러의 ‘포세이돈’(31일)이 그 뒤를 잇는다.

또한 ‘엑스맨: 최후의 전쟁’(6월15일)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7월7일) ‘수퍼맨 리턴즈’(7월14일)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달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공필두’(11일), ‘가족의 탄생’(18일), ‘호로비츠를 위하여’ ‘생, 날선생’ ‘짝패’(이상 25일),‘구타 유발자들’(31일) 등 6편. 이들 영화는 개성 넘치는 연기와 연출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덩치나 지명도 면에서 할리우드 대작과 정면 승부하기에는 버거워보인다.

월드컵 기간을 피하다 보니 6월 개봉하는 한국영화도 ‘모노폴리’(1일)와 ‘강적’(22일) 2편에 불과하다. 7월 ‘한반도’(13일)와 ‘괴물’(27일)이 개봉할 때까지 이렇다 할 ‘대표 선수’가 없는 것이 충무로의 고민인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충무로는 이변이 없는 한 한국영화의 5~6월 관객점유율이 50%를 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충무로 일각에서는 ‘미션 임파서블3’의 돌풍을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대재앙의 전주곡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3’이 개봉일 400개에서 3일만에 460개로 상영 스크린 수를 급격히 늘린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영화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미션 임파서블3’의 스크린 수 급증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몰고 올 한국영화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3’의 흥행몰이와 충무로의 위기를 연계시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조희문 상명대 영화과 교수는 “‘미션 임파서블3’는 워낙 기대작이라서 흥행이 된 것”이라며 “영화 한 편만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강우석 '한반도', 봉준호 '괴물' 하반기 최대 기대작

“하반기 극장가는 우리가 ‘접수’한다.”

올해 하반기는 한국영화 주요 기대작들이 대거 몰려 치열한 흥행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2주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최대 화제작 ‘한반도’와 ‘괴물’이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4년 연출했던 ‘쌍끌이 흥행’을 재현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테이프는 7월13일 ‘한반도’가 끊는다. ‘한반도’는 ‘실미도’ ‘공공의 적’으로 흥행술사의 면모를 과시한 강우석 감독의 작품. 남북한이 통일을 앞둔 가운데 일본이 한반도 침략을 획책하는 내용을 대한제국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담아낸다.

차인표와 조재현이 일본의 야욕을 분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사학자로 출연한다. 안성기, 문성근이 대통령과 총리를 연기하며 강수연이 명성황후 역을 맡는 등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제작비는 97억원. ‘수퍼맨 리턴즈’와의 맞대결을 자처한 강우석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대결할 생각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7월 27일에는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 감독 자리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이어받는다.

‘괴물’은 봉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착시로 한강 교각을 기어오르는 괴생물체를 목격한 이후 줄곧 가슴에 묻어두었던 프로젝트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한 가족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개성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제작비는 105억원에 달한다. ‘킹콩’과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작업한 뉴질랜드 컴퓨터그래픽 팀이 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연말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가을 개봉 예정인 ‘재주꾼’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도 충무로의 기대주다.

비와 임수정이 주연하는 ‘사이보그…’는 자신을 전투용 사이보그라 착각하는 소녀와 다른 사람의 습관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기이한 사랑이야기를 박 감독 특유의 미학으로 풀어낸다.

‘거룩한 계보’는 전남 순천 뒷골목 사나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결투를 엮어낸다. 장 감독은 “웃음기를 제거한 진정한 ‘전라도 누아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과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각각 연출한 누아르 ‘비열한 거리’와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도 주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