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정생활 전반에 걸친 상담·학습 방법 교육… 일정도 관리

▲ 에듀플렉스의 매니저(왼쪽)가 학생과 상담을 갖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임민경(가명ㆍ중3) 양은 중학교 입학 후 성적이 처지는 몇몇 과목을 보강하기 위해서 방과 후에는 꾸준히 학원에 다녔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는 학원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끊었다.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임 양은 어머니가 권유한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1년이 지난 지금, 임 양의 성적표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학교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뛰어오른 것. 도대체 무엇이 임 양의 성적을 바꿔 놓았을까.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날 공부한 내용을 그 날 복습하는 습관이 길러졌을 뿐 아니라 무엇부터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울 줄도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도 나아지더라구요.”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효과적 공부 방법을 깨우쳐주는 이른바 ‘학습 매니지먼트’가 사교육 시장에 새롭게 뜨고 있다.

학습 매니지먼트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를 내리지만 학생 스스로 올바른 학습 습관을 길러 성적을 향상시키도록 유도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기존의 사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학원 강의나 과외 수업이 국어, 영어, 수학 등 특정 과목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비해 학습 매니지먼트는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질을 가르쳐 주는 셈이라는 것.

이와 관련, 국내 최초의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로 알려진 에듀플렉스의 고승재 대표는 “공부는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 사교육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이를 무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반면에 학습 매니지먼트는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궁극적인 학습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학습 매니지먼트는 정신 관리, 학습 관리, 환경 관리의 세 영역으로 이뤄진다.

정신 관리는 학생에게 미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하게끔 독려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학습 관리는 전략적으로 학습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환경 관리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1:1로 학생을 보살펴주는 ‘학습 매니저’의 역할이 생긴다.

학습 매니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황과 성적, 성향과 진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리고 이끌어주는 전문적인 관리자다. 방과 후 학생의 개인스케줄도 짜주고 심지어 간식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 아비투스 학습센터.

에듀플렉스 김민선 매니저의 사례를 통해 학습 매니저가 수행하는 일을 살펴보자.

어느날 김 매니저에게 학교 성적이 중위권 정도인 학생이 맡겨졌다. 이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구는 강했지만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었고 과학, 수학 과목이 취약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종종 갈등을 빚었다.

학생·학부모의 가교역할도

김 매니저는 가장 먼저 학생과 상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이어 수시로 흔들리는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시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학생은 매니저를 든든한 후원자로 생각해 잘 따라왔다.

다음으로는 취약 과목인 수학, 과학에 대한 학생의 두려움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칭찬을 우선으로 하고 충고는 나중으로 돌려 자신감을 갖게 한 뒤 새로운 학습 방법을 일러주고 실천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가정내 불화는 예민한 학생들의 공부를 망치는 중대한 요인이다. 김 매니저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학생의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한 학부모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학습 매니지먼트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개념조차 생소했을 뿐 아니라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적잖이 따라다녔다. 또한 일부에서는 병폐가 많은 국내 사교육의 또 다른 팽창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주체적인 학습 습관 형성을 통해 오히려 과외나 학원 수업을 받지 않아도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내신 성적 관리와 맞춤식 입시 정보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에듀플렉스의 경우 출범 2년여 만에 전국에 걸쳐 40개 가까운 지점을 냈고 현재 회원 숫자만도 2,000명을 웃돌고 있다. 또 다른 선발 주자인 아비투스도 최근 매니저 개인 역량보다 시스템에 중점을 둔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학습 매니지먼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참여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아이비스터디가 코스닥 상장사인 장미디어와 손을 잡고 사업확장에 나섰는가 하면, 온라인 교육업체의 선두 주자인 메가스터디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공부 방법 교육 및 의욕 고취는 가정과 학교가 담당해야 할 일인데 사설 업체들이 떠맡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서울 강남 J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습 습관 등은 학교 선생님들이 당연히 챙겨줘야 하지만 맡은 학생 수가 많고 입시 위주 교육환경 때문에 그렇게 하질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고 복잡해져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식 상담과 관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다.

어쨌든 ‘학습 매니지먼트’라는 신종 사교육의 성행은 우리 교육의 또 다른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학습 매니저 정윤희씨 인터뷰
"학생들에게 맞춤공부 방법 가르쳐주죠"

▲ 학습매니저 정윤희씨.

"어떤 학생들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학생들은 공부는 하고 싶은데 올바른 공부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죠. 제 역할은 이런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서 그들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학습 매니지먼트 전문업체 아비투스의 정윤희 매니저(28)는 공부라는 미로에 갇혀 헤매는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친절한 안내자다.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의 시선으로, 학생의 문제를 짚어내기 때문에 그의 해법은 해당 학생을 몰라보게 바꿔놓기도 한다.

정 매니저는 오후 5시 무렵부터 자정까지 10명 남짓한 학생들과 아비투스 학습센터에서 함께 지낸다. 학생들이 각자 공부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어떤 과목을 잘 하고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를 파악하는 것을 비롯해 학습 태도의 변화 등도 꼼꼼히 챙겨본다.

그렇다고 감시나 감독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학습 매니지먼트라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올바르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를 알기 때문에 학생들도 스스럼없이 정 매니저에게 학습상의 애로를 털어놓는다.

"학생들마다 실력, 환경, 성격 등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매니지먼트 활동 역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이뤄집니다. 학습 계획과 목표도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함께 세우고 함께 실행하죠."

정 매니저가 학생들에게 가장 북돋우고자 하는 것은 주체적인 학습 습관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아이들과 진로나 인생에 대한 상담도 수시로 한다. 미래에 대한 설계와 확신이야말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