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남북한 공동자원개발은 '北 고용창출 · 南 자원확보' 윈윈 사업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원을 확보하느냐 여부가 경제의 성장과 정체 내지 추락을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이러한‘자원전쟁’의 한국 선봉에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가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35년의 정치인 생활을 접고 CEO로 변신한 박양수 사장이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우리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원확보를 제1 목표로 설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빠지지 않고 수행, 17개국과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가 하면 민간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합작 정촌흑연광산 준공식을 갖는 등 남북 공동자원개발에도 전기를 마련했다.

국내외에서 자원확보 전사(戰士)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양수 사장을 5월 30일 광진공 사장실에서 만났다.

-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과 향후 중점을 둘 분야는 무엇인가.

광진공 사장으로 취임한 2004년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필요 불가결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 됐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원자재 수요 증가로 자원전쟁이 격화되고 있어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원확보에 더욱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영자립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전력하고 있다.

- 해외자원 개발에 있어 광진공의 장ㆍ단기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해외 직접투자비를 200억원에서 43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렸다. 그리고 21개 해외 광산을 조사할 계획이다.

몽골, 호주 등지에서 유연탄, 우라늄, 동 등 조기 생산이 가능한 전략광물 개발에 우선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3~4개의 중대형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2024년까지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유연탄, 우라늄, 동, 철, 아연, 희토류 등 6개 전략광물 개발에 총 35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정부가 설정한 해외자원 자주개발 목표 달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자원민족주의 성향의 강화로 자원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최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 자원국유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러시아도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자원전쟁이 시작된 이상 자원무기화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노무현 대통령께서 세계 17개 국가를 누비며 자원 선점을 위한 자원정상외교를 펼쳤다.

아울러 민간기업 역시 원자재 확보를 위해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진공도 자원협력을 통해 전략광물을 중심으로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대부분 동행했는데 가장 큰 성과가 예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취임이후 대통령께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캐나다, 인도네시아, 남미 등에 이어 최근 아프리카 3개국 등 순방했을 때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수행하면서 17개국과 14건의 MOU를 체결하였다. 이는 광진공 설립 이래 초유의 일이다.

가장 큰 성과라면 최근 방문한 몽골에서 300억 달러의 매장가치가 있는 오유톨고이 구리광산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오유톨고이 광산은 그동안 광물자원부문에서 우리나라가 투자한 해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개발사업이다.

광진공은 지난달 8일 캐나다 아이반호사와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 4월 말 국내 경제사절단 150명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왔다. 북한자원 개발 추진상황은.

북한의 주요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남한의 24배 정도이고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광물만 하더라도 중석, 흑연 등 7종류나 북한에 부존한다. 남북한 공동자원개발은 북한이 공장을 지어 고용을 창출하고 남한은 부족한 자원을 가까운 거리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사업이다.

광진공은 지난 4월 27일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이 합작개발한 정촌흑연광산 준공식을 가졌다. 올해부터 연간 3,000톤에 달하는 북한산 흑연을 공동생산해 이중 1,830톤을 매년 15년간 분할 회수 형식으로 남한에 들여오는데 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흑연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현재 정촌흑연광산 외에 덕현 철광산을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함경도 대흥 마그네사이트 광산, 검덕 아연광산, 인회석(비료) 광산 등의 공동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자원개발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평양에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소를 개설할 방침이다.

- 최근 남북철도 시범운행 무산처럼 북한자원 개발에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대책은 있나.

북한 자원개발은 정치적 상황 변화 등 돌출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북한의 자원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의 의지도 변수다. 그럼에도 남북 공동자원개발은 개성공단 이상으로 북측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분야이다.

북측은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물론 자원 개발과 관련해 전력난 등 북한 내 인프라가 부족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현장 실사자료 제출을 꺼리는 등 난관은 있지만 최근 들어 남북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져 대화를 해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 중국이 북한 자원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어 자원 예속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책과 입장은.

중국이 경제개발을 가속화하면서 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광물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독일, 싱가포르, 스웨덴 등도 북한 자원 개발 및 투자를 진행 중이다.

북한은 주요 광산의 설비가 20년 이상 노후화된 데다 가동률도 떨어져 중국 등 제3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광물을 원료형태로 파는 게 대부분이다.

북측 관계자에게 공장을 세워 정품을 만들어 남한과 해외에 수출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며 남북합작을 제의한 바 있다. 북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촌흑연광산과 같은 남북합작사업이 활성화되면 남북경협 기반 조성은 물론 같은 민족끼리 광물자원의 자주권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 광진공을 '솔개'에 비유하며 개혁과 변신을 강조했는데.

솔개는 생존을 위해 부리를 바위에 찧어 새 부리가 나도록 한다.

그동안 광진공은 직접개발 사업보다 진흥이나 지원 등 다소 소극적인 사업에 안주해왔다. 사장으로 취임해 그런 고정관념을 깨면서 다면평가제, 팀제 등 경영 혁신에 앞장섰다. 광진공이 강한 솔개로 태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