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교사·정부 모두 책임… 교사의 본질적 권한 강화 해야"

교사, 학생, 학부모, 정부, 학교 재단 등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얽히고설킨 게 우리 교육계다. 그러다 보니 교권 추락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교사들에게 책임이 있다, 학부모들의 책임이 더 크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느냐 등등 교권 추락의 책임 소재 공방 역시 뜨겁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삿대질을 멈추고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이에 따른 대안 마련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권의 위기를 계속 방치하다가는 우리 교육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교권 추락의 원인과 해법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다.

▲ 배종학 전국초중고교장협의회 회장 (서울 신답초등학교 교장) =

교권 추락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요인들이 결부돼 빚어진 것이다.

스승을 군주, 아버지와 동격으로 존경했던 군사부일체의 관념이 무너진 데다 공교육 현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교권이 흔들리게 됐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우리의 시위 문화, 학부모 민원에 대한 교육 당국의 과민한 반응도 한몫했다.

얼마 전 교육부는 교권 침해 사건을 늑장 보고하면 교장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이는 교육 현장을 통솔하고 조정하는 교장의 재량권을 무시한 처사다. 교육부조차도 교장을 우습게 보는데 (학생, 학부모가)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건 당연한 귀결 아닌가.

어쨌거나 교권 회복은 교원 스스로 반성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학부모님들도 그 뜻을 이해해 주시지 않겠나.

그리고 과도한 체벌은 금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위한 제재 수단은 인정해 줘야 한다. 학부모, 교육 당국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 하윤수 부산교대 교수 =

지금 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든 말든, 떠들든 말든, 휴대폰 통화를 하든 말든 선생님들이 꾸짖기도 힘든 상황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적 목적의 체벌 조항이 엄연히 규정돼 있는데도 현실적으로 교육 당국에서는 체벌을 못하게 하고 있다. 수업 태도가 불량한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은 예로부터 인정돼온 교육 수단 아닌가. 이마저도 못하게 하니 교사의 본질적 권한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 등장하면서 교육 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도 교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ㆍ사친회)는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협력하고 책임지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뤄가지만 국내에서는 학부모의 목소리만 높은 형편이다.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만큼 이제 학부모들에게도 교육 참여의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에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 강인수 수원대 교수 =

과거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교직의 지위가 사회경제적으로 하락한 게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교권 침해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떼법’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국민 전체의 법 의식이 희박해진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말하면서 교대나 사대 등 교원 양성 기관에서 교육법 교육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교원들부터 교사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법적 의식이 부족하다 보니 교권을 스스로 지켜나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교육받고 이에 따른 규범을 지키는 문화가 먼저 조성돼야 교권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이봉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사무국장 =

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는 학원 강사가 때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학교 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이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에 우선하는 오늘의 현실이 교권 추락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권 추락을 한탄하기 전에 교사들도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교원 단체끼리 패를 갈라 반목하고, 심지어 일부 교사는 성적조작, 성추행, 학생 폭행 등 교직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교권은 어떤 경우에라도 존중돼야 하는 고귀한 권리다. 하지만 교사들 스스로 본분에 충실할 때 교권은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늘 연구하는 자세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교직에 맞는 도덕성을 가질 때 학부모와 학생은 따라가게 돼 있다.

▲ 김장중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부회장 =

예전에는 선생님이 엘리트요 지식인이다 보니 모두 존경하고 예우하며 의존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학부모들 스스로 학력이 높아지면서 이런 시각이 옅어졌다. 게다가 자녀 문제를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절차를 모르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과 1대1로 맞닥뜨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갈등만 키우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일부 학부모의 빗나간 자식 사랑과 과보호도 문제다.

학부모들도 이제 성숙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의 권리와 의무, 역할 등에 대한 학부모 교육도 필요하다. 학교와 학부모 단체가 공동으로 교육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교직 사회에서도 해야 할 몫이 있다. 가장 필요한 대목은 일부 함량 미달의 교원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어찌 보면 교육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만족도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교원 평가제는 이런 점을 잘 반영해 제대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는 전통적 교육관과 진보적 교육관의 전환 지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들은 달라지는 교육 현실을 서로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교육관과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나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기존 제도들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