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심각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그저 조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엎드려 자고 있다. 보다 못해 다가간 선생님은 등을 툭 건드리며 깨운 뒤 “얼굴이나 좀 씻고 와라”고 일러준다. 이에 대한 학생의 대꾸. “선생님, 놔두세요. 저 좀 잘래요.”

어느 학교 교장실로 전화가 걸려 온다. 마침 집무 중이던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정 잡배들이나 입에 담을 만한 욕설이다. “야, 너 죽을래. 학교에서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거야.”

오늘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실제 사례들이다. 말로 그쳤으니 이 정도는 어찌 보면 양반이다. 교사들에 대한 멱살잡이, 폭행 등 물리력 행사도 드물지 않은 게 학교의 현실이다.

2004년 3월 어느날 오후 충북 모 초등학교 교장실에 한 학부모가 다짜고짜 난입했다. 평소 학교 운영에 불만을 자주 나타내던 학부모였다. 그는 대뜸 윗옷을 벗어 던지더니 그곳에 함께 있던 학교운영위원장을 끌어낸 뒤 교장실 집기를 들고 폭력을 휘둘러 교장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후 해당 학부모는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등을 선고받았지만 교장의 가슴에 든 멍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경기 모 중학교에 신규 발령받은 미술 교사는 3학년 대상의 수행 평가 수업을 진행하다 봉변을 당했다. 한 학생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게 뻔해지자 작품을 부수고 자신에게 대든 것. 이 학생은 수행 평가 이전에도 ‘신참 교사’를 상대로 폭언을 하는 등 도저히 학생 신분으로 용납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이에 학교 측은 징계를 내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학부모가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 심지어 민원을 내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학교 선도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학생에게 사회봉사 명령 처분을 내리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초년 교사는 끔찍한 기억을 안게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전체 교권침해 사건 발생 건수는 전년도 191건에서 178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인한 교권침해 사건은 오히려 전년도 40건에서 52건으로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숫자는 교총에 상담을 요청해온 건수를 토대로 집계된 까닭에 실제 교권침해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 유야무야 덮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일선 여교사 교권침해 증가 추세

아울러 여성 교사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 교원에 대한 교권침해도 빈발하고 있어 여성 교원들이 안심하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성 교원 교권침해 사건은 폭행 등 학부모들의 부당행위가 절반을 넘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무릎 꿇은 여교사’ 사건이 재연될 여지가 그만큼 많아진 교육계 현실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