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간 거리감 없고 자율적 행동 강조, 학비 월 70만원 선

“상산고는 다른 학교와는 달라요”

자립형사립고로,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이사장이 설립한 학교로 유명한 상산고에서 학생들에게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나오는 말이다.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백선화(3학년) 양은 우선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벽이 없다고 자랑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고 자율적인 행동을 강조한다는 이야기다. 사제 간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도 많이 다르단다.

대학입학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실 안 풍경이 삭막해지고 있다지만 상산고에선 친구들과의 관계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학교의 복사실에는 필기를 잘하는 학생들의 노트를 언제든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성적으로 인한 갈등이 적다는 증거다. 기숙사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니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고 한다. 1학년인 박세라 양은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친구들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철저한 자율학습, 동아리 활동도 활성화

입시 성과도 여느 학교에 못지않게 좋지만 학교에서 성적 때문에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지는 않는다.

서울대학교에서 부총장까지 지낸 이현구 교장선생님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자기가 공부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 3학년들은 공부 장소나 시간에 대해 선생님들의 간섭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3의 경우 하루 수업시간이 5교시 정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기 위해서 수업시간을 최소화했다.

공부하는 장소도 자기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방과 후엔 교실에서 공부할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집이나 하숙집으로 가도 된다.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예체능과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점도 상산고의 특징이다. 고등학교, 그것도 선발시험을 통해 들어가는 자립형사립고라면 공부만 열심히 하는 분위기란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릴 정도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4월 말 상산고 개교 25주년 음악회에선 상산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학생들의 플룻, 첼로, 피아노 등의 독주 등이 어우러져 공부는 물론 예능도 잘하는 상산고란 칭찬을 받았다. 평소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음악은 물론이고 체육을 잘하는 학생들도 많다. 1학년의 김경은 양과 김경호 군은 쌍둥이 남매인데 모두 피겨스케이팅 선수. 동계체전 등에서 금메달을 휩쓸던 이들은 올해 동계체전에도 나갈 예정이다. 물론 운동은 방과후나 방학 중에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널널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입시에선 박지원 군이 수능에서 단 한 문제만 틀리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을 비롯해 서울대에 15명, 연세대 28명, 고려대 27명, 그리고 이화여대· 서강대·성균관대 등에 모두 121명이 합격했다.

의·치·한의대 입학생도 35명이나 되었다. 졸업생이 341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라는 평가다.

캠퍼스-기숙사 등 대학에 뒤지지 않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학교 자랑 좀 해달라고 부탁하자 “친구와 선생님들이 너무 좋구요. 캠퍼스도 너무 예뻐요. 기숙사를 비롯한 시설도 대학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1만 7,000여 평의 상산고 교정은 잘 꾸며져 있기로 유명하다. 우거진 숲 때문에 야생 너구리와 청설모들이 살 정도다. 감, 은행 등의 각종 유실수와 장미, 모란, 연산홍, 백일홍 등의 꽃이 어우러져 ‘한국의 조경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서관 옆의 연못이나 테니스장 주변 등은 공부하다 지친 학생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이다.

이외에 중앙공급식 냉난방 시설이 되어 있는 본관에 위치한 36개 교실에는 교실마다 54인치 TV와 오디오 시설은 물론이고 시력보호를 위한 곡면형태의 칠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외에도 15~60석 규모의 소강의실과 190석의 대형 강의실이 마련되어 있는 멀티미디어 강의동, 과학관, 도서관 등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숙사 시설도 완벽하다. 금년에 여학생 기숙사가 새로 문을 열어 856명의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 현재 희망하는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이 가능하다고 학교측은 말했다.

학비는 한 달에 35만원 정도. 기숙사비 13만원과 식사 및 간식비 22만원을 포함하면 한 달 비용은 70만원 정도다.

상산고에 입학하려면 남학생의 경우 상위 5%, 여학생은 상위3% 정도의 내신성적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단 수학, 과학, 컴퓨터 등의 올림피아드 입상자나 태권도 특기자들의 특기자의 내신은 이보다 약간 낮아도 합격이 가능하다.

내년 입시부터는 정원의 25%를 전북지역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올해 신입생의 경우 서울과 경인 지역 학생이 57%(2, 3학년은 39%)로 크게 늘면서 전북지역의 학생이 33%에서 17%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타 지역의 학생들이 상산고에 들어가기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인터뷰
하진규 학생회장
"유럽학교 부럽지 않아요"

상산고 학생회장인 하진규 군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잘 받아주는 상산고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스위스에서 공부를 하다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에 느꼈던 중학교 시절의 갑갑함이 상산고에 와서는 사라졌다.

지식 전달에 치중되어 있고, 강압적이던 중학교 시절을 지내다 말 그대로 '자율적'인 상산고에 오니까 스위스의 학교도 부럽지 않다고.

"상산고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라는 학교"라고 평가하는 하 군은 학생회 회장으로 시간도 많이 빼앗기지만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교복을 바꾸기도 하고, 학생회 예산을 스스로 확정해 집행할 수 있다.

지난 축제는 이전의 실내행사가 아닌 실외 행사로 진행되었다. 예산이 400만원이나 추가되는 변경안이었지만 학생회의 바람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도 학생들이 원하면 이루어지는 곳이 상산고라는 설명이다.

상산고 학생회에는 다른 학교에 없는 대외홍보부와 교육정보부도 있다. 대외홍보부는 학교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싸이월드에 학교 홈피로는 처음으로 상산고 홈피를 만들기도 했다.

내신의 불리함 때문에 자사고 입학을 꺼리는 분위기에 대해선 "좋은 친구들과의 추억, 서로 격려하며 공부하는 분위기로 내신의 불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다"며 "단 부모님에게 지나치게 통제받던 학생들은 자율적인 학교분위기와 기숙사 생활 등으로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산고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