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 · 최상의 학습 프로그램… 3개국어 구사 능력 갖춰야 졸업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부속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대부속외고)의 첫 인상은 학교가 아니라 벤처타운이었다. 수업시간이라서 넓은 교정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고, 깔끔한 모습의 건물만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신입생을 받은 외대부속외고는 출발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용인시가 협력해서 만든 관학협력학교여서 시설이나 선생님들의 수준은 물론이고 학습프로그램도 최상일 것이란 기대감에 첫해 경쟁률이 9대1을 넘어설 정도였다. 실제로 이 학교의 시설은 새로 지어진 만큼 최첨단이다.

5층 건물 3개동으로 이루어진 강의동의 교실은 전 세계 100여 개 TV방송을 실시간에 시청할 수 있고, 빔프로젝트도 모두 설치되어 있다. 어느 대학보다도 더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칠판, 기자재들이 최신시설이다.

전교생이 생활하는 기숙사의 여건 또한 훌륭하다. 2인 1실의 기숙사 방에 들어가면 책상과 침대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시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화장실과 샤워장을 분리해 놓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 놓았다. 용인시의 지원으로 시설투자는 이미 완료되어 내년 입학생이 사용할 기숙사까지 완공되어 있다.

이 학교 독일어과 1학년인 유수진 양은 “교실 등의 학습환경이나 기숙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올 봄 꽃이 피었을 때 교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산 속에 자리잡아 너무 적막한 느낌이 들 정도여서 공부 이외의 다른 생각은 하기 힘들다고 유 양은 말한다. 가끔 집에 가면 산 속에 있다가 속세에 나온 느낌이 들 정도란다.

외대부속외고가 시설만 우수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대원외고 교장이었던 남봉철 교장과 민족사관고등학교 교감이었던 박하식 교감이 두 학교의 장점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습 프로그램도 다른 외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선생님들도 전원 석·박사 학위소지자이다.

외대부속외고는 입학할 때부터 해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따로 뽑는다. 10개 반, 정원 350명 중에서 3개 영어반(105명)은 미국 등의 대학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 해외대학에 입학하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유학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일상생활을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는 목표다. 학교의 모든 공식행사와 공공장소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EBC(English Based Campus)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마다 진행되는 조회도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외대부속외고에선 졸업생에게 글로벌리더 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단 학교에서 원하는 기준치를 통과해야 한다.

첫번째로 1학년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토플점수를 CBT 기준으로 237점을 넘어야 한다. 이 점수는 미국의 주립대학이 외국인들에게 요구하는 최소 점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 3학년이 취득해야 할 점수는 CBT 250점(의무)/253점 이상(권장)이다. 250점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외국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외대부속외고를 졸업하고 글로벌리더 인증서를 받은 학생들은 영어실력 만큼은 학교에서 보장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도 2개 정도는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졸업시킨다는 게 이 학교의 목표다.

외대부속외고는 미국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ACT를 주관 실시할 수 있는 테스트센터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SAT와 함께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시험인 ACT는 우리나라에선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선 응시인원이 SAT와 비슷한 시험이다. 지난 해 12월 치러진 첫 시험에서 이 학교의 최정혁 군이 한국학생으론 최초로 만점을 받기도 했다.

세계 10대 명문고 지향

외대부속외고는 출발부터 세계10대 명문고를 지향한다고 천명했다.

남봉철 교장은 “세계적인 명문고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적인 능력 외에 인성교육 등도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체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직무경험도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학교에서 인성과 자율성,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다른 학교에도 있는 세계문화체험에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외에 아프리카를 포함시킨 것도 학생들에게 경험도 하고 봉사를 하는 기회를 갖게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킬리만자로까지 아프리카 체험여행을 했다. 풍토병, 말라리아 등의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도 많았지만 산악인 허영호 씨와 함께 무사히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쳤다.

올해는 오는 10일부터 22일까지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북부를 거쳐 터키까지의 일정이 준비되어 있다.

이 학교의 봉사활동은 겉치레가 아니다. 우체국 등의 공공기관에 가서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한 학년당 16시간을 고아원, 지체부자유 장애우시설, 양로원, 독거노인이 있는 곳 등 학교에서 인정하는 장소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리더가 되려면 섬기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이 학교의 박하식 교감은 강조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개인별로 꼭 해야 하는 활동이 있다. 1인 1운동, 1인 1악기, 1인 1논문 등이다. 개인별로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어야 하고, 운동도 한 종목은 능숙하게 해야한다는 것. 논문을 쓰게 하는 이유는 창의력과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외대부속외고는 들어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기숙사 비용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등록금은 분기별로 95만원, 분기별 학교운영비 7만원, 식비를 포함한 기숙사비 70만원을 포함해 월 1백만원이 조금 넘는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 학생들은 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사교육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 방과후 활동을 이용한다. 이번 학기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51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수학선행반, 수학경시반, SAT반, 일본어 경시반, 중국유학을 위한 한어수평고시반 등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방과후 활동이 잘 운영되고 있다.

인터뷰
박하식 교감
"인재 육성 위해 교육경쟁력 높여야"

민족사관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 외대부속외고 교감으로 자리를 옮긴 박하식 교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교육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을 시작했다.

한국 축구가 2002월드컵 4강에 들었던 일이나 한류 열풍 등이 우연히 만들어진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획을 잘 세우면 교육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최근에 교육인적자원부가 공영형혁신학교안을 내놓으며 기존의 특목고의 선발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때에도 기존의 사립학교 선발제도를 제한하지는 않았다며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엔 정부가 외국학교 설립 완화와 관련된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와 경쟁할 외국어고나 자사고 등을 거꾸로 규제한다면 문제라는 지적.

특목고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적인 정서도 잘 알고 있다는 박 교감은 "그래도 지도자나 리더를 키워내는 교육은 있어야 한다"며 "외대부속외고의 교육목표는 글로벌리더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