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시장 재임기간 청계천 복원 · 서울숲 조성 등 여파로 입장객 감소

“이명박 전 시장이 놀이공원들을 의식해서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저 시민들에게 잘 하려고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겠죠!”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3대 놀이공원들과 이명박 전 시장의 악연(?)이 화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 둔화세에 직면하며 위기에 처해 있는 놀이공원들의 처지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임기(2002~2006)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놀이공원은 이 전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경기 불황과 입장객 감소로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간 서울시가 펼친 정책 때문에도 알게 모르게 영업에 피해를 입은 셈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계천 복원과 서울숲, 월드컵 공원의 조성.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이들 공간에는 연일 인파가 몰리고 각종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하는 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하는 사설 놀이공원들은 같은 시간 입장객이 줄어들어 썰렁한 처지에 놓인 것.

서울시는 한술 더 떠 지난해 6월 개장한 서울숲엔 900만 명, 난지지구 월드컵공원에 980만 명, 청계천은 9개월 만에 2,400만 명의 인파가 방문했다고 발표, 직접 조성한 휴식 공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빅3 놀이공원의 일년 평균 입장객 수 1,5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또 이 전 시장이 디즈니랜드의 수도권 유치를 추진한 것도 놀이공원들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원 부지를 내놓아야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서울랜드는 가장 큰 피해 당사자.

이 전 시장 입장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여가공간을 꾸미고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치적이겠지만 놀이공원측은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셈이다.

지난 3월부터 입장객 감소로 고심하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서비스, 운영 능력을 자랑하는 디즈니랜드가 바로 옆에 들어설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크게 위협적인(?) 경쟁자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디즈니랜드가 들어설 경우 지금의 놀이기구나 시설로는 세계 수준에 역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이 얼마 전 “내년쯤엔 디즈니랜드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디즈니랜드 유치를 공언해 놀이공원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근린 생활 지역에 녹지를 조성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등 생태공원 조성에 적극 나서거나 다양한 지역축제를 벌이는 것도 놀이공원들에게는 악재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까지 12만여 평의 생태공간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시민들이 입장료를 내야하는 사설 놀이공원을 가지 않고도 무료 공간을 찾기가 더욱 쉬워진 셈이 됐다. 서울 양재천이나 한강 둔치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현상도 같은 맥락.

특히 전국을 영업권으로 삼는 에버랜드리조트는 지역축제의 활성화로 지역 관광객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크게 긴장하고 있다.

놀이공원의 한 관계자는 “놀이공원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참신한 시설이나 마케팅 등 보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