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EBS 등 8개 방송사업자 '디스콥 2006' 참가… 헝가리 등 동유럽에 TV프로그램 등 문화콘텐츠 수출 기대

동아시아를 휩쓴 한류! 과연 동구권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에 ‘TV문학관’, ‘다모’ 등 한국산 TV프로그램 수출이 이뤄지면서 한류 바람이 동구권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메가톤급 한류 바람이 불었지만 과연 유럽에서도 한류가 강풍이 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가 우수한 만큼 한류가 유럽에 상륙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같은 아시아권과 달리 유럽은 인종과 정서가 달라 한류가 폭풍우급 위력을 갖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미풍에 불과할 확률이 더 높다.” 최근 방송위원회와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도로 한국산 TV프로그램 수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일고 있는 논쟁이다.

방송 영상 견본 전시회… 수출 협상

한류의 동구권 진출 진원지는 헝가리다. 방송위원회와 코트라가 지난 6월 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방송 영상 견본 전시회 ‘디스콥(DISCOP) 2006’에 참가, 한류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한류의 동구권 교두보 마련이 시작된 것.

전시회에 참가한 KBS, MBC, SBS, EBS, CJ 미디어, CBS, 재능방송, AK 엔터테인먼트 등 8개 방송 사업자는 이 기간 중 모두 136건의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고 현장 판매 계약을 성사시킨 것도 5건이나 됐다.

KBS는 ‘TV문학관’과 다큐멘터리를 세르비아에, MBC는 드라마 ‘다모’와 다큐멘터리 ‘야생의 세렌게티’를 우크라이나에, EBS는 ‘Annecy 2006' 교육부문 대상 다큐 '아이들이 사는 성‘을 그리스에 각각 가계약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DISCOP은 동유럽권 방송컨텐츠 전시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회.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며 서유럽을 주 대상으로 하는 MIPTV전시회와는 달리 동구와 중부 유럽 지역의 시청자들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한류 상륙의 적격지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전시회는 전체 참관자만 60여 개국 1,300여 명으로 지난해 989명보다 32%나 늘어나는 등 날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동유럽 사람들을 만나 볼 테스트 마켓으로 생각하고 가봤는데 생각보다 호응도가 높았다. 가능성이 아예 없을까봐 걱정도 했지만 성공 확률이 예상보다 높다고 확신하게 됐다.”

행사를 주관한 코트라 IT문화사업팀 박은균 과장은 “동구권 사람들이 의외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한류 바람이 아시아에 이어 유럽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00여 건 이상의 현지 상담이 이뤄지고 현장 계약도 성사되는 등 처음 참가한 행사치고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

특히 KBS는 최근 현지 방송 에이전시로부터 “프로그램 판매가 진행된 계약의 입금까지 완료됐다”며 동구권 한류 진출에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전시회에 직접 다녀온 KBS미디어 조한상 과장은 “가계약보다 더 힘든 것이 본계약인데 현지에서 벌써 대금 결제까지 서둘러 끝냈다는 것은 한국산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KBS는 “앞으로 동구권은 물론,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 구 소련권 국가 등에까지 한류를 확산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동구권, 유럽 진출이 순풍에 돛을 단 것만은 아니다. 행사를 주최한 방송위원회 곽진희 국제교류부장은 “아직까지는 문화적 장벽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 TV 드라마·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동유럽 진출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처럼 드라마가 인기 높고 잘 팔릴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지에서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나 만화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높았습니다.” 코트라 박은균 과장은 “유럽인들이 아직까지는 동양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며 “일반 드라마를 먼저 앞세워 팔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럽인들과 모습이 다른 동양인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건 왠지 어색할 것이고 작품성이 높은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은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어필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 일례로 현지의 한 지방 방송사에서 국내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올 인’을 방영했지만 높은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한 사례라고 했다.

그렇다고 드라마라고 패색 일변도는 아니다. KBS의 ‘TV문학관’이나 MBC의 ‘다모’같은 드라마는 현지 유럽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가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공을 거뒀다.

코트라의 김병호 과장은 “비록 모습과 외모가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지만 전통 사극이나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깃들어 있는 프로그램은 성공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한다. 한국적인 드라마는 국경을 뛰어 넘어 유럽인들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 드라마나 프로그램이 동구권에 상륙한다고 곧바로 한류 태풍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백유미 방송위원회 국제교류부 차장은 “성공 여부는 앞으로 1~2년 이내에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한류의 동유럽 안착을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정서를 배려한 세심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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