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1인방송' UCC 동영상인터넷 비즈니스 새 모델로 부상, 언론·대형 포털도 서비스 경쟁 가세

▲ 개인들이 폰카, 디카 등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물인 UCC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1 중부권 기습 폭우로 안양천 둑이 무너져 서울 양평동 일대가 물바다 된 7월 17일. 수해 현장을 가장 생동감 있게 전한 매체는 KBS, MBC, SBS 등 지상파가 아니라 현지 주민이 운영하던 동영상 1인 채널이었다. 당일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특종이었음은 물론이다.

#2 렉시의 ‘섹시댄스’에서 뱃살빼기 ‘필살다이어트’까지 인터넷에 부는 춤바람. 그 진원지는 월 1,000원의 수강료로 각종 댄스를 24시간 배울 수 있는 인터넷 춤교습소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 집에서 혼자 배울 수 있어 남녀노소에 모두 인기다.

#3 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에서 인터넷 수능강사로 변신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학 휴학생 이석우(28ㆍ남) 씨 . 강의 내용을 웹캠으로 찍어 방송하는 수능만점일지(www.pandora.tv/969209)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강의 전 라이브 수강권 20장을 6만원씩에 옥션(www.auction.co.kr)에 내놨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

#4 류에스더(22), 류마리아(20), 류루디아(11)란 이름의 ‘세 자매’. <더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란 힙합 곡에 맞춰 번갈아 가며 섹시미를 뽐낸 동영상이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면서 깜짝스타의 주인공이 됐다. 연초 정식 모델 계약에 이어 조만간 음반까지 낼 계획이다.

개인들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물로 ‘금맥’을 캐려는 골드러시가 네티즌들 사이에 일고 있다.

폰카, 디카, 캠코더 등으로 촬영한 뒤 PC로 간단하게 편집한 동영상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다른 네티즌들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UCC 동영상 서비스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UCC(User Created Contents)는 사용자제작콘텐츠를 일컫는 말. 네티즌 개인이 PD, 카메라맨, 편집자 ‘1인 3역’이 되어 독자적으로 제작한 동영상 작품들이다.

이 ‘황금알을 낳을 거위’ UCC를 유치하기 위해 다음, 네이버 등 포털이나 판도라TV, 엠군, 다모임 등 동영상 사이트들은 너도나도 네티즌들에게 개인 홈페이지 혹은 독립된 채널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동영상을 매개로 한 ‘인터넷 1인 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동영상 전문 포털에서 길거리 토크쇼 전문 채널 ‘토크TV’ 운영 중인 박정호(35ㆍ남)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두 달 전 월 300만원의 벌이가 보장되는 수학강사 일을 집어치웠다. 토크TV 운영에 ‘올인’하기 위해서다.

날마다 캠코더 하나 달랑 들고 홍대 앞 등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다가 ‘필이 꽂힌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즉석에서 인터뷰를 따고, 집에 돌아와 노트북으로 이를 편당 3분짜리로 짤막하게 편집한 뒤 자신의 동영상 채널에 올리는 게 하루 일과다.

비단 박 씨뿐만이 아니다. 동영상 포털 서비스가 처음 뜬 지난해 여름 무렵까지만 해도 UCC는 네티즌들이 취미 삼아 하는 심심풀이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를 발판 삼아 인터넷에서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개척하려는 사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여기엔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크레팟 툴스(Crepot Tools) 등을 제공한 인터넷 업체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현재 동영상 포털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는 연예물과 스포츠물. TV 드라마나 영화의 일부분을 짜깁기한 패러디물도 많다. 예를 들어 인기 드라마 <주몽>에다가 어린이 프로 <꼬꼬마 텔레토비>의 내용을 뒤섞어 <주몽> 캐릭터들이 텔레토비로 둔갑한 배꼽잡는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는 날은 그것이 그날의 톱 이슈다. 자신이나 가족, 친구 등 시시콜콜한 주변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낸 육아일기, 가족앨범 등도 꾸준하게 올라온다.

요즘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소재로 한 톡톡 튀는 UCC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신발끈 제대로 묶기, 셔츠 깔끔하게 접기, 헤어 손질법에서 쿠킹 레시피에 이르기까지 한결 같이 실속 있는 콘텐츠들이다. 한 동영상 전문 사이트의 경우 셀프 네일케어의 누적 조회수가 6만 5,000건, 머리 땋는 법이 3만5,000건에 이르렀을 정도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것들을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내용이나 화질, 분량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미흡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단순한 놀잇거리로 폄하한다면 UCC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다. UCC의 쓰임새와 가능성이 최근 무한 범위로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스타 등용문으로, 시사 이슈를 심층 추적하는 인터넷 미디어로,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 파는 장터로, 신개념 동영상 CF를 유치하는 광고 툴로 UCC 서비스는 지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UCC 동영상 서비스가 인터넷의 블루오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자리를 당당하게 꿰참에 따라 이 분야의 업체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들도 2~3개월 전부터 부랴부랴 동영상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 발 먼저 서비스에 나선 판도라TV, 엠군, 다모임, 아프리카 등 동영상 전문 사이트들은 동영상 광고시장 개척, 콘텐츠 중계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3~4개 업체들은 기존 배너광고 이외 ‘동영상 CF’라는 새로운 광고시장 개척에 나섰거나 조만간 나설 계획이다. 동영상 CF는 UCC가 작동하기 전ㆍ후 또는 동영상 재생 중간에 15초 가량 삽입하는 광고를 말한다. 벌써 수 건의 광고에 대한 효과측정 작업을 마치고 계약 성사를 눈앞에 둔 업체도 더러 있다.

케이블채널에 동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판도라TV는 최근 케이블채널 리얼TV와 손잡고 ‘사랑고백’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 형식으로 지난달 24일부터 내보내고 있다.

이밖에 UCC의 B2C(기업 대 개인), C2C(개인 대 개인) 거래 가능성도 엿보인다. 성사 사례는 아직까지 없지만 몇몇 업체에서는 수능ㆍ어학 강좌, 댄스, 요리 등 교육이나 교양물들의 유료 서비스로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 요금으로는 월간 또는 주간 단위로 1,000~5,000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얼 시대에 떠오르는 UCC 시장.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시장은 네티즌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