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 도시서 비즈니스·쇼핑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대한항공 9월 직항 개설

‘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Las Vegas) 하면 떠올리게 되는 단어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옛말이다. 각종 컨벤션과 전시회 등 비즈니스, 화려한 쇼와 음식, 쇼핑, 그리고 놀거리까지 갖춘 종합엔터테인먼트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라스베이거스가 새 단장을 하고서 한국인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과거처럼 ‘도박을 하고 밤이면 야한 쇼를 보러 오라’는 것이 아닌 ‘사업이나 회의를 하러, 그것도 아니라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러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때마침 대한항공이 9월 22일부터 라스베이거스에 직항편을 띄울 예정이어서 라스베이거스는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라스베이거스는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이곳이 카지노의 도시’라는 것을 여전히 실감케 해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라운지에 가득 채우고 있는 슬롯머신들이 여행객들을 반겨주고 있기 때문.

슬롯머신은 공항을 나서기까지 통로나 홀 곳곳에 줄지어 늘어서 있고 어느 호텔에 가더라도 로비 라운지나 카운터 앞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슬롯머신이 들어차 있는 모습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전까지는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각종 전시회·비즈니스 미팅으로 북적

카지노 테이블과 슬롯머신으로 상징되는 라스베이거스가 여전히 과거와 같은 모습이라면 엄청나게 늘어난 비즈니스맨과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1년 내내 사시사철 각종 컨벤션과 전시회, 비즈니스 미팅이 끊이지 않고 열리는 덕분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시내에 자리한 컨벤션센터는 라스베이거스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비즈니스의 본산지다. 대지 면적이 70만 평방미터나 되는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2만2,000여 차례의 컨벤션 및 전시회가 열렸다. 이 중 800여 차례는 대형 컨벤션이었는데 한 번에 4만~5만 명이나 참석할 정도로 대규모 행사였다.

라스베이거스가 지난해 컨벤션 사업으로만 벌어 들인 돈은 자그마치 75조 달러. 카지노 등 사행산업으로 번 돈이 74조로 추산되는 것보다 많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영미 부장은 “1998년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주력산업과 주 수입원은 카지노에서 컨벤션 등 비즈니스로 넘어갔다”고 말한다.

비단 컨벤션 전문 시설만이 아니다. 시내 곳곳에 들어선 대형 호텔들이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컨벤션 센터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MGM미라지그룹의 만달레이베이호텔은 미국 내 5번째로 큰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있다. 60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평균 참가 인원만 1만5,000~2만여 명.

이 호텔 중역회의실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패트리시아 리 씨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2001년 이후 컨벤션 건설 및 유치 붐이 일고 있다”며 “그 때문에 여흥을 즐길 수 있다는 기존의 이미지에 비즈니스가 더해져 관광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만달레이베이호텔은 한 술 더 떠 비즈니스차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한 비즈니스전용 호텔인 ‘더호텔’을 바로 옆에 추가로 운영 중이다. 또 시내 인근에 확보해 놓은 부지에 호텔과 컨벤션 시설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의 또 다른 포인트는 호텔 투어다. 호텔이 그저 잠자고 머무르는 곳에 머물지 않고 호텔들을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재밋거리가 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 단축

'인천공항-로스엔젤레스-라스베이거스'. 서울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가는 이들이 주로 택하는 행로다.

보통 서울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비행 시간 12시간 내외. 그리고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데만 1시간여 걸리지만 실제 공항에서 짐을 찾고 다시 수속하고 비행기를 바꿔 타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비행기 시간까지 맞지 않거나 자리마저 만석이면 기다리는 시간은 훨씬 늘어난다. 보통 트랜싯(Transit)에만 5~6시간을 잡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6시간과 크게 차이나지도 않는다.

때문에 서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데는 제법 인내와 체력을 필요로 한다. 보통 서울에서 낮에 출발, 오후 비행기로 가더라도 라스베이거스에 오전(현지시간)에 도착하는데 18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직항이 들어서게 되면 이런 수고와 불편을 크게 덜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정영철 차장은 "인천공항에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만 더 걸린다"며 "때문에 여행자들은 그만큼 시차 적응을 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신시가지에 들어선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을 바라보면 그 규모와 위용에 놀라고 만다. 만달레이베이호텔의 경우 객실만 무려 5,000여 실.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롯데호텔의 객실 수가 1,300여 실인데 그보다 4배나 되는 규모다.

규모를 떠나서도 호텔들마다 볼거리가 넘쳐난다. 미라지호텔 앞에서는 매일 밤 화산이 분출하는 장면을 연출한 화산쇼가 수시로 벌어지고 벨라지오호텔에서는 분수쇼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음악 리듬에 맞춰 다양하고 현란한 모양의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쇼는 사막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또 벨라지오호텔 로비에 조성된 실내정원도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방문지로 손꼽힌다.

특히 베네치아호텔의 ‘하늘 천장’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이라면 꼭 찾아 보는 관광명소다. 호텔 실내에 조성된 광장에 들어서면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빛으로 장식된 돔형 천장이 나타나는데 마치 진짜 하늘을 보는 것 같다.

또 코끝을 스쳐 가는 시원한 바람은 이곳이 사막 도시란 사실조차도 잊게 해 줄 정도. 넓은 공간을 파고드는 공기의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과학적이어서 이곳은 환기시스템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기도 하다.

최고급 호텔 투어도 관광포인트

신시가지에서 모노레일로 연결되는 구시가지에서는 프리몬트쇼를 빼놓을 수 없다. 수백 미터나 되는 프로몬트 거리를 덮는 돔형 천장에 LED화면을 설치, 각종 비디오쇼가 펼쳐지는데 마지막 장면에 LG의 광고 화면이 나온다. 신시가지가 급부상, 구시가지로 찾아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자 마케팅 차원에서 마련한 볼거리인데 LG가 자체 기술과 비용을 들여 구성했다.

최고급 수준의 호텔이 들어서고 대형 비즈니스 모임이 이뤄지는 라스베이거스에는 또한 유명 레스토랑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셰프 오프 센츄리(Chef of Century)’상을 수상하고 도쿄와 파리 등 세계 3군데에서만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 ‘조엘 로부숑’은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더호텔의 스카이라운지 겸 레스토랑 ‘믹스’는 고층빌딩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하려는 이들로 항상 가득하고 베네치아 호텔의 고급 바&레스토랑인 ‘부다’에는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로 붐빈다. 특히 이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믹스’가 보유하고 있는 와인 리스트에는 국가별, 품종, 빈티지별로 1,000여 가지의 이름이 적혀 있다.

또 만달레이베이호텔의 와인 셀러는 무려 빌딩 4층 높이의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와인을 주문 받으면 전담 여직원이 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와인을 꺼내야만 할 정도.

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 시작되는 각종 공연도 꼭 가봐야만 하는 볼거리다. 수십 명의 미녀들이 무대 위에 등장해 화려한 춤을 추는 쇼는 이미 고전. 무대가 뒤집히고 회전하며 배우들이 상하좌우로 종횡무진 움직이는 ‘카쇼’나 ‘오쇼’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벌써 3년째 선보이고 있는 셀린 디온의 공연과 블루맨쇼 등도 인기.

사막에서의 라운딩을 잊지못할 추억

사막지대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의 골프장을 둘러보는 것도 좀체 경험하기 힘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시내에서는 발리하이 골프클럽과 윈호텔의 골프장이 대표적인데 시 외곽으로도 이름난 골프장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한 스티브 윈이 2조5,000억원의 돈을 들여 건설했다는 윈호텔의 골프클럽은 골프마니아들이 한 번쯤은 꼭 쳐보고 싶어하는 코스로 유명하다. 발리하이 골프장도 시내의 웬만한 호텔에서 5~10분 거리면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남자들이 낮에 골프를 칠 때 엄마와 아이들은 쇼핑을 하거나 수족관, 놀이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즐기면 된다.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라스베이거스 직항 노선, 성공 확신"

"일본도 포기하고 물러나는 노선을 우리가 들어가는 셈인데 성공 확률이 높은가요?"

대한항공이 지난 6월 라스베이거스 직항 취항을 발표하는 날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에게 처음으로 던져진 질문이다. 취항에 앞서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질문은 항상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라스베이거스는 특히 일본이 단항을 결정한 노선이어서 더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 사장은 "라스베이거스는 우리가 1년 동안 수십 번 전세기를 띄우는 곳이다"며 "각종 전자쇼나 모터쇼 등 전시회와 컨벤션이 줄줄이 열릴 정도로 기본 수요가 넘쳐나 1년 내내 바쁘고, 일과 여흥이 함께 존재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앞으로 항공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이 사장은 또 "대한항공은 아시아의 도시와 라스베이거스를 직항으로 잇는 유일한 항공사가 된다. 앞으로 일본 관광객들이 서울을 거쳐 라스베이거스를 갈 수 있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도 이 노선의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오히려 라스베이거스 직항 노선을 마련한 것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301석 규모의 B777-200기를 투입하는 라스베이거스 노선은 매주 화, 금, 일요일 주 3회 인천공항에서 오후 8시30분 출발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새벽 0시50분(현지시각) 한국으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일본은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9월 라스베이거스 직항 노선을 단항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라스베이거스행 좌석 예약률은 이미 최고 99%로 100%에 육박한다. 가장 예약이 적은 날도 81%에 달할 정도로 직항 노선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 대한항공 홍보팀 오석중 차장은 "직항 취항일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앞으로 예약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네바다주 관광청과 관광상품 개발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