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강의로 '취업 날개'… 타 대학서 벤치마킹 줄이어

건국대 정치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취업에 골인한 김준성(27) 씨의 대학 성적은 썩 좋지 못한 편이었지만 취업 입사시험에서는 무려 9곳의 기업체에 동시 합격하는 기염을 보였다.

합격한 기업 중 1곳에서는 수석을 차지했고, 또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면접장에서 “자네가 지원자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며 즉석에서 러브콜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김 씨의 부모에게 “아들이 입사를 결정하면 연봉을 다른 사람보다 2배로 주겠다”고 제의할 정도였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신조어 ‘이태백’이 유행하고 청년 실업자가 300만~400만에 달해도 정부에서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요즘, ‘이태백’은 남의 얘기라고 말하는 곳이 있어 대학가에 화제다. 건국대 ‘엘리트 프로그램(Konkuk Elite Program)’이 바로 그것. 입사 관문 뚫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지만, 4주에 불과한 강의만 잘 들으면 취업이 100% 가까이 보장되는 방학 특강 프로그램이다.

3~4학년 대상, 년 700명 수료

건국대가 2000년도부터 운영 중인 ‘엘리트 프로그램’은 대학 3, 4년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에 4주 정도 실시하는 취업준비 지원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700명 안팎의 수료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취업에 확실한 날개를 달아주는’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수료생의 취업률 수치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 6년간 기업체 입사시험 평균 합격률이 남학생이 100%, 여학생은 90%선에 이른다. 이 강좌를 이수하면 취업은 ‘떼논 당상’이란 말이 빈말은 아닌 셈이다.

2004년 12월에는 교육부로부터 우수 진로지도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전국 358개 대학에 취업지원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그동안 수많은 대학들이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고 한 것은 그 명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준성 씨도 이 프로그램 수료생이다.

엘리트 프로그램 운영으로 건국대 취업률은 덩달아 쑥쑥 올라갔다고 한다. 2000년 55.0%, 2001년 69.9%로 70%선을 밑돌던 졸업생 평균 취업률이 올해 상반기에는 77.2%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에서 꽤 높은 수치다.

겉만 언뜻 봐선 엘리트 프로그램의 특별한 면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2주간은 학생들을 지원 분야별로 28개 팀 정도로 나눠 40시간 정도 강좌를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로 하여금 취업 시 자신이 지원할 산업ㆍ기업ㆍ직무 분야와 자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도록 지도하면서 발표력과 표현력, 효과적인 학습 요령 등을 일러준다.

이후에는 1주씩의 이력서 클리닉과 분야별 스터디그룹 활동을 한다. 면접 등 실전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졸업생들과의 간담회, 시사 이슈 등에 대한 집단 토론, 취업 희망 기업체 방문 등도 이 기간 중에 이루어진다.

엘리트 프로그램이 6년이란 짧은 기간 내 ‘취업의 왕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멘토링 시스템과 전용 홈페이지(elite.konkuk.ac.kr) 운영.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요령 등을 교육하고 선배와 후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탄탄한 연계 체계를 갖춰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준다.

멘토링 시스템 등으로 수강생 지속 관리

전용 홈페이지의 ‘기수별 활동 게시판’ 경우 지난 두 달간 게시 건수는 1만1,400여 건. 하루 평균 190건꼴이다. 댓글까지 포함한다면 그 몇 배다. 게시물은 후배들이 분야별 멘토들에게 각종 취업정보를 요청하거나 각종 보고서나 이력서 등의 작성법을 지도해달라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이 대학의 멘토링 시스템이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다.

▲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선후배 간의 돈독한 관계맺기도 취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05 엘리트 프로그램 동문회 모습.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수강생과 수료생들 간의 관계는 아주 돈독하다. 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멘토로 활동하는 수료생 수만도 700명이 넘는다. 엘리트 프로그램 과정 수료 후에도 선ㆍ후배 관계가 끈끈하다 보니 분기별로 여는 동문회에의 수료생 참석률이 50%를 웃돈다고 자랑한다. 이 프로그램이 계속 잘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선·후배 관계 이외에도 대학측에서도 수강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모음집을 ‘건국 Elite 인재 정보’라는 책자로 만들어 매번 국내외 800개 기업체에 발송하고 있다. 취업 특강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다른 대학들이 이미지 컨설턴트를 초빙하여 1시간 정도 면접 요령을 지도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건국대 엘리트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입사시험에 필요한 맞춤 실력을 단시간 내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엘리트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취업지원실 권용석(40) 커리어코치는 이에 대해 “IMF 이후 달라진 기업들의 인재등용 패턴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 대학의 취업지원실이 졸업생들의 취업률에 대해 조사 분석 후 학점이나 토익, 자격증 등 계량화된 점수가 취업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판단을 내리고 기업들의 달라진 인재채용 방식에 맞춰 프로그램 내용을 현실에 맞게 설계했다는 것. 그래서 자기소개서나 면접의 비중을 강화하고 입사시험 전 자신이 희망하는 취업분야와 기업, 직무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 지도하고 있다.

엘리트 프로그램은 대학 3, 4년생이라고 해서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명성이 높다 보니 수강생이 되기 위한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수강자격을 얻으려면 전 학년 평점이 B학점 이상이어야 하고 토익, 토플 성적과 자격증 등을 평가하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2차로 면접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수강생은 분기별로 350명 정도 뽑는데 평균 경쟁률이 2대1 안팎이다.

엘리트 프로그램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타 대학 학생들도 원정 와서 청강한다고 한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