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지난 24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를 허용하는 개정 의료법을 다루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팽배했다.

입법 발의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실에는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개정안 통과 시 불이익을 받을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 임원과 개정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바른입법 바른사법을 위한 한국NGO연합'관계자들도 복지위의 향배를 주시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화원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기필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의원은 헌재 결정에 대해"국민정서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 제34조 5항에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규정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국무성 본부에는 시각장애인이 6명이나 근무하는데 장애인 복지를 다루는 보건복지부에는 시각장애인이 한명도 없다"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한 국내의 현실을 질타했다.

시각장애인에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비시각장애인과 일반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정 의원은 "그들은 고용촉진 특별법이나 안마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생활해 갈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안마 외에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동석한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마사지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수(數)를 부풀려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 위원장은 "헌재 결정에서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근거로 위헌 결정한 재판관은 정족수(6명)에 1명 모자란 5명이었다"며 "개정 의료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맞서 대한마사지총연합회 송기택 회장은 "2006년 5월 기준으로 안마유사직종인 스포츠마사지, 경락마사지, 발마사지, 기타 수기요법 등에 종사하려는 사람이 약 1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면서 "개정 의료법이 통과되면 그들 모두 범법자나 실직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시각장애인을 우리 사회가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현업에 종사하거나 장차 마사지업을 하려는 다수의 비시각장애인과 일반인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송기택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 회장
송기택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 회장

송 회장은 "현재 100만 여명의 스포츠 마사지사가 존재하는데 이들 모두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들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마시지 업소의 불법적 윤락 행위 등 어두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NGO연합은 개정 의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안마원 운영의 현실을 볼 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규정에 따라 독점권이 인정된 안마사의 경우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안마원은 일부에 불과하고 불법ㆍ퇴폐적인 안마시술소에 악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여성NGO 단체의 관계자는 "현재 전국의 안마시술소는 대부분 돈 있는 사람이 경영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거기에 고용되거나 연락이 오면 가서 안마를 해주고 약간의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확보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안마사들이 자격증을 대여해주고 수백만원의 대여금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권인희 위원장은 "안마사 자격증을 대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정화원 의원도 이를 감안 안마시술소 폐해에 대해서도 "개정 의료법을 계기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NGO 연합은 안마시술소에 돈, 폭력이 연계돼 있는 게 현실이므로 안마사를 관리감독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